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대한 기대감

선경철 2024. 10. 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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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 수립은 한국과 아세안이 최고 수준의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최인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남아대양주팀장

10월 10일 라오스에서 제25차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올해 정상회의는 한국과 아세안이 대화관계 수립 35주년을 기념하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를 수립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CSP란 아세안이 대화상대국과 맺는 최고 단계의 파트너십으로, 주로 대화상대국의 제안으로 이뤄진다. 한국은 지난 2022년 CSP 수립을 공식 제안한 지 2년 만에 호주, 중국, 미국, 인도, 일본에 이어 아세안과 CSP를 수립하는 6번째 국가가 된다.

그렇다면 아세안과의 CSP 수립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CSP를 맺는다고 해서 다른 대화상대국보다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CSP 체결은 대화관계의 성숙도를 인정하는 상징적 의미가 크며 대화상대국 간의 서열화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아세안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CSP 수립은 한국과 아세안이 최고 수준의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첫째, CSP 체결은 한-아세안 협력의 깊이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한국이 아세안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지역 내 힘의 균형을 중시하는 아세안은 대화상대국과의 관계 관리에 매우 신중하다. 단순히 대화상대국의 요청만으로 CSP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CSP를 처음 제안한 대화상대국은 중국이었지만, 아세안이 가장 먼저 CSP를 체결한 국가는 호주였다. 이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아세안의 고심이 반영된 결과였다. 아세안이 한국의 CSP 수립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아세안의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필자가 자카르타에서 만난 아세안 현지 전문가들도 한국이 미중 경쟁 속에서 공급망과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할 핵심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둘째, CSP 수립은 상징적 의미를 넘어 한-아세안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아세안은 CSP를 제안한 대화상대국에게 기존보다 더욱 ‘의미 있고 실질적이며 상호호혜적인’ 협력 관계를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CSP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120대 협력 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120대 과제는 ‘한-아세안 연대구상’ 차원에서 이미 추진 중인 사업들과 아세안의 요청을 반영한 신규 사업들로 구성된다. 특히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구조 변화 대응 등 미래지향적 협력을 촉진하는 과제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은 디지털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중요한 도전과제를 안고 있고 한국의 경험과 기술력은 아세안이 디지털경제 성장을 가속화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 구조를 지닌 아세안과의 인적교류 확대는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아울러 미중 경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아세안과의 안보협력 확대는 지역 내 안정을 유지하고 다양한 비전통·신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향후 과제는 이번 CSP 수립을 통해 한-아세안 간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더욱 구체화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2025년은 아세안이 ‘공동체 청사진 2025’의 이행 결과를 최종 점검하고 후속 비전인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를 채택하는 중요한 해다. 또한 2025년은 한국과 아세안이 CSP 추진을 위한 새로운 행동계획(Plan of Action 2026-2030)을 마련하는 해이기도 하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아세안 간 미래지향적 협력의 기틀을 다지고, 양측 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실질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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