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밀리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차급은 보통 준중형 모델부터로 본다. 물론 소형 차량도 가족들이 타기엔 문제 없지만, 성인 4명 정도가 타야하거나 짐까지 있는 상황이라면 공간 면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이 당연. 아이가 어리다고 해도 카시트 장착은 물론이고 아이에게 필요한 짐, 유모차 등등이 더해지면 짐의 양은 성인 2명이 움직일 때의 곱절 이상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이유로 먼저 경험한 육아 선배들이 ‘이왕이면 큰 차’를 추천하는 것이고, 그 기준점이 준중형 모델인 것.

내연기관 모델에서야 다양한 준중형 제품이 선보이고 있는데, 친환경차 시장에선 이제 대중화에 접어들어 조금씩 라인업을 넓혀가는 상황이라 선택지가 그리 넓지 않았다. 기아에서는 첫 전용전기차인 EV6를 시작으로 EV9, EV3, EV4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라인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9월 3일 새롭게 준중형 전기 SUV EV5를 출시했다. 하루 전 실물을 미리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현장을 찾았다.


‘전기차’하면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 유선형이나 슬림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그만큼 공간의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번 EV5는 먼저 선보였던 EV3와 비슷한 느낌의 2박스 형태의 디자인을 채택해 효율성을 조금 희생한 대신 실용성을 높이는 선택을 한 것이 특징이다. 외관은 기아 제품에 두루 적용되고 있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적용되어 익숙한 모습이 반갑다. 박스 형태지만 역동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요소들을 차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후면에서는 깔끔한 라이트 디자인에 넓은 테일게이트로 SUV의 강인함에 세련미를 더했다. 차량의 크기는 전장 4,610mm, 전폭 1,875mm, 전고 1,675mm, 휠베이스 2,750mm로 스포티지보다 전장과 휠베이스가 약간 작은 정도다.


인상적인 디자인은 실내에서 볼 수 있다. 볼륨감 있는 덩어리에서 조각칼로 파낸듯한 크래시 패드의 형상에서 디자이너의 대담함이 느껴진다. 파낸 부분 위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얹어 놓았고, 도어에는 각기 다른 느낌의 소재를 조합해 기아의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 United,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을 보여주고 있다. 스크린 아래로는 터치형 단축 버튼을 트림 내로 삽입해 배치했는데, 스크린 사용 중 손이 닿으면 원하지 않는 메뉴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이 부분을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



전기차답게 실내 공간은 널찍한데다 다양한 사양을 적용해 안락함을 제공한다. 우선 1열에는 릴렉션 컴포트 시트를, 그리고 운전석에는 에르고 모션 시트를 적용했다. 센터 콘솔은 1열은 물론이고 2열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랍식 수납공간을 더해놓았다. 2열은 동급 최고 수준인 1,041mm의 레그룸을 확보해 성인이 탑승하기에도 불편함이 없으며, 1열 시트 등받이에 2열 탑승자가 식사나 사무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시트백 테이블을 더해놓았다. 2열 시트 등받이를 접어내리면 평평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풀 플랫 시트를 적용해 화물 적재나 아웃도어 활동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적재함은 기본 965L에 바닥면을 2단으로 설계해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고, 적재함 측면에 수납공간이나 소품 등을 걸어놓을 수 있는 기아 애드기어(AddGear)를 더해놓아 편의성도 갖췄다.

파워트레인은 전륜구동 모터에 CATL의 81.4kWh NCM 배터리를 적용해 최고출력 160kW, 최대토크 295Nm의 성능을 내며, 향후 사륜구동이나 고성능인 GT 모델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기아측은 밝혔다. 전비는 5.0km/kWh를 확보해 1회 충전으로 460km까지 주행 가능하다. 승차감 향상을 위해 후륜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해 2열 탑승자의 편안함을 확보했다. 충전은 350kW 충전기 사용시 배터리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약 30분밖에 걸리지 않아 장거리 이동 시에도 부담이 덜하다. 또한 모든 회생 제동 단계에서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 가속부터 감속, 정차까지 가능한 i-페달 3.0이 적용되어 운전 편의성을 높였으며, 전방 교통 흐름 및 내비게이션 정보를 사용해 회생 제동량을 자동으로 설정하는 스마트 회생 제동 시스템 3.0도 갖췄다.



EV5에도 다양한 주행보조 및 안전 기능이 갖춰져 있는데, 주목할만한 기능은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된 가속 제한 보조와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2.0이 있다. 가속 제한 보조는 시속 80km 미만으로 주행 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깊이, 오래 밟아 가속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먼저 계기판 메시지로 경고를 하고 다음으로 음성 경고와 함께 가속을 제한하는 기능이다.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는 캐스퍼 일렉트릭에도 적용됐던 기능으로, 이번에 장애물과의 거리를 기존 1m에서 1.5m로 업그레이드한 것이 특징이다. 기능은 정차 상황에서 출발 시 전후방에 장애물이 1.5m 이내로 가까이 있을 때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해 급조작하는 경우 메지시와 경고음으로 상황을 알리고 가속 제한 및 제동 제어를 한다. 이 기능들은 향후 출시될 차량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며, 기존 출시 차량의 경우에는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각종 충돌방지 보조 등과 같은 안전 기능,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및 고속도로 주행보조 2 같은 주행 보조 기능들도 두루 갖춰놓았다.



인포테인먼트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고려해 새롭게 월트디즈니와 협업, 디즈니, 마블 등의 새로운 디스플레이 테마를 적용했다.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홈카드, 프로필, 내비게이션 화면 디자인 등의 디자인이 바뀌며, 시동을 켜고 끌 때 나오는 화면까지도 바뀐다. 디즈니 캐릭터 디자인의 디스플레이 테마는 기아 커넥트 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차량 내 반려동물을 두고 잠시 내릴 때 사용하는 펫 모드, 1열 시트 포지션과 조명 밝기를 전환하는 인테리어 모드, 실내외 V2L, 빌트인캠 2 플러스, 디지털키 2 등의 편의 기능을 다양하게 탑재해놓았다.

EV5는 유광 7종, 무광 1종 등 총 8종의 외장 색상과 기본 3종에 GT-라인 전용 색상까지 총 4종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가격은 에어 4,855만 원, 어스 5,230만 원, GT-라인 5,340만 원(전기차 세제혜택 적용 후, 개별소비세 3.5% 기준)이다.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포함했을 때 서울시 기준으로 에어 트림을 4천만 원 초반부터 구입할 수 있다.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제품으로 전기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기아가 새롭게 EV5를 내놓으면서 앞으로 자동차 시장 전반에 적잖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시장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운 준중형 SUV 모델이기 때문. 조금씩 소비자들도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 가장 높은 수요를 보이는 제품이 전기차로 출시된 만큼 전기차 유경험자 뿐 아니라 무경험자에게도 선택지에 포함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놓은 것이어서 앞으로의 전동화에 더욱 속도를 붙여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