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리스크’의 덫…민주당, 탈출구 있나
“수비 없이 공격만…이재명 지킬 수 있나”
“피눈물이 납니다! 우리도 퍼줄 만큼 퍼줬어요. 얼마나 참았는지 알아요?”
울분이 섞인 목소리다. 뒤에 서 있던 중년 여성이 분통을 터뜨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원래 미워지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나쁘게 보인다. 그런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징계청원이 당의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한 순간이었다.
3월 14일 오후 국회 앞 민주당사 2층 당원존. 행사를 앞두고 이재명TV 등 당 공식 채널엔 구글 검색창을 흉내 낸 이날 행사공지 안내 웹포스터가 올라와 있었다. ‘솔직담백 토크’를 내건 이날 당대표와 대화 행사공지 포스터에서 눈에 띈 건 검색 아이콘 옆 “이재명 당대표” 밑 과거 검색 이력 형식으로 상징화된 이날 토론 주제였다.
“아프다 많이 아프다”, “좌표… 색출…”, “청원에 대한 입장”, “4·5 재보궐선거.”
솔직담백 토크라고 했지만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토론 내내 이 대표의 입에서 민감한 현안을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위 불만이 터져나올 때 언급한 당의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는 징계 청원이 누구에 대한, 어떤 징계 청원인지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대표나 이날 행사참석자들은 모두 누구에 대한, 어떤 사건인지 알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나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해당행위를 했다며 영구제명·출당 권유 등 퇴출을 요구하는 이재명 지지당원들의 징계요청 청원이다.
당원 청원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이들 청원을 보면 이낙연 전 대표 제명엔 7만3412명이, 박지현 전 위원장 출당 권유엔 7만8852명이 참여했다. 국민응답센터의 운영규정으론 5만명 이상이 요청하면 당이 공식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3월 16일, 조정식 당 사무총장이 답글을 올리면서 청원은 ‘답변된 청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 사무총장은 이날 온라인 공지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미 유튜브 라이브와 SNS를 통해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이를 본 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갈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자제 호소에도 끊이지 않는 불만들
이 대표의 입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이름이 나온 것은 이날 토크행사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이었다(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이름은 끝내 거론되지 않았다).
“…이낙연 전 대표님은 당의 소중한 자산이십니다. 당이라고 하는 것은 다양성이 생명이지요. 달라야 시너지가 있는 것입니다. 청원하는 것보다 창녕 후보를 지원하는 것이 더 낫지 않습니까.”
마지막에 거론한 창녕 후보란 이번 4·5 재보궐 창녕군수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 등록한 성기욱 전 창녕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을 말한다. 내부공격보다는 보궐선거에 출마한 자당 후보에 대한 지원에 힘을 돌리는 것이 더 낫지 않냐는 권고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참석한 당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서초구 권리당원이라고 밝힌 장년층 여성 하은경씨의 말이다.
“민의가 이렇게라도 발현되지 않으면 예를 들어 지난 (당대표 체포동의안) 투표에서 반대하고 기권하고 그런 표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이 사람들 만만하네’라고 (그런 해당행위를)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견제세력이다. 응원하고 지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견제하기 위한 것이지 (그 사람들을) 몰아내고 그런 것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면 감사하겠다.”
또 다른 장년층 남성은 “민주당이 단합된 힘으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면서도 “수박이라는 비난을 비판하기 전에 그들이 먼저 해당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당사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원성이나 그냥 분노가 아니다. 우리가 수박이라고 지칭하는 사람들 당사자에겐 모욕적이겠지만 방송이나 라디오에 나와 끊임없이 당대표를 맞잡고 끌어내리려 하고 있지 않나. 민주당의 분열을 누가 획책하고 있고, 당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우리가 단순하게 극렬 극성지지자로 매도당하더라도 저네들이 멈춰야 하는 것 아닌가.”
마침내 뜨거운 감자인 ‘수박’ 논란까지 나왔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시점부터 불거진 이른바 수박 논란은 겉은 민주당 당색인 파란색이지만, 속마음은 국민의힘 당색인 빨간색과 같은 사람이 있다는 뜻으로, 주로 이재명 지지자들이 상대 후보 측을 비난하기 위해 쓴 멸칭이다.
