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동결, 대중교통 무료, 최저임금 30달러로 미국 뒤흔든 맘다니의 반란!

[기고- 미셸 강 美 조지아주 하원 후보]

'Zohranomics'를 도입하자

지난 6월 24일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의 선거결과가 미 남부를 강타했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미 남부 조지아주(州) 귀넷 카운티 지역 민주당 채팅방에서는 “우리도 Zohranomics(조라노믹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앞다투어 올라왔다. 그의 급진적인 진보 공약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10년간 뉴욕 주지사를 지낸 앤드류 쿠오모를 상대로 약 10% 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는 소식에 우리 모두 들떴다.

나는 지난 6월 12일 조지아 귀넷 카운티 주하원 99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정치인이다. 귀넷 카운티 제99선거구는 15만 명에 달하는 조지아 및 애틀랜타 한인 커뮤니티의 상징적인 지역이다. 여기엔 현대기아차, SK, 한화 등 한국 대기업의 미국 법인이 밀집해 있다. 한인 상권이 가장 활발하게 형성된 곳이기도 하기에 이번 선거는 한인 사회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다.

미 조지아주 하원 선거에 출마한 미셸 강이 흑인 커뮤니티단체 'LEVEL UP DAY'로부터 커뮤니티 챔피언상을 수상했다.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미셸 강.

대선 패배한 민주당 진보진영의 승리

나도 이러한 급진적 공약으로 맘다니가 뉴욕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는 맘다니가 뉴욕 주민들의 염원과 필요를 정확히 읽어낸 결과였으며, 특히 고소득층의 지지도가 24%에서 42%로 급등했다는 점은 진보진영에 큰 반전을 선사했다. 민주당 후보인 필자에게도 많은 성찰을 불러왔다.

맘다니의 공약은 미국 진보진영이나 한국의 진보, 중도진보 진영 모두에게 파격적이었다. 임대료 동결을 필두로 ▲신규 주택 공급 확대 ▲대중교통 무료화 ▲최저시급 30달러로 인상 ▲고소득층 소득세 인상 등과 함께 임차인 권리를 강화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 그리고 공공 식료품점 설치와 공공주택 예산을 2배 이상 증액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현재 미국과 조지아주의 가장 큰 과제는 ‘주거의 부담 가능성(affordable housing)’과 ‘교통 문제’다. 특히 주거 문제는 연방, 주, 카운티, 시 정부의 관할이 얽혀있고, 용도 변경(zoning)과 건축허가는 카운티에서 결정되는 행정이어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팬데믹 이후 자재와 인건비가 급등하는 바람에 40만 달러 이하의 주택 건설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됐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주택난이 절실한 문제지만, 각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나서지 않는 한 해결이 쉽지 않다. 특히 사모펀드가 주택시장과 임대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맘다니가 초부유층이 거주하고 집값과 임대료가 가장 비싼 뉴욕에서 임대료 동결과 신규 주택 공급을 공약으로 내건 것은 임대인의 반발과 시장의 논리와 정면으로 맞서는, 사실상 파격에 가까운 전략이었다. 필자도 지난 2024년 주하원 선거공약을 정할 때, 중간소득이 조지아주나 귀넷 카운티보다 높은 지역구 특성을 고려해 ‘주거비용 절감(lowering housing cost)’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affordable housing’이라는 표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유권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에 맞선 '파격 공약'들이 먹혀들다

맘다니는 더 파격적이었다. 2025년 미국 뉴욕시장 민주당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 나선 그는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정의하며, 대중교통 무료화, 고소득층 소득세 인상, 공공 식료품점 개설, 공공주택 예산 증액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러한 공약은 기존에 누구도 내세우지 못했던 ‘금기’ 같은 내용이었다. 선거에서 그 공약들이 얼마나 절실한지, 사회 안전망이 얼마나 붕괴됐는지를 뉴욕 유권자들이 직접 표로 증명했다. 주거와 식생활을 시 정부가 보장하겠다는 약속은, 맘다니가 저소득층의 삶의 질 향상을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미국에서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고소득층 소득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선거 자금의 상당 부분이 부유층과 슈퍼 PAC(Super Political Action Committee)에서 나오기에, 이같은 공약은 이들의 지원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없는 초강수였다. 실제로 그를 떨어뜨리기 위해 최소 2천만 달러(약 275억 원)가 투입되었는데, 많은 월가 재력가들이 주도한 낙선 운동 자금이었다.

불과 반년 전,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는 물가·인플레이션, 이민, 성별·성적지향등을 집중 공략하며 미디어를 통해 네거티브 전략을 펼쳤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과 문화전쟁, 이른바 ‘woke’ 논쟁도 유권자 분열을 자극했다.

민주당은 총기 규제, 여성 권리, 헬스케어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조지아 주하원에서는 단지 2석을 추가 확보하는 데 그쳤다. 반면 공화당은 주택 소유주에 대한 homestead exemption(일종의 재산세 감면제도)을 두 배로 확대했고, 독신·세대주·부부 공동 신고 대상자에게 250~500달러의 환급 정책을 강력하게 홍보했다. 이번 뉴욕 시장 예비 선거에서도 가장 큰 변수는 ‘경제’였다.

