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진검승부’ 심사위원 변신한 미쉐린 3스타 셰프
“한국의 외식 산업을 보여줄 기회라 생각했어요. 미쉐린 가이드처럼 정보를 줄 수 있는 큰 플랫폼이잖아요.”
세계의 미식 정보를 제공하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 최신판(2024)에서 가장 높은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모수 서울’의 안성재(42) 셰프가 넷플릭스에 나왔다. 17일 공개된 요리 경연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심사위원으로 나선 것이다. 국내 레스토랑 ‘가온’과 ‘라연’도 3스타를 받았지만, 작년 라연이 2스타로 내려가고 가온이 폐업하면서 모수 서울의 안 셰프는 현재 국내 유일한 3스타 셰프다. 2019년 미쉐린 1스타로 시작해 2020~2022년 2스타, 2023~2024년 3스타를 받았다.
안 셰프는 영국의 고든 램지처럼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하는 스타 셰프는 아니다. 2015년 케이블 채널 요리 예능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우스개가 되는 게 싫어서” 몇 번 출연 후 접었고 이후 방송 활동은 하지 않았다. 지난 11일 만난 그는 여전히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와는 선을 그으며 “많은 셰프가 인생과 자존심을 걸고 요리를 한다. 웃음거리로 쓰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제작진에게 확인한 뒤 ‘흑백요리사’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요즘 외식업이 어렵고 특히 파인 다이닝은 풀(pool)이 작기 때문에 ‘나 혼자 잘되면 된다’는 마음은 위험해요. 외식업의 수요와 시장을 키우는 데 출연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의 예능 출연이 이목을 끈 건 모수 서울이 휴업한 뒤 나온 첫 행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CJ제일제당에서 투자를 받아 2017년 서울 한남동에 모수 서울을 열었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며 올 초 문을 닫았다. 이를 두고 추측이 무성했다. 이에 대해 안 셰프는 “무한한 믿음으로 지원해준 굉장히 고마운 파트너였지만, 기업의 사업 방향과 제가 원하는 요리사로서 삶의 방향이 서로 맞지 않아 제 선택으로 나온 것일 뿐”이라며 “현재는 대기업이 아닌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제가 원하는 것들을 반영해 새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안 셰프는 ‘흑백요리사’에서 기본을 중시하는 냉철한 평가자로 나온다. 일부 참가자에게는 감탄을 하기도 한다. 유명 셰프 20인과 대결하는 무명 요리사 80명 중에는 만화책으로 음식을 배운 참가자부터 수십년간 학교 급식을 조리해온 참가자도 있다. 안 셰프는 “저는 요리를 보수적으로 배웠고 저만의 생각이 뚜렷한데, 그걸 확 부수는 참가자들이 있었다”면서 “음식이 전혀 뒤지지 않아 이렇게도 음식에 접근이 가능하구나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탄탄한 기본기는 요즘 소셜미디어 바람을 타고 빠르게 뜨고 지는 외식 업계에 시사하는 점도 있다. “인플루언서의 소개 등으로 하루아침에 성공을 이룬 듯한 분들이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들여다보면 대부분 그렇지 않거든요. 몇 년 후 굉장히 힘들어하거나 사라져요.” 안 셰프는 “지속적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비즈니스와 삶이 하나가 돼 매 순간을 요리사로 살아가지 않으면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부를 잘하는 애가 반드시 요리도 잘하는 건 아니지만, 하고자 하는 음식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많이 파고들고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패기만 가지고 유행을 좇으면 음식이 얕아지고 한두번 먹고 나면 더 이상 찾지 않는 음식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는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요리사들이 서로 도전적인 경험을 주고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초 6월에 문을 열 것으로 알려졌던 모수 서울의 새 매장은 일정이 지체되면서 올겨울 이태원동에 문을 열게 됐다. 그는 “미쉐린 별 개수에 집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면서 “다만 1스타 때는 자유롭게 산에서 재료도 따와 만들었는데, 3스타가 된 뒤에는 한국의 외식 시장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에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한다”고 했다. 그는 레스토랑에 투자가 이뤄지는 속도, 이를 받아들이는 고객의 속도, 법이나 제도가 변화하는 속도가 모두 다르다는 이야기도 했다. 외국 음식 식당이 늘어나는 만큼 외국 재료도 유연하게 쓸 환경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설탕 종류도 수십가지인데, 한국에 있는 설탕은 한 종류예요. 미국에서 만든 다른 설탕을 들여오고 싶으면 세금을 정말 많이 내야 해요. 여러 부분이 함께 성장한다면 한국의 외식업도 세계적인 붐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요.”
☞안성재(42)
13세에 미국 이민을 갔다. 자동차 정비사가 되려다가 우연히 요리 학교 홍보물을 접하고 ‘100% 취업 보장’이라는 말에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됐다. 2015년 레스토랑 ‘모수 샌프란시스코’를 열었고 8개월 만에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받는다. 이후 서울로 돌아와 2017년 용산구 한남동에 ‘모수 서울’을 열었다. 2023~2024년 국내 최연소 셰프로 미쉐린 3스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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