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낡은 주택가 정비 '모아타운' 사업도 주민 갈등 탓 진척 더뎌
서울시는 2022년 모아타운사업을 시작하면서 2025년까지 사업 예정지 100곳 선정을 목표로 했는데, 이미 97곳이 선정됐다. 소규모 노후 주거지로부터 큰 인기를 끌면서 목표를 조기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모아타운으로 선정된 이후 사업 추진은 답보 상태다. 주민들의 사업 찬성률이 평균 30%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모아타운으로 선정된 이후에는 주민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다음 단계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부터 막힌 것이다. 이렇다 보니 곳곳에서 주민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광진구청이 지난해 7월 공개한 자양4동 주민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주민 15.1%가 사업에 찬성한 반면 48.2%는 반대했다. 더구나 사도(개인 소유 도로나 골목길) 지분쪼개기(1개의 소유권을 여러 개로 나눠 여러 명이 소유) 등 선정지 내 투기 문제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가 올해 3월 모아타운 선정지 내 투기 행위에 대해서 전수 조사한 결과 9곳 14개 필지가 모아타운으로 선정된 이후 지분쪼개기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최근 투기를 막고 주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모아타운 선정 방식을 자치구 공모에서 주민제안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동안은 주민 30% 이상만 참여하면 공모를 신청할 수 있었지만, 주민제안을 위해서는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와 함께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 또는 주민제안 때 사도에 대해 부동산실거래내역을 조사해 지분쪼개기가 적발되면 선정에서 제외키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투기를 잡겠다며 진입 문턱을 높여 사실상 신규 사업지가 나오기 힘들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소규모 노후·저층 주거지는 정비가 정말 시급한 곳이 많은데 이해관계가 복잡해 동의율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다른 투기 방지 방안도 있는 만큼 초기 문턱을 낮춰주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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