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엄마 울린 무명의 아카펠라 그룹

“눈을 감고 내가 하는 이야길 잘 들어봐”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눈시울을 붉히는 관객. 잠시 후 눈물이 터져버립니다.

450만명 울컥한 무명그룹 그 영상

지난 3월 16일 서울 올림픽공원. 버스킹을 하는 한무리의 젊은이들이 여성 관객을 위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깨진 창문을 통해 보조석 문이 열립니다. 안 경장은 환자를 끄집어내려 몸을 깊숙이 넣었다가, 잠시 멈칫, 그대로 몸을 뺍니다.

“눈을 감고 내가 하는 이야길 잘 들어봐 나의 얘기가 끝나기 전에 너는 꿈을 꿀거야 Little Star tonight 밤새 내가 지켜줄 거야”

근데,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왠일인지, 여성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울컥한 모습입니다.

“처음 너를 만났을 땐 정말 눈이 부셨어 너의 미소를 처음 봤을 땐 세상을 다 가졌어”

잠시 후엔, 눈물이 쏟아지는지, 고개를 돌리고는, 어쩔 줄 몰라합니다. 알고 보니 이 여성 관객, 출산을 앞둔 예비엄마였습니다.

곽호민 오직목소리 리더
혹시 배에 새 생명이? 그 친구를 위한 노래라고 생각하고 들어주세요”

여성이 다가올 때 임신한 사실을 눈치챈 멤버가 특별히 아기를 위해 노래를 골라 부른 거였습니다. 예비엄마를 위한 기막힌 선곡 센스인거죠.

그렇게 엄마와 뱃속 아기를 위한 버스킹은, 세상에서 딱 하나뿐인 감동적인 무대가 됐습니다.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버스킹 영상은, 조회수가 무려 450만회, 대박이 났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드러난 건데요, 이 눈물의 진짜 이유, 그러니까 이날 버스킹의 진짜 씬스틸러는 이 녀석, 예비엄마의 첫째 아이였습니다.

엄마가 울컥하는 동안, 천진난만하게 카메라 앞을 오갔더랬죠.

나중에 엄마는 버스킹 영상에 댓글을 달고는 “첫째를 키우면서 힘들었던 걸 알아준 느낌이라 더 눈물이 나기도 했다”며 “헤드셋으로 온전히 느끼는 아름다운 고막 폭행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예비엄마를 울린 이들은 ‘오직목소리’라는 5인조 혼성 아카펠라 그룹인데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버스킹을 해보자는 취지로 헤드폰을 낀 1인에게만 노래가 들리는, 헤드폰 버스킹을 시작했습니다.

“이건 세상에서 제일 비싼 단독 공연. 가수는 나고 관객은 너 하나”

그렇게 이날도 어린 딸과 산책나온 아빠부터 외국인, K팝을 주문한 20대 여성, 생일을 맞은 이들까지 다양한 관객들을 노래로 위로했습니다.

곽호민 오직목소리 리더
“오신 분들이 뭐 듣고 싶으시냐고 여쭤보면 (관객들도) 본인도 자기 상황에 맞는 노래를 듣다 보니 아무래도 감동이 배가 되는 게 아닐까”

올해 6년 차인 이 그룹은 무명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거리로 나와 관객들과 소통하며 위로를 받고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고 하는데요, 부디 이들의 목소리가 더 널리 알려져, 이런 감동을 더 오래 누릴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