당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과정에서 나온 무효·찬성 반란표를 두고 민주당 지지성향 SNS나 커뮤니티에는 이른바 ‘수박의원 리스트’가 돌았다. 의원 얼굴 사진에 의원실, 의원 개인 휴대전화 번호까지 명기해 항의전화, 문자폭탄을 유도하는 포스터다. 명단에 포함된 상당수의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낙연 캠프에 참여했거나 비명 성향으로 알려진 ‘민주당의 길’이나 친문의원모임 ‘민주주의4.0’ 등 소속 의원들이었다.
뜨거운 감자 ‘수박’ 논란
국회 본회의에서 당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 또는 무효표를 선택한 민주당 의원이 정확히 누군지는 알 길이 없다. 비밀투표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수박리스트’는 반란표를 찍었을 것으로 의심이 가는 의원들을 낙인찍는 과정이다.
강성지지 그룹을 중심으로 의원 본인이나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색출하는 작업이 이뤄졌고, 그 내용이 온라인으로 중계됐다. “떳떳하다면 자기가 어떤 투표를 했다고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냐”는 명분이 붙여졌다.
유튜브엔 체포동의안 투표 직후의 국회 본관 앞 상황을 담은 영상이 남아 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민주당 의원 중 찬성투표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을 민주당 성향 유튜버들이 따라붙으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 궁금하다. 대표님의 등에 왜 칼을 꽂는 거냐”고 묻는 영상이다. 침묵하며 가는 의원의 등 뒤로 한 유튜버가 고함을 지른다.
“왜 배신하고 수박이냐고. ○○○(의원 이름)! 뭐가 잘나서 뻔뻔하게 가운데로 걸어가냐 ○○놈아!” 해당 조우 장면만 따서 제작된 쇼츠(shorts) 영상에는 “속 시원하다”, “잘했다”는 응원 댓글이 1000여개 달려 있다.
“그들의 행태는 이미 선을 넘어서고 있다. 강성 당원 지지자들은 정치의 기본 원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본인의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처음부터 낙인을 찍고 있는 것이니까. 이런 지지자들의 행태를 일찍 단속해야 하는데 자꾸 활성화시키는 건 당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3월 15일 통화한 민주당 한 현역의원의 말이다. 이 인사는 당의 단합을 위해 지난 당대표 체포동의안 때 부결을 찍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편으로 지지자들의 그런 ‘압박’은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지지자들의 행태가 문제가 있다면 3월 16일 의원총회와 같은 자리가 있는데 그런 자리에서 당 지도부에게 강하게 문제 제기할 필요가 있지 않나.
“의원총회에서 이야기 못 한다. 의원들의 발언 내용이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되니까. 의원총회 자리에서 말하자마자 문자폭탄을 받는데 제대로 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나.”
-당내 의견 그룹에서 제기하기도 어렵나. 이를테면 ‘더미래’와 같은 의원모임과 당대표가 함께하는 자리가 이번 주에도 있지 않았나.
“그런 자리에서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했다. 당대표에게 여러 경로로 다 전달했다. 나도 표결 결과를 보고서는 화가 났다. 압도적인 부결을 해야 이재명 대표가 여러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데 당내 토론과 절차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지 않고 체포동의안 안건에 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낸다는 건 도의가 아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소통이 안 된다는 뜻 아닌가.
“굉장히 심각하다. 실시간으로 중계되지 않는, 어떤 발언도 보장되는 워크숍을 빨리 열어야 한다. 그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또 틀리다. 개인적으로 속해 있는 의견그룹에서 이 문제를 두고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토론해보니 서로의 입장에 대한 절충점이 생기더라.”
-전 당대표를 영구 제명해야 한다던가,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출당을 권유해야 한다는 청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명이라는 게 명확한 불법과 부정부패에 연루됐을 때 추진하는 인사안이지 정치적 대립 관계로 쫓아낸다면 그게 무슨 당인가. 내부적으로 반대자의 목소리도 보장하지 않으면 어떻게 민주적인 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나.”
