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에 연금 시작하면 늦었나요?”… 고수의 솔직 대답

이경은 기자 2026. 2.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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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소액이라도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
[왕개미연구소]

“55세인데, 노후 준비를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퇴직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기 시작하면 불안이 몰려온다. 20~30대부터 연금을 준비해온 사람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다 보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커진다. 55세부터 연금 수령을 시작했다는 동창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은 더욱 조급해진다.

숫자로 보면 55세는 결코 늦은 출발이 아니다. 오히려 100세 시대에 55세는 노후 준비의 ‘현실적인 분기점’에 가깝다. 다만 준비에 허락된 시간은 길어야 10년 남짓. 따라서 30대와 같은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복리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노후 설계가 필요하다.

<연금부자수업>의 저자 박곰희 씨는 “55세는 연금 수령 나이라 이제 와서 준비를 시작해도 소용없다며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55세에 연금 준비를 시작한다고 해서 결코 늦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다음은 박곰희 저자가 제시하는 ‘55세 연금 준비’ 4대 원칙이다.

연금은 30세에 시작하느냐, 40세에 시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단 10년의 차이가 최종 연금 자산을 2.5배까지 벌려 놓는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너무 늦은 건 아닌가

55세는 흔히 연금 수령의 ‘표준 연령’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55세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연령에 불과하다. 연금저축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당시 설정된 최소 수령 나이가 사회·경제 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연금 준비는 젊을 때 시작하면 가장 좋지만, 늦게 시작한다고 해서 의미 없는 건 아니다. 노후 기간이 30년 이상으로 길어지고,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지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현실적으로 55세는 오히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시기라고 봐야 한다. 55세에 연금 준비를 시작한다고 해서 노후가 실패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후 준비를 포기하는 순간이 진짜 늦은 시점이다.

요즘에는 70세까지 경제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55세부터라도 70세까지 15년간 전략적으로 준비한다면, 이후 20여년의 노후 삶을 충분히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얼마나 모을 수 있나

55세부터 시작하는 늦깎이 노후 준비는 자산을 최대한 많이 불리는 데서 나아가, 죽을 때까지 쓸 수 있는 ‘평생 연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55세에 시작해도 70세에 상당한 규모의 연금 자산을 마련할 수 있다.

55세 직장인 A씨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A씨는 자녀 교육을 모두 마친 데다 노후 준비에 대한 의식도 높아, 매달 150만원(연 1800만원)을 연금저축에 납입할 계획이다.

A씨가 5년간 꾸준히 1800만원씩 납입하면 원금은 9000만원이다. 이를 연 수익률 7%로 운용할 경우, 자산은 약 1억800만원으로 불어난다. 연말 세액공제 혜택까지 감안하면, 실제 부담은 더 낮아진다.

이후 A씨가 60세에 은퇴하더라도 퇴직금이나 기존 저축 자금을 활용해 65세까지 매달 75만원(연 900만원)을 5년간 추가 납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추가 원금 4500만원이 더해져 총 납입 원금은 1억3500만원이 된다. 이를 같은 수익률로 운용하면 자산 규모는 약 1억6200만원으로 늘어난다. 즉 10년간 납입한 원금 1억3500만원에서 약 2700만원 불어나는 셈이다.

이후 65세부터 70세까지 해당 자금을 연 5% 수익률로 운용하면 복리 효과가 더해지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약 2억600만원의 연금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단 운용 수익률은 가정치이며, 실제 결과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3억원을 투자해 연 5%의 배당 수익률을 올린다면, 연간 1500만원의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어떻게 수령해야 좋나

열심히 모은 연금은 어떻게 찾아 써야 효율적일까. 만약 A씨처럼 70세에 2억원 안팎의 자금이 마련됐다면, 흔히 말하는 ‘4% 룰’을 적용해 인출하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 4% 룰이란, 매년 전체 자산의 4%를 생활비로 꺼내 쓰더라도 자산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경험적 원칙이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매달 68만원 가량(연 824만원) 사용할 수 있다. 원금을 거의 유지한 채 장기간 인출이 가능한 수준이다. 만약 이 금액이 부족하다면 인출 비율을 5%로 높이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월 86만원(연 1030만원) 정도 쓸 수 있다.

이 정도 인출 비율이라면 원금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예컨대 첫해에 1030만원을 인출해도 남은 1억9570만원이 연 5% 수익을 낸다면 약 978만원이 다시 불어난다. 인출액과 새로 발생한 수익이 비슷해서 자산 규모가 크게 줄지 않는 구조다.

여기에 70세 이후 국민연금까지 더해지면 체감 소득은 한층 늘어난다. 국민연금을 기본 축으로 하고 개인연금을 보완하는 구조는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떠받치는 핵심 전략이다. 누구나 바라는 ‘마르지 않는 현금 흐름’에 가장 가까운 해법이기도 하다.

연금저축은 10년 이상 나눠 받아야 하지만, 2013년 3월 이전에 개설한 계좌는 5년 수령도 가능하다. 짧은 기간에 연금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나이 들면 생활비는 줄어들까

일반적으로 70세를 전후해 소비 규모가 빠르게 줄어든다. 신체 에너지가 감소하고 활동 반경이 좁아지면서 지출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연금 수령 설계 역시 생애 주기에 맞춰 달라질 필요가 있다.

실제로는 은퇴 직후와 ‘젊은 노년기’에 지출이 가장 많다. 여행이나 취미 활동 등 비교적 활발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금은 초기에 더 많이 받고, 나이가 들수록 점차 줄어들도록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일반적으로는 자산의 연 4~5%를 인출하며 평생 사용하는 전략이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다만 이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개인의 활동성이나 소비 성향에 따라 인출 비율은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70세에는 자산의 8%를 사용하다가, 80세 이후에는 5%로 낮추는 방식도 가능하다.

상속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고 노후의 삶의 질을 중시한다면, 초기에 인출 비율을 다소 높여 활동적인 생활을 누리고 이후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전략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중요한 것은 준비를 했느냐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시작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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