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장관 직무정지에 행안부 뒤숭숭…"업무 차질 우려"(종합)

김윤구 2023. 2. 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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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경찰국부터 논란…이태원 참사로 결국 탄핵소추 불명예
행안부, 차관 대행 체제로…이상민 "탄핵심판에 성실히 임할 것"
중앙통합방위회의 참석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2.8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이태원 참사 대응 소홀로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해 직무가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행안부 내부는 장관의 장기 공백으로 업무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 장관은 지난해 7월 경찰국 신설을 추진할 때부터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당에서 나왔다. 이태원 참사 대응 책임을 이유로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국회가 탄핵소추안 가결 후 오후 5시께 소추의결서를 이 장관 측에 전달하면서 이 장관의 권한행사도 정지됐으며 행안부는 한창섭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 장관은 참사 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에도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자리를 계속 지켜왔으나 결국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 소추된 장관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임명 272일만에 탄핵소추…이태원 참사 102일만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지난해 5월 12일 임명된 이후 272일만이자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102일만으로,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진 것은 75년 헌정사에서 처음이다.

그는 이날 입장문에서 "초유의 사태가 가져올 국민안전 공백 상태가 최소화되기를 기대한다"면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성실히 임해 빠른 시일 내에 행정안전부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9개월가량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경찰국 신설부터 이태원 참사 대응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행안부의 경찰 통제 강화에 나섰다. 야당의 강한 반대에도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으로 행안부 내 경찰국을 설치했다.

이에 대해 '법치주의 위반'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으며 야당은 이 장관 탄핵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은 없어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을 설치하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작년 7월 경찰국 신설에 반발한 총경들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좌동훈 우상민'으로 불린 실세 장관이었던 이 장관의 발목을 잡은 것은 지난해 10월 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였다.

재난안전 주무부처인 행안부 장관으로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해야 하고, 이를 통해 재해와 재난을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지만 직무집행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야당 의원들은 탄핵소추안에서 이 장관이 다중밀집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 대규모 재난 발생시 관계기관간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한 대비 등 사전 재난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참사 후 대통령 지시를 제때 이행하지 않은데다 재난대책본부를 적시에 가동하지 않고 수습본부를 설치하지 않아 현장통제, 구급차 진출입로 확보가 지연됐으며 구조·구급활동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참사를 보고받고 실질적인 조처를 하지 않은 채 85분이 지나 현장에 도착했으며 참사 후 4시간 넘게 지나서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한 것도 문제로 삼았다. 국회에서 행안부에 유가족 명단이 없다고 말했다가 거짓 답변을 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것도 문제가 됐다.

이 장관은 특히 이태원 참사 다음 날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 경찰 소방력 대응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비난을 받았는데 야당 의원들은 이를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라고 간주했다.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 통과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8일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3.2.8 srbaek@yna.co.kr

행안부 내부 "안갯속" "당황스럽다"

행안부 공무원들은 입을 모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2015년 '총선 승리' 건배사로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내 표결이 안 돼 폐기된 바 있는데 이 장관은 실제로 탄핵소추까지 이어진 것이다.

장관이 국회 탄핵으로 직무 정지된 전례가 없는 데다 이런 상황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도 없는 상태다.

행안부는 법제처와 인사혁신처에 관련 규정을 확인하고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라 장관 직무가 정지되면 정부조직법에 따라 차관이 직무를 대행한다.

한 행안부 직원은 "저희 입장에선 수장이 공석 된 것이니 당황스럽다. 차관이 직무대행으로 장관의 법적 권한은 유지하지만, 정치권과 법안 관련 논의도 하고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장관이 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의 한 간부는 "안갯속에 있는 것 같다"면서 "(장관 공백으로) 부처에서 추진하던 업무가 있는데 스케줄에 혼선이 생길 것이다. 아무래도 업무를 잘하기 어려운데 그러면 피해는 국민한테 간다"고 말했다.

그는 행안부가 중앙부처와 시·도간 조정 역할을 많이 하는데 차관 직무대행으로는 대권주자급이 많은 시·도지사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혁신 업무와 관련해서도 "각 부처를 혁신하라고 끌고 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 대통령이 신뢰하는 장관이 있으면 아무래도 낫다"고 말했다.

특히 재난안전 주무부처 장관의 공백으로 재난 상황 대응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른 행안부 간부는 "안전은 100% 장담 못 하는 일이다. 재난 상황에서 장관 리더십이 필요한데 장관 공백기에 그런 일이 발생하면 국민에게 피해가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안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안전 시스템 개편 대책의 후속 조치를 해야 하는데 장관 부재 상황에서 업무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면 헌법재판소는 최장 180일의 심리 기간을 갖고 탄핵 가부를 결정하게 된다.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어 장관 직무정지 기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행안부의 일부 직원들은 헌재 결정이 조속히 내려지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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