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하면서 돈풀기' 레고랜드發 돈맥경화 풀릴까

연지안 2022. 11.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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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채안펀드 5조 2차 유동성 공급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최상목(왼쪽부터) 경제수석, 이복현 금감원장, 추 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 지원, 5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추가 캐피털콜(펀드 자금 요청), 은행 예대율 규제 완화 등의 유동성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자금경색 상황이 해소될지 관심이다. 대표적인 단기자금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 만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회사채 금리 안정과 은행권 대출여력 등 금융시장 안정 상황이 시장불안을 해소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50조+α' 이어 2차 유동성 지원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추가 금융시장 유동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진화될지 주목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3일 발표된 50조+α 시장안정대책을 시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 기준금리 인상 이후인 28일 채안펀드 유동성 지원을 골자로 한 2차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회사채 금리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 대응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유동성 조치 이후 회사채 금리는 다소 하락한 상황이다. 3년물 AA- 등급 회사채 금리는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달 21일 5.73%에서 이달 25일 5.38%까지 떨어졌다. 다만 기업들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 수단인 CP 금리는 지난 9월 21일(3.13%) 이후 4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채권시장 불안으로 CP를 사겠다는 수요는 줄었는데 자금조달이 막힌 기업들은 단기자금시장으로 몰린 데 따른 것이다.

'최악' 넘겼지만 채권시장 불안 여전

정부의 50조+α 대책으로 최악의 고비는 넘겼지만 CP만기가 도래하는 등 채권시장 전반적인 유동성 부족 우려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현재 큰 상황은 일단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다"며 "원래 대책을 발표하고 나면 길게는 한두 달 정도 걸린다. 더 나빠지는 부분을 방어 해놓고 나면 수급 여건이 개선되거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술적으로도 CP 금리는 (시장 상황에) 후행한다"면서 "연말을 앞두고 CP 수요는 줄어드는데 회사채 시장이 어려워 CP 시장으로 (기업이) 몰려 수급이 안 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미국 등 주요국 물가지수 및 금리결정 발표 등 주요 이벤트가 남아있고 부동산 경기 부진, 연말 결산 등에 따른 자금수급 변화 등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또 중소형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 우려도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경우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PF ABCP 중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이 약 1조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고랜드와 같은 부동산 PF에서는 시행사에 자금을 공급해준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바탕으로 시장에 유동화를 시키는데 단기자금시장에서 ABCP를 발행해 만기를 짧게 가져간다. 사업완료까지 몇 년이 걸리는 부동산 개발사업 특성상 이자를 받기까지 상당히 오래 걸리기 때문에 90일 단위로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구조로 바뀐다는 것이다.

연이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기피와 '레고랜드' 발 채권 시장의 불안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제2금융권과 건설업체들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5조 채안펀드 한은이 절반 지원.. 금융사 규제도 완화

이에 정부는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12월 국고채 발행물량을 9조5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축소하고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의 발행 물량 역시 줄이고 시기를 분산하거나 은행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통제 가능한 초우량 채권의 유통량을 줄여 시장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연초까지 은행들이 한전 등에 대출을 많이 늘리면서 불확실성을 줄일 것이라는 기대다.

이어 총 2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채안펀드에 5조원 규모의 추가 캐피탈콜도 실시하면서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한국은행도 5조원의 절반까지 지원하면서 유동성을 공급해 안정적인 지원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상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장안정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사들의 규제 완화도 시행돼 자금난이 해소될 지 관심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대해 예대율 규제를 추가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중기부·문체부 등 정부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11가지 대출을 예대율 산정시 대출금에서 제외키로 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은행의 예대율 규제비율을 현행 100%에서 105%로 6개월 이상 완화해주기로 한 바 있다. 대출한 만큼 예금을 쌓아야 한다는 예대율 규제에서 일부 대출을 제외해주면 은행으로서는 예금을 더 끌어모으지 않고도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긴다. 이번 규제 완화로 은행들의 예대율은 0.6%p가 축소돼 8조5000억원의 유동성 공급 여력이 발생한다는 추산이다.

연말 퇴직연금 머니무브도 변수

3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도 연말 머니무브를 앞두고 채권시장 불안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퇴직연금은 통상 사업자와 기업 간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연말에 수십조원의 자금 이동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더 높은 수익성을 약속한 곳으로 퇴직연금 사업자가 바뀔 경우 채권 매각이 불발되거나 불가피하게 헐값으로 팔아야 할 경우 사업자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에 규제 완화를 시행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퇴직연금과 관련해서는 차입 규제를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해 퇴직연금 계정의 10%로 제한된 차입 한도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불가피하게 자금의 급격한 이동에 대해서 퇴직연금 사업자들에게 유동성 문제가 안 생기도록 조치한 것으로 채권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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