독일, 2차대전 이후 "최초 독일산 전투기 공개"... 다시 군사대국으로 복귀

2차 대전 패전국이었던 독일이 80년 만에 다시 전투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것도 완전 자율형 무인 전투기를 말이죠. 독일의 신생 방위기업 헬싱(Helsing)이 25일 공개한 CA-1 Europa는 단순한 무인기가 아닌, 인공지능으로 스스로 판단해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무인 전투기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전투기를 단 14주 만에 설계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독일이 향후 5년간 무려 109조원을 방위산업에 쏟아붓겠다는 역사적 결단이 있습니다.

과연 독일은 왜 이런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것일까요?

80년 만의 귀환, 독일이 다시 전투기를 만들다


독일의 방위기업 헬싱이 공개한 CA-1 Europa는 여러 면에서 혁신적입니다.

약 5톤급의 이 무인 전투기는 유인기와 협력해서 작전을 수행할 수도 있고, 완전히 독립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저고도에서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비행하며 적진 깊숙이 침투해 공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미국 공군이 추진하고 있는 CCA(협력 전투기)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시스템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YFQ-42A, YFQ-44A, XQ-58A 등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성능을 자랑한다는 것이 독일 측의 설명입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헬싱과 그로브 에어크래프트(Grob Aircraft)가 합작으로 이 전투기를 단 14주 만에 설계했다는 사실입니다.

신생기업의 놀라운 속도, 14주 만의 기적


헬싱은 2021년 3월 뮌헨에서 설립된 지 채 4년도 안 된 신생 기업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성장 속도는 가히 폭발적입니다.

미국의 안듀릴(Anduril)과 마찬가지로 AI, 소프트웨어, 무인 시스템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며 빠른 시간 안에 여러 혁신적인 제품들을 내놓았습니다.

에어버스의 윙맨용 AI 시스템, 타이푼 전투기용 전자전 AI 시스템, 최대 90일간 연속 가동이 가능한 자율형 무인잠수함 팻엄(Fathom), 우크라이나전에서 사용되는 배회형 탄약(HF-1/HX-2) 등이 모두 헬싱의 작품입니다.

배회형 탄약 HX-2

또한 스웨덴의 사브(Saab)와 공동으로 그리펜 전투기용 자율 제어 시스템인 센타우르 AI(Centaur AI) 개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개발 속도가 이렇게 빠른 이유는 전통적인 방위기업들과는 달리 '위험을 각오한 자사 자금 투자'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 정부의 자금 지원을 기다리는 대신 자신들의 돈으로 과감하게 투자하며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죠.

독일 재군비의 숨은 주역들, 유럽 방위산업 대부흥


독일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방위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배경에는 메르츠 정권의 파격적인 국방비 증액 정책이 있습니다.

독일은 향후 5년간 총 109조원을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연간 국방비를 최대 27.7조원으로 증액한다는 중기재정계획도 승인했습니다.

이는 NATO가 합의한 2035년 목표보다 6년이나 앞선 2029년까지 방위 분야 투자를 GDP 대비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6년부터 2041년까지 총 69조원의 자금을 방위 장비 조달에 투자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이 막대한 자금의 대부분이 유럽 방위산업으로 향한다는 사실입니다.

향후 1년간 예정된 136조원 규모의 계약 중 미국 방위산업에 할당된 자금은 단 8%에 불과합니다.

독일은 자국의 TKMS가 설계하는 F-127 프리게이트에 26조원, 에어버스/BAE/레오나르도가 제조하는 타이푼 T5에 4조원, KNDS의 복서 장갑차에 3.4조원 등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트럼프의 기대와 현실의 괴리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를 증액하면서 미국제 무기를 대량 구매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실제로 독일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의 대외유상군사원조(FMS)를 통해 170억 달러 이상을 승인받았고, 특히 2023년에는 139억 달러를 기록하며 폴란드, 일본과 함께 미국 무기의 주요 수입국으로 부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트럼프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독일이 미국제 시스템에 할당한 자금은 패트리어트 시스템과 요격탄에 5.1조원, P-8A용 어뢰에 1,500억원, AMRAAM과 ESSM 미사일, 각종 무선기 등을 포함해도 총 6.8조원에 그쳤습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

전체 136조원 중 8%라는 것이 이를 말해주는 것입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이 EU와 무역협정을 체결한 뒤 유럽이 수천억 달러 상당의 미국제 시스템을 구입할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유럽의 국방 지출은 브뤼셀이 아니라 각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고, 독일의 숫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AI와 신속함으로 무장한 신세대 방위기업들


헬싱을 비롯한 신세대 방위기업들의 성공 비결은 전통적인 방위기업들이 결여하고 있던 신속함과 도전 정신에 있습니다.

기존 방위기업들이 정부 계약을 따내고 수년에 걸쳐 개발하는 방식과 달리, 이들은 자사 자금으로 과감하게 투자하며 빠른 시간 안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습니다.

안듀릴이 미국 방위산업계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헬싱도 독일과 유럽 방위산업계에서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헬싱은 올해 6월 그로브 에어크래프트를 인수하면서 "군용 항공 분야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는데, CA-1 Europa의 공개가 바로 그 결과물인 셈입니다.

CA-1의 양산기는 4년 이내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며, 사브와 공동 개발 중인 센타우르 AI로 제어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헬싱이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아니라 AI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바탕으로 한 통합 솔루션 제공업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군사 강국으로 부상하는 독일


독일의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방위산업 투자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2차 대전 이후 80년 만에 다시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독일이 진정한 의미의 군사 주권을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미국 의존적이었던 방위 체계에서 벗어나 유럽 중심의 독자적인 방위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으로 해석됩니다.

헬싱의 CA-1 Europa는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독일군의 재군비를 위한 대규모 투자의 혜택을 받아 탄생한 이 무인 전투기는 앞으로 독일이 방위 분야에서 어떤 길을 걸어갈지를 보여주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독일의 이러한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것이 전 세계 방위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