“자제 요청 이미 늦었다”
이재명 대표가 강성지지층을 향해 수박표현 등 내부공격 자제를 호소한 것에 대해 전·현직 정치인이나 정치평론가들은 “당연히 나왔어야 하는 요청”이라면서도 “늦은 감이 있다”거나 보다 직접적으로 말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재명 대표가 좀더 강력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당내 소통이 대표가 비명·반명 의원만 만나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가 ‘개딸’(지지자 그룹)에게 더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누구를 위해서 하는 건가. 결국 자기네 한풀이·분풀이밖에 안 되는 것인데, 그 모습은 도움이 안 된다. 결국은 명분과 실리를 가지고 갈 수밖에 없는데 (지금 당내 비명인사를 공격하거나 색출한다는 것은) 명분도 안 맞고 실리도 없다. 현재의 모습을 두고도 당 밖의 국민은 혀를 차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서 중도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김유정 전 의원의 말이다. 그는 “당 지도부에 반하는 의원을 색출하겠다든가, 따라다니면서 인신공격하는 것은 이전에는 본 적도 없는 정치문화”라며 “그런 모습에 대해 민주당에 관심은 있지만, 애정이 없는 국민은 보면서 질려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원존 토크에서 지지층에 밝힌 자제 호소를 이튿날 자신의 SNS에도 게시했다. 지지층에선 그러나 쉽게 받아들일 기미가 안 보인다. 당장 이날 유튜브로 중계된 행사 영상에 달린 실시간 댓글을 보면 이런 댓글들이 눈에 띈다.
“수박 아닌 밀정이다. 개딸 아닌 90% 당원이다. 검찰 2중대를 동지라고 안 한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이들이 동지인가. 밀정 청산 없이 개혁 못 한다. 왜 밀정에게 사과하라고 안 하나”(유튜브 닉네임 ‘정의롭고 행복하기’) 심지어 자제를 호소한 이 대표에게 “실망했다”는 주장도 있다.
“수박들만 감싸고 돌고 지지당원들을 내부 분란이나 일삼는 밀정 취급하는 이재명은 사과하라!”(유튜브 닉네임 ‘푸른바다거북’) 이 대표의 호소를 두고 여러 SNS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 올라온 반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대표의 처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가 할 일은 하겠다.”
“노사모 초창기에도 그런 사람이 많았다. 너무 앞서 나가니까 옆에서 브레이크를 걸면 나 안 한다고 그만둔다. 자기 마음대로 돼야 하는 거다. 그런데 열심히 뛴다고 골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이재명 지지그룹에는 수비수가 없다. 다 전방의 공격수로 나가 있다. 다음 공격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비가 없는 것이다.”
시사평론가 김성순씨의 말이다. 그는 역설적으로 현재의 지지그룹의 행태는 “이재명 당대표를 지킬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람들에게는) 수박을 깨는 것이 중요하지 이재명 감옥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만족도가 이게 높기 때문이다. 자기만족이다. 끝없는 갈라치기는 결국 고립을 낳는다. 이른바 ‘개딸’들도 사회생활을 할 텐데 자꾸 차단하면서 사회에서도 고립돼갈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도 마찬가지다. 당대표된 후 공개적으로 국가원로들을 찾아가 본 적 있나. 연대할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 국가원로들을 찾아가 고개 숙이고 있으면 방패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만나보지 않는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클럽인 노사모나 친문과 현재의 이재명 지지그룹은 결이 다른 팬덤”이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2017년 대선 당시 만들어진 ‘손가혁’(손가락혁명군)이라는 이재명 지지 그룹이 있었다. 지금의 모습을 보면 당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자가발전으로 논리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다른 민주당 지지그룹을 공격도 하고 활동력도 좋았다. 반면 일반 민주당 지지층이 보기에 ‘쟤네는 왜 저래’라고 할 만큼 주류가 이해하지 못하는 성격을 보였던 것이 손가혁이었다. 그게 또 이재명과 흡사하게 맞아 떨어졌다. 그 후 어느 시점에 이르러 자가발전이 오버되면서 이재명이 부담을 느끼는 바람에 수위를 좀 낮추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박신용철 위원에 따르면 그후 팬덤이 쪼개지면서 내분이 일어났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호소를 받아들여 수용 후 조절하자는 쪽과 ‘우리가 지지하는 사람을 막아주려면 더 세게 나가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러다 사라지고 말았다.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로서는 관리하려 하겠지만 ‘따르자’는 쪽과 ‘그래도 갈 길을 간다’는 쪽이 나뉘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싸울 가능성이 높다.” 과연 그렇게 될까.
