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투표율에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민들이 직접 정해야"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등 부상
"유권자 관심 높여야" vs "교육 정치화"
"선거 공영제 강화, 제한적 직선제 검토"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23.5%라는 저조한 투표율로 막을 내리며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란이 재점화됐다. 막대한 선거비용에도 불구하고 주민 대표성은 높지 않아서다. 2026년 6월 예정된 전국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명 중 1명 투표…'깜깜이 선거' 언제까지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는 전체 유권자 832만1,972명 중 195만3,089명이 참여해 투표율이 23.5%로 집계됐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로 한정하면 직선제가 도입된 2008년(15.4%) 이후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를 제외한 시도교육감 재보궐선거 투표율로는 2009년 충남교육감 보궐선거(21.2%) 이후 최저다. 가장 최근이었던 지난해 울산시교육감 보궐선거(26.5%)에도 못 미쳤다. 반면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와 같은 날 치러진 기초단체장 4곳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은 53.9%였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들어간 비용은 약 560억 원으로 추산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이해당사자 축소, 정당 개입 금지에 따른 후보와 정책에 대한 정보 부족 등이 교육감 선거 투표율이 유독 낮은 이유로 꼽힌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수 감소로 학부모 등 이해당사자가 줄어들면서 유권자들의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며 "선거 비용 부담이 크고, 초·중등 교사들의 출마 문턱도 높기 때문에 후보군도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투표율이 매번 저조하자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1950년대부터 1991년까지 대통령이 임명했던 시도교육감은 지방자치제도 발전과 함께 1991~2006년 시도 교육위원회나 학교운영위원 등 선거인단에서 선출했다. 하지만 후보가 선거인을 매수하는 등 잦은 부정행위와 주민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문제 제기로 2007년 1월 직선제로 바뀌었다.
직선제 도입 후에는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선거가 치러져 '깜깜이 선거' 등의 문제가 부각됐다. 또한 후보들의 정치적 노선에 따라 표가 갈려 정치 중립성 훼손 논란이 선거 때마다 반복됐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치 중립성이 강조되는 교육감 선거가 현실에서는 정반대로 후보들의 정치적 노선에 따라 결정된다"며 "시도지사가 임명하거나 시도의회에서 선출하는 간선제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지난해 국정과제로 시도지사가 교육감과 함께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국회에도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러닝메이트제 vs 제한적 직선제
반면 러닝메이트제 등이 정치 개입을 강화해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해친다는 우려도 크다. 17일 미국 교육감 제도 관련 보고서를 낸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미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주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주가 감소 추세"라며 "시도교육감을 지정하는 러닝메이트제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에서 주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주는 1992년 26개에서 2020년 19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을 선출하는 주는 9개에서 18개로 늘었다. 13개 주에서는 주민이 직접 뽑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면 일반 행정 예산과 교육 예산이 통합돼 교육에 대한 투자가 부실해지고 정당 공천 영향을 받는 시도지사의 개입으로 교육의 정치화도 크게 우려된다"고 짚었다.
이에 직선제를 유지하되 선거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 등 교육 관련 이해당사자들만 투표에 참여하는 '제한적 직선제'를 도입하거나 교육감 선거에 한해 현재 만 18세 이상인 선거 연령을 낮추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해당사자의 범위 설정, 전국 단위 선거와의 형평성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당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교육감 선거의 한계를 보완해 정부가 교육감 선거운동 비용을 부담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TV 토론회 등을 주관하는 등 선거 공영제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 조사관은 "헌법에 명시된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감 선출 방식을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며 "지역에서 직선제든 러닝메이트제든 어떤 방식으로 교육감을 뽑을지 논의한 후 국회에서 특례 규정을 만든다면 지역 교육 특색도 살릴 수 있고, 주민 투표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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