뉴욕시장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승리한 조란 맘다니 주하원의원. 사진=연합뉴스

정치인이라면 '유권자의 住와 食' 해결에 나서야 한다

대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의 상황에서 맘다니는 민주당 내에 새로운 도전과 방향성을 제시했다. 최종 집계에서 전체 민주당 경선 투표 수는 약 100만 2천 표로 1989년 이후 최다였으며, 맘다니는 이중 약 56만 표 이상을 얻어 NYC 시장 경선 역사상 최다 득표 기록을 세웠다. 그의 공약은 반시장적·급진적이었고,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있었으며, 민주당 중도파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활 밀착형 공약은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었고, 투표로 연결됐다.

맘다니의 성공은, 이제 민주당이 인간의 기본권인 ‘주(住)와 식(食)’ 문제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지금 미국은 트럼프의 ‘One Big Beautiful Bill’로 인해 10년간 SNAP(푸드스탬프, 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저소득층 식품 지원 프로그램) 예산이 2,950억 달러(한화 약 410조 원) 삭감돼 수백 만 명이 혜택을 잃을 상황에 직면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조차 푸드스탬프 없이는 식사를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했다.또한 ‘OBBB 법안’에 포함된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으로 10년간 7,930억 달러가 줄어들면서 1,030만 명의 사람들이 정부지원 의료프로그램을 잃게 된다.

민주당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저소득층을 위한 예산 및 정책을 확보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했다. 관련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내년 중간선거에서 각주 의회의 다수당을 확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예견된 승리, 저비용·고효율 선거캠페인

돌이켜보면, 맘다니의 승리는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시장 선거에 첫 출마한 신진 후보가, 급진적 공약을 들고 나와도 손해볼 게 없었다. 33살의 그는 쟁쟁한 후보인 쿠오모와 경쟁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젊은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반면 쿠오모의 온건한 공약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과 변화를 원하는 젊은 층에게는 충분치 않았다.

경쟁자였던 앤드류 쿠오모(67세)는 전 뉴욕 주지사 마리오 쿠오모의 아들로 클린턴 행정부 시절 HUD 장관, 뉴욕주 법무장관을 지냈지만, 전형적인 기성 정치인의 틀을 벗기 어려웠다. 성추문 및 각종 수사로 사임한 이력은 그의 도덕성과 신뢰성에 이미 금이 갔다.

젊은 맘다니는 선거 캠페인 방식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쿠오모는 2,4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해 전통적인 TV 광고, 전단지, 프린트물, 디지털 등을 통한 선거 캠페인을 벌인 반면, 맘다니는 800만 달러를 모금하는데 그쳤다. 평균 기부액은 84달러로, 그중 90%가 뉴욕시 시민으로부터 나왔다. 그러나 저비용 고효율 캠페인 전략을 구사하며 거리 유세와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했고, 열정적인 자원봉사층을 구축했다. 당선 가능성을 좌우하는 지표로 여겨지는 선거자금은 쿠오모 2,400만 달러 대(對) 800만 달러였다. ⅓만 모금하고도 10% 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는 점이야말로 그의 전략이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또한 그의 인도계 무슬림 정체성과 친팔레스타인 성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반대하는 젊은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콜롬비아대, 하버드대 등에서 반이스라엘 운동에 참여했다 탄압받았던 학생들이 그에게 공감했고, 친 이스라엘 진영이 3,500만 달러를 쏟아부어 낙선 운동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게이 퍼레이드에 참가한 조란 맘다니. 사진= 연합뉴스

금기를 깨뜨린 '맘다니 현상'

맘다니는 미국 정치의 ‘금기’ 요소를 모두 아우르며 급진적 공약으로 논란과 관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오는 11월 뉴욕시장 본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승리는 민주당이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심지어 한국의 젊은 정치신인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미국 정치에서 '맘다니(Zoran Mamdani) 현상'은 단순한 선거 전략의 성공 그 이상이다. 그는 정치를 어렵고 딱딱한 것으로 보지 않고,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커뮤니티가 함께 즐기는 ‘문화적 실천’으로 만들어낸 인물이다. 실제로 그의 선거 캠페인은 거리 퍼레이드, 청년들의 노래와 춤, 야구 유니폼을 입은 자원봉사자 등으로 채워졌고, 유권자들과의 간격을 허물며 정치의 문턱을 낮췄다. 그 흐름은 지금의 미국 정치뿐 아니라, 앞으로의 한국 정치에도 큰 시사점을 줄 것이다. 특히 미국 내 한인 사회에 새로운 정치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더더욱 주목해야 할 사례라 생각한다.


※ 미쉘 강은 미국 조지아 주하원 99지역구(스와니시, 둘루스시와 슈가 힐시 일부를 포함하는 교외 주거 지역구)의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정치인이다. 지난 1992년 조지아로 이민간 이민 1세대다. 2009년 조지아대학교(UGA)에서 공공행정 석사(MPA) 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비영리단체에서 아시안 및 이민자 커뮤니티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2021년 3월 16일 애틀랜타 총격 사건 이후, 애틀랜타 한인 증오범죄 방지위원회 공동 설립했으며, 2021~2023년 귀넷카운티 의장 시민 예산 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