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논술시험 유출 논란 확산…시험지 '인증샷'도 등장(종합)

장보인 2024. 10. 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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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열 연습답안도 온라인에…학생·학부모 항의 쇄도
학교 측 "관리감독 소홀…사진 찍어 올린 수험생 모두 특정"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 시험 마친 수험생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2일 연세대학교 202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2024.10.12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장보인 기자 =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문제가 온라인에 유출됐다는 논란에 대해 대학 측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4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지난 12일 연세대 논술 시험 당시 대학 측의 허술한 관리·감독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시물을 여러건 볼 수 있다.

수험생들은 한 고사장에서 시험지를 미리 배부한 실수 외에도 대학 측이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논술 시험지가 온라인에 게시됐으며, 일부 고사실에서는 좌석 간 간격이 넓지 않아 주변 학생들의 답안이 보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는 수험생이 촬영한 듯한 자연계열 시험 문제지와 인문계열 시험의 연습 답안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한 커뮤니티에 논술 시험지와 답안지 위에 수험표를 놓고 찍은 '인증샷'도 올라왔다.

사진 속 촬영 시간은 논술 시험 시작 1시간 전인 12시 59분으로 표시돼 있는데 게시자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데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글을 함께 올렸다.

이를 본 수험생들은 해당 사진이 시험지를 실수로 일찍 배부했던 고사장에서 촬영됐다고 추정하며 시험지 배부 전 휴대전화 이용을 제한했다는 학교 측의 해명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여기에 시험 시작 전 온라인에 문제가 공유돼 챗GPT로 이를 풀어 인증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앞서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치러진 한 고사장에선 감독관의 착각으로 시험지가 시험 시작 1시간여 전에 교부됐다가 회수되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온라인에 문제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연세대 논술시험 인증사진 [디시인사이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별개로 해당 논술시험 중 4-2번 문항에서는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돼 학교 측이 시험 종료 30분 전에 이를 공지하고 시험 시간을 20분 연장하는 일도 있었다.

대학 입학처는 전날 입장을 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논술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만한 행위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현재 대학 측에는 수험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수백건의 항의 전화·메일 등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계열 논술 시험에 응시했다는 20대 박모씨는 "수험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입학처의 입장문과 대치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며 "학교는 정확한 문제가 (인터넷에) 공개되지 않아 유출이 없었다고 하지만 얼핏 문제의 유형만 봐도 풀이 과정을 생각할 수 있으니 유출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문제 유출을 떠나 일부 학생들이 시험지를 먼저 받아봤고 회수 이후(자습시간)에 다시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라며 "학생들이 검색도 해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건데 공평하고 공정한 시험이었다고 할 수 있나"라고 토로했다.

인문계열 논술 시험을 봤다는 김모(20)씨도 "시험지든 연습지든 외부로 유출이 되면 안 되는데 결국 온라인에 올라왔다는 건 감독·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는 계속되는 논란에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내부에서 구성한 위원회에서 개선책을 논의하고 있다. 수험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고,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어떻게 조치하고 향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은 온라인에 올라온 시험 문제를 촬영한 사진들의 경우 일부 수험생이 시험 종료 뒤 불법적으로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시험지 등의) 사진을 찍어 커뮤니티에 올린 이들은 모두 특정했으며 처리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재시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대학은 재시험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입시업계에서는 문제 출제 오류와 유출 의혹이 중요한 사안이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재시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이 어떤 영역에서 출제되는지 인지만 했더라도 재시험은 불가피하다. (완전한 문제 유출이 아니라) 어느 영역에서 나왔는지 봤어도 이미 유출로 봐야 한다"며 "간단히 넘어갈 사안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 대표는 "재시험을 본다면 일정도 빠르게 잡아야 하고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타대학 입시 일정에도 영향을 주는데 이미 각 대학 논술 면접 일정이 다 짜여 있는 상황에서 재시험 일정 잡기는 간단치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일단은 문제 오류 때문에 시험 시간도 뒤로 밀리고, 학생 입장에서 충분히 문제 삼을 건은 될 거 같다"면서도 "물리적 일정 때문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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