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은 평생 지식과 언어를 다뤘지만 생의 마지막에는 오히려 사랑과 죽음, 관계와 삶의 의미를 깊이 이야기했다. 죽음을 가까이 둔 마지막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인생을 하나의 선물로 바라봤다.
결국 잘 산다는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겉으로 부족한 것이 없어 보여도 마지막에 마음을 붙잡아줄 것이 없다면 노후는 생각보다 힘들어질 수 있다.

3위. 끝까지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사람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험이 많다고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자식에게 충고하고 배우자의 생각을 고치려 하며 젊은 사람을 보면 자신의 기준부터 가르치려는 사람이 있다.
그러다 보면 가족은 대화를 줄이고 주변 사람도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평생 쌓은 지식이 사람을 이해하는 데 쓰이지 않고 상대를 이기는 데 쓰이기 시작하면 노년의 관계는 오히려 메말라갈 수 있다.

2위. 가진 것을 놓지 못하는 사람
돈과 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직함, 자식에 대한 기대, 사람들에게 받았던 대접까지 붙잡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현역 때 부장이었다는 사실도,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기억도 은퇴 이후에는 조금씩 내려놓아야 한다. 이어령 자신도 말년에 죽음을 외면하기보다 삶 한가운데 놓고 바라보면서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다시 생각했다. 결국 노년에는 더 많이 움켜쥐는 힘보다 떠나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힘이 중요해진다.

1위. 사랑받으려고만 하고 먼저 사랑하지 않는 사람
이어령의 후기 철학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가 사랑이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도 죽음을 앞둔 대화는 돈과 성공에 머물지 않고 사랑과 용서, 삶의 의미로 이어진다. 노년이 힘들어지는 순간도 어쩌면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찾아주는지만 세기 시작할 때인지 모른다.
“자식이 왜 전화하지 않지”, “친구들이 왜 먼저 찾지 않지”, “내가 평생 해준 게 얼만데”라는 서운함만 쌓이면 관계는 점점 계산이 된다. 먼저 전화하고 먼저 고맙다고 말하며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간다. 말년에 정말 필요한 것은 나를 사랑해줄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내가 아직 사랑을 건넬 사람이 있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

이어령은 생의 마지막에 자신의 삶을 “마이 라이프는 기프트였다”라고 표현했다. 죽음을 가까이 두고 돌아본 인생에서 결국 남는 질문은 얼마나 가졌느냐보다 주어진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누구와 마음을 나누었느냐에 가까웠다.
노후를 무너뜨리는 것은 늙는 것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놓아야 할 것을 붙잡고, 사람에게 먼저 손 내밀지 않은 채 받지 못한 사랑만 세기 시작할 때 삶은 더욱 외로워진다. 마지막까지 먼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쉽게 빈손이 되지 않는다.
Copyright © 성장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