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주 '현금없는 버스' 시범 첫날, 큰 혼란 없었지만…

9월까지 도내 218개 전체 노선서 운영
외국인 불편 불가피... "QR 결제 가능"
모니터링으로 시범 연장-전면 시행 결정
현금 없는 버스 제주 시범 운영. 한라일보DB

[한라일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연이어 '현금 없는 버스'를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에서도 1일부터 시범운행이 이뤄졌다. 운행 첫날 대부분의 승객들이 카드로 요금을 납부해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들 다수가 카드보다는 현금 지불을 하면서 전면 시행될 경우, 이들의 불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금 없는 버스 시범운영 첫날인 1일 제주시내 한 일반 간선버스.

제주버스터미널을 출발해 일주동로를 따라 서귀포버스터미널까지 운행하는 이 버스는 함덕리, 동복리 등 많은 관광지들을 두루 거치는 탓에 많은 도민과 관광객들이 이용했다. 이들은 대부분 각자 입구에 마련된 버스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찍으며 순조롭게 탑승했다.

그러나 곧 "잔액이 부족합니다" 소리와 함께 한 관광객이 당황을 하기 시작했다. 이 관광객은 기사에게 "현금 지불도 가능하죠?"를 묻고는 급히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들었다.

기사는 "3개월 뒤에는 현금 납부가 안 된다"면서 "다음부터는 카드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로 한 30분쯤을 달려 도착한 함덕해수욕장 인근 버스정류장.

이번에는 외국인 관광객 5명이 대거로 탑승했다. 이들은 손가락을 활용해 5명이라는 것을 알리더니 한 명이 대표로 손에 쥔 지폐 뭉치를 그대로 돈통에 넣었다.

기사는 '현금 없는 버스'를 알리려는 듯 입을 열었으나, 중국어가 들리자 이내 입을 굳게 다물고는 버스를 출발시켰다.그 뒤로도 동복리 등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장소에서 다수의 외국인들이 현금으로 요금을 납부하면서 버스에 올라탔고, 기사는 외국인인 것을 확인하더니 별다른 안내를 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태를 대비하듯 버스 내부에는 한국어와 외국어로 안내 포스터가 붙었고, 버스 내부에 설치된 안내판에서도 노출되고 있었지만, 이를 유심히 살피는 탑승객은 없었다.도민과 관광객들은 제도 시행에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만일의 경우에 대해 우려했다.

도민 A씨는 "카드를 늘 챙기고 다니긴 하지만, 깜빡하고 안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계좌이체도 가능하니 다행인데 탑승객들이 밀려있고 운행도 지연되는 상황에서 과연 계좌이체를 할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핸드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과 계좌이체가 불가능한 외국인들은 카드가 없을 경우 요금납부에 심한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했다.

도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이용 불편이 예상됨에 따라 외국인이 많이 사용하는 결제 플랫폼을 분석, 해당 플랫폼에서 QR결제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환승·할인 혜택으로 인해 공항에서 교통카드를 구입하고 있지만 그러지 않는 관광객들도 있을 것"이라면서 "이들을 상대로는 QR결제를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내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이달부터 교통복지카드가 발급될 예정이어서 버스를 이용하는데 큰 불편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다만, 급행이나 리무진 버스 등에서는 복지카드 사용이 제한돼 있어 그쪽에서 부득이하게 불편이 생길 수도 있다. 시범 운영 기간 해결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3개월간 시범 운영 기간을 가지고 오는 10월부터는 '현금 없는 버스' 전면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단, 모니터링을 거쳐 필요 시 시범 운영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채현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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