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흔들리자 호텔로…호텔신라, 신라스테이로 해외 수익 모델 시험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가 중국 장수썽 옌청에서 문을 연다./사진=호텔신라, 이미지제작=김수진 기자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가 중국 장쑤성 옌청에 처음으로 깃발을 꽂으며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장기화하는 면세(TR) 부문 부진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호텔 사업을 새 성장축으로 키우려는 행보다. 특히 대규모 자본 투입 대신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는 위탁운영 방식을 택해 리스크는 낮추고 확장 속도는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28일 중국 장쑤성 옌청 경제기술개발구(ETDZ)에 ‘신라스테이 옌청’을 연다. 신라스테이의 첫 해외 진출이다. 호텔은 총 223객실 규모로 조성되며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과 한식 전문 레스토랑 ‘도원’, 로비 라운지, 연회장, 미팅룸, 피트니스, 런드리룸 등을 갖췄다.

내수형 ‘신라스테이’, 해외 수익형 브랜드로 확장

신라스테이의 해외 진출 배경에는 주력 사업인 TR 부문의 부진이 있다. 고환율 기조와 공항 비용 부담, 중국인 관광객 소비 회복 지연 등이 겹치며 면세 업황의 불확실성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호텔신라의 2025년 TR 부문은 매출 3조4039억원으로 전체의 83.7%를 차지했지만 53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 호텔·레저 부문은 매출 7299억원, 영업이익 608억원을 기록해 외형은 작아도 이익 측면에서 전사 실적을 방어했다.

신라스테이 옌청 전경/사진제공=호텔신라

호텔신라가 신라모노그램에 이어 신라스테이까지 해외로 확장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신라모노그램이 프리미엄 이미지와 브랜드 확장에 방점이 찍힌 브랜드라면, 신라스테이는 표준화된 서비스와 가격 정책, 운영 효율을 바탕으로 더 빠르게 수익성을 검증할 수 있는 사업 모델에 가깝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호텔은 반복 수요와 운영 효율이 핵심”이라며 “옌청은 이런 모델의 수익성을 시험해 보기 적합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라스테이의 연간 매출은 2392억원으로 서울신라호텔 매출 2408억원에 근접했고, 투숙률도 80%를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호텔신라 입장에서는 변동성이 큰 면세 사업과 달리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수익 기반을 확보할 카드인 셈이다.

운영 방식 역시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호텔신라는 오너사가 자산을 보유하고 자사는 브랜드와 운영을 맡는 위탁운영 방식을 택했다. 회사는 신규 개발 사업의 주요 위험으로 경기 민감도와 장기간 소요되는 개발 기간을 꼽으며 에셋 라이트 전략으로 리스크를 분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5년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3383억원인 반면 차입금과 사채 원금 상환 부담은 1조2869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직접 자산을 매입해 확장하는 방식보다 운영 중심의 해외 진출이 부담이 덜한 선택이다.

‘옌청’ 택한 이유…관광보다 산업 수요 정조준

호텔신라가 신라스테이의 첫 해외 무대로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아닌 옌청을 택한 것은 철저한 실적 중심 접근으로 해석된다. 1선 대도시 핵심 상권은 이미 힐튼과 메리어트 등 글로벌 호텔 체인 간 경쟁이 치열해 후발주자인 한국 브랜드가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대신 호텔신라는 변동성이 큰 관광 수요보다 산업단지 기반의 안정적인 체류 수요를 겨냥했다. 신라스테이가 들어서는 옌청 경제기술개발구는 자동차와 신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기아를 비롯한 한국 기업과 다수 협력사가 밀집한 한·중 경제협력 거점이다. 약 1000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고 누적 투자액도 13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법인 출장과 장기 체류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옌청 경제기술개발구 인근 숙박 시장은 노후화한 로컬 호텔과 저가형 비즈니스호텔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중간 가격대 시장에 공백이 있다는 평가다. 노보텔, 아투어 등 글로벌 체인이 진출해 있지만 한국인 투숙객에 특화된 서비스와 식음 경쟁력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신라스테이는 합리적인 가격대와 한식당 ‘도원’을 앞세워 한국 주재원과 출장객 수요를 공략하고, 인근 국제 전람회장을 기반으로 MICE 수요 흡수도 노린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신라스테이는 합리적인 가격대에 호텔신라가 쌓아온 서비스 품질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것이 강점”이라며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위탁운영 방식의 해외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시장은 이번이 신라스테이 첫 진출인 만큼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단계는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라스테이 해외 1호점 옌청/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최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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