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788] <달짝지근해: 7510> (HoneySweet, 2023)
글 : 양미르 에디터

이번 여름 한국영화 개봉작 중 유일한 로맨스 영화가 개봉했다.
그것도 유해진이 나와서 김희선과 유쾌한 로맨스를 펼친다는 '신선함'을 들고나왔다.
<달짝지근해: 7510>은 과자밖에 모르던 제과 회사 연구원 '치호'(유해진)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일영'(김희선)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치호'는 중독적인 맛을 개발하는데 일가견 있는 천재적인 미각을 소유한 제과 연구원이다.
그의 하루는 정해진 일과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았는데, 회사와 집만 오가면서, 무기력한 삶을 보내던 '치호'는 끼니조차 과자로만 때우다가 영양실조로 입원까지 하는 처지가 된다.
오죽하면 회사에서도 최대한 '치호'의 능력을 써먹기 위해, 일시 유급 휴가를 주면서 건강을 먼저 챙기라고 하겠는가.
그런 '치호'에게는 백수로 도박만 하고 다니다가 교도소에서 막 나온 형 '석호'(차인표)가 있었다.
염치가 없음은 물론, 불같은 성격의 '석호'의 빚을 대신 갚기 위해 휴가 중 대출 회사를 찾아간 '치호'는 그곳에서 상담원 '일영'을 만난다.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전 남편을 뒤로하고, '일영'은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풀어내면서도, 마음속에는 순수한 사랑을 꿈꾸고 있었다.
어리숙하지만,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치호'의 모습을 본 '일영'은 적극적으로 '치호'에게 대시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데이트' 아닌 '데이트'는 소박했다.
과자만 먹던 '치호'는 '일영'이 해준 밥을 함께 먹으면서 몸이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했고, 그런 '일영'도 같이 밥을 먹을 사람이 생겨 기분이 좋았다.

두 사람이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할 때, 그들의 연애를 막아서려는 이들도 하나둘씩 등장했다.
'석호'는 호구처럼 돈을 자신한테 줄 사람이 없어서, 불법 도박장에 있던 '은숙'(한선화)을 통해 두 사람의 만남을 방해하려 했다.
제과 회사 사장 '병훈'(진선규)도 '치호'의 능력이 사라질까 두려워 두 사람의 연애를 감시하려 든다.
여기에 '일영'의 딸 '진주'(정다은)도 과거 가정폭력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은 터라 '치호'를 경계했다.
분명, <달짝지근해: 7510>은 모태솔로 중년 남성과 새로운 사랑을 찾는 중년 여성의 사랑이라는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이지만, 이를 전형적이지 않은 이야기로 만들려는 이한 감독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한 감독은 '선의'를 어떻게 하면 자극적인 면 없이 담아낼 수 있는가를 꾸준히 고민하는 인물이었다.
<완득이>(2011년), <우아한 거짓말>(2014년)이 그러했고, 최근 작품 <증인>(2019년)에서 주인공 '지우'(김향기)의 모습은 마치 <엑스맨> 시리즈의 '돌연변이' 캐릭터들을 연상케 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손가락질로 시작되면서 발생하는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슈퍼히어로 만화처럼, '지우'는 자폐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입견'에 빠진 일부 어른들과 아이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내지르는 장면을 보여준다.
또한, <증인>은 '소통'이 이뤄지려면 '상호 간의 배려'가 먼저임을 보여주고자 했던 작품이었는데, 변호사 '순호'(정우성)와 '지우'가 점차 마음을 여는 대목이 그러했다.

이한 감독은 <달짝지근해: 7510>을 통해서 "사람은 알고 보면 누구나 다 비슷하고, 또 동시에 모두가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으며, "캐릭터들이 실제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그렇기 때문에 <달짝지근해: 7510>은 어느 순간부터 '자극적인 드라마', '사이다 같은 대사'가 나오는 것이 당연해진 최근 한국 콘텐츠계의 흐름과는 완전히 거꾸로 된 방향의 작품이 됐다.
가끔은 온갖 시즈닝을 곁들인 양념치킨이 아닌 백숙을 먹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백숙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영화 속 중년 커플이 '알콩달콩'하는 과정은 연애 프로그램 <나는 SOLO>의 자극적 연출과는 거리가 멀다.
커플 사이에 서로 오해가 있더라도, 그 오해를 풀어가는 성숙한 모습은 영화 내내 녹아들어 있다.
여기에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는 이들도 충분히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거나, 또 다른 관계로 이어져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준다.
배우들도 누구 하나 구멍 없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교과서 같은 연출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에는 이런 교과서(특히 시리즈의 강세로 인해 극장에서는 사양 장르로 향한 로맨스 코미디물이라면 더더욱)도 귀하다.
모 아니면 (빽)도가 되는 한국 영화판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줄 영화가 필요해진 시점에서, <달짝지근해: 7510>은 충분히 그 기능을 다했다.
2023/08/07 CGV 용산아이파크몰
- 감독
- 이한
- 출연
-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정다은, 이한솔
- 평점
-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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