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한다는 아이가 싸늘한 주검으로…결석생 관리 한계

최은지 2023. 2. 8. 1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학대 피해' 초등생 11월 말부터 결석…학교는 유선상 확인만
멍든 채 숨진 초등생 살던 아파트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8일 오전 온몸에 멍든 채 숨진 초등학생 A(12)군이 살던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 현관 앞에 자전거들이 놓여 있다. 경찰은 전날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친부 B(39)씨와 계모 C(42)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2023.2.8 chamse@yna.co.kr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홈스쿨링을 한다며 학교에 결석한 초등학생이 학대 정황으로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당국의 장기결석 학생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초등학교 5학년 A(12)군은 지난해 가정학습과 교외체험학습으로 57일을 사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한시적으로 체험학습 일수가 늘어났는데도 A군은 하루도 남기지 않고 허용 일수를 모두 사용한 것이다.

A군 부모는 체험학습 일수를 다 쓰고도 지난해 11월 24일부터는 "필리핀 유학을 준비하고 있어 홈스쿨링을 한다"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이에 A군은 태만·가출이나 합당하지 않은 사유로 열흘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아 출석이 인정되지 않는 미인정결석 학생이자 집중관리대상자로 분류됐다.

시교육청의 미취학·미인정결석 학생 관리 매뉴얼은 미인정결석 학생 가운데 홈스쿨링을 하거나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아동 등은 집중관리대상으로 지정해 관리하도록 했다.

게다가 A군은 '5일 이상 체험학습을 신청한 만 18세 미만 학생'으로 담임교사와 주 1회 통화가 의무사항이어서 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었다.

학교 측은 그러나 의붓어머니 B(43)씨가 결석 일주일만인 지난해 12월 1일 A군을 직접 데리고 학교를 찾자 따로 가정방문은 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12∼1월에는 A군의 소재와 안전을 3차례 유선으로만 확인해 시교육청에 보고했다.

관련 매뉴얼은 아동학대 의심 수사가 필요한 경우 경찰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당시 A군과 관련한 학대 정황은 확인되지 않아 경찰 협조까지는 요청하지 않았다고 교육당국은 설명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A군은 소재와 안전이 확인됐고 출국 예정으로 출석을 독려할 필요가 없어 가정방문과 내교 요청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학교로 찾아와 상담했을 당시 아동학대나 폭행이 의심되는 정황도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홈스쿨링 등을 이유로 장기결석을 한 초등학생이 숨진 상태로 발견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교육당국의 미온적인 대처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인천에서는 2021년 3월 가정학습과 교외체험학습을 이유로 장기간 결석하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부모 학대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이 학생은 코로나19 여파로 등교·원격 수업을 병행한 2020년 5월부터 2021년 3월 사망 전까지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하며 학교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당시 인천은 교외체험학습 허용일이 최대 44일이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이 학교의 전체 등교수업 일수가 44일에 미치지 않아 이 같은 결석이 가능했다.

학교 측은 잦은 결석에 아이 상태를 확인하고자 가정방문을 하려 했지만 부모는 "집이 자주 비어 있다"거나 "영종도에 집이 없다"며 이를 모두 회피했다. 그 사이 아이는 숨졌다.

2016년 9월 대구에서도 3년 이상 홈스쿨링을 하다가 겨우 며칠간 학교에 등교한 초등학교 4학년생이 실종됐다가 어머니·누나에 이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는 2013년 3월 초등학교 입학식날 학교에 처음 얼굴을 비추고는 아이를 누나와 함께 홈스쿨링시키겠다며 학교 측의 등교 독려를 무시했다.

이 학생은 2016년 초 학대의심 아동으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지만, 학대 흔적이 없어 재취학 때까지 홈스쿨링을 계속할 수 있었다. 긴 홈스쿨링 후 고작 4차례만 학교에 나온 이 학생은 결국 사각지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지역 교육당국은 이 학생의 취학을 독려하고자 집을 찾아갔으나 방문을 거절당하거나 어머니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미인정결석 학생과 관련한 매뉴얼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전에 가정방문을 하려던 교사가 주거침입으로 고소된 전력도 있는 데다 A군은 부모가 이미 학교로 찾아왔기 때문에 가정방문을 맘대로 할 수 없었다"며 "매뉴얼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담당 부서와 고칠 부분을 살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오후 A군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로 B씨와 그의 남편 C(40)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chams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