지지 그룹의 양상을 정치 팬덤으로 묶어 비판하는 것이 생산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출판된 <‘팬덤정치’라는 낙인> 저자 조은혜씨는 “‘팬덤정치’ 또는 ‘정치팬덤’이라는 말 자체가 이들 지지자 그룹이 비이성적이고 맹목적·일탈적 행위를 일삼으며, 사라져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라며 “핵심은 정치 불신, 대의권력 불신, 사회권력 불신이 인물지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인데, 마치 팬덤정치만 사라지면 그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 것처럼 간단히 치환해 버린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이 왜 이런 형태의 정치참여를 하는가부터 짚을 필요가 있다. 팬덤이라고 부르는 것에서부터 내재적 편견이 있다. 이 사람들을 비이성적이고 문제적인 사람으로 보면 답이 없다. 실제 만나보면 정치 고관여층이면서 동시에 주권자 의식을 가진 개인들이다. 비판적 지지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몰라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강하게 지지해야 하는 사정을 봐야 한다. 이런 환경을 이 사람들이 만들었나. 정치 불신이 일어나는 현상의 ‘행위자’만 때릴 것이 아니라 구조를 해소하자는 논의가 오히려 필요한 시점 아닐까.”
정치팬덤 없애면 해소될까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이 끝나고 다시 ‘민주당의 시간’이 돌아왔지만, 전망이 밝진 않다는 것이 기자가 접촉해본 대부분의 정치권 인사나 시사평론가, 선거 컨설턴트의 반응이었다. 김유정 전 의원의 말이다.
“중요한 것은 민심이다. 우리가 아무리 떠들어봤자 민심이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정말 중요하다. 민심 앞에 장사 없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다시 말해 지역구 민심이 험악해지면 친명이고 비명이고 상관없이 혁신론이 분출돼 나올 것이다. 그 시점이 언제일 것인가를 눈여겨봐야 한다.”
당장은 5월 말로 다가오는 원내대표 선거다. 의원들이 치르는 원내대표 선거의 경우 친명 인사의 당선은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내년 총선 공천권이 걸려 있는 만큼 의원들의 견제심리가 작동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6월로 예정된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 후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설정도 관전포인트다. 거취문제를 포함, 어떻게 하든 손을 잡는 모양새를 만들어내야 할 필요가 있어서다. 제명 등 축출을 주장하는 강성지지층의 요구와는 다른 속사정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어찌 됐든 민주당으로서는 이재명 체제로 간다고 봐야 하는데, 이 대표가 당면한 최대 문제는 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총선 불안감과 공천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체포동의안 이탈표는 조직적인 반란이라기보다 총선 불안감에 기인한 ‘이재명 당신의 대책은 뭐냐, 빨리 내놓아라’라는 메시지”라며 “총선은 시간이 남았고, 공천 불안감은 지난 대선 때 이낙연 측에 섰던 이개호 의원을 공천TF단장으로 임명하면서 해소하려 하지만 완전히 무마되진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민주당이 처한 딜레마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끌어안으면서 동시에 정당지지율을 끌어올리기엔 쉽지 않은 여건에 있다”라며 “원론적이지만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으려면 과거 선거 전성시대 때 구가했던 ‘2050연합’을 복원해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의 2030세대가 요구하는 주요 현안 기조로 민주당의 모습을 바꿔야 이재명 대표도 살고 총선도 이길 수 있다는 조언이다. 역시 쉽지 않은 길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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