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에서 15년째 분식집을 운영 중인 김 모 씨는 요즘 밤마다 이자 납입일을 걱정합니다. 코로나19로 한차례 큰 고비를 넘겼지만, 고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이제는 매출 대부분이 이자와 임대료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김 씨뿐만 아니라 숙박·음식업계 전체가 이 같은 ‘한계 생존’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내수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 특성상 회복이 쉽지 않습니다. 점점 줄어드는 손님과 오르는 원재료값 속에서 대출이 유일한 버팀목이 되었다는 자영업자들의 고백은 이제 흔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대출 증가 속도 ‘역대 최고’… 1분기만 1조 4000억 추가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숙박·음식점업의 대출 잔액은 무려 90조 4269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전 분기보다 1조 4079억 원이 증가한 수치로,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입니다. 비단 경기 침체뿐 아니라, 최근까지 이어졌던 정치적 불확실성도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준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으며, 이는 팬데믹 이후 3년 만의 최저치입니다. 장사를 계속 이어가기 위한 자금줄이 줄어드는 가운데, 고정비와 대출금은 자영업자들에게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중채무자 176만 명… 1인당 평균 4억 3천만 원 빚
금융권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자 중 다중채무자는 이미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자영업 대출자 311만 명 중 176만 명(56.5%)이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지고 있는 빚은 평균 4억 3000만 원 수준이며,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70.4%에 달합니다. 특히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에서의 연체율도 급격히 상승 중인데, 저축은행은 11.7%로 9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여전사는 3.67%로 10년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자금 흐름이 막힌 영세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신용 한계에 도달했으며, 이는 금융시장 전반의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50조 만기 앞두고 ‘배드뱅크’ 카드… 효과는 미지수
더 큰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코로나19 당시 유예되었던 대출의 만기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9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출은 총 50조 원 규모입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배드뱅크’ 설립 등 다양한 정책적 카드를 준비 중입니다. 배드뱅크는 부실 채권을 매입해 정리하는 구조로, 채무자에게는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금융권에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모든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일괄적 탕감보다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선별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생계형 폐업자를 위한 질서 있는 정리가 필요하다”며, 무분별한 탕감이 오히려 시장 신뢰를 해칠 수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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