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보다 더 무너진다”···고립으로 인한 심리적 타격, ‘30대’ 가장 위험

고립 취약계층으로 꼽히는 노인세대보다 30대가 관계 단절로 인한 ‘외로움’을 더욱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는 사회적 교류가 끊기면 도움을 청할 지지체계도 사라지는 경향이 커, 고립이 생존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적 자립 지원과 함께 사회적 관계 회복에도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생애주기별 사회적 고립 및 외로움 실태와 정책 과제’ 보고서를 보면, 사회적 교류가 없을 때 외로움을 느끼는 상관계수가 전 세대 중 30대(0.1319)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2023년 한국행정연구원이 성인 8221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사회통합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로 20대(0.0126)와 비교해 약 10.5배 높고, 고독사 위험군인 60세 이상 노인층(0.0487)보다 2.7배 높은 수치다. 30대에게 고립은 사회적 과업을 이행하지 못한 데서 오는 ‘실존적 낙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0대의 고립은 외로움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 교류가 없는 상태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지체계가 없는 상관계수 역시 30대(0.2866)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직장·육아·주거 등 생애 과업이 한꺼번에 몰리며 30대에 인간관계가 줄기 시작하면 돈을 빌리거나 아플 때 기댈 사람까지 연쇄적으로 사라지는 구조다.
이처럼 교류 단절이 지지체계 붕괴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은 20대(0.0247)에서는 사실상 나타나지 않았다. 20대 고립은 진학이나 취업 준비 등 과도기적 성격이 짙어 회복 탄력성이 존재하지만, 30대 이후 형성된 고립은 40대와 50대까지 이어지며 사회적 관계망이 완전히 단절되는 ‘만성화’ 단계로 접어드는 경로가 확인된 셈이다.
이처럼 고립과 외로움이 겹치면 정신건강 위험은 급격히 커졌다. 사회적 교류와 지지체계가 모두 없는 데다 외로움까지 느끼는 집단의 자살 생각 응답률은 35.1%에 달했다. 교류가 있고 외롭지 않은 집단(1.7%)의 20배를 넘는 수치다. 연구진은 “사회적 고립이 즉각 자살 생각으로 이어지는 경향은 크지 않지만, 여기에 외로운 감정이 더해지면 그 경로가 급격히 강화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실태에도 불구하고 30대 이상 중장년층을 위한 정책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아동·청소년·청년·노인을 대상으로 한 생애주기별 복지사업은 갖춰져 있지만, 중장년은 복지부의 일상돌봄서비스 일부를 제외하면 생애주기 지원 체계에서 사실상 빠져 있다.
연구진은 “고독사 고위험군이면서도 사업 사각지대에 있는 중장년을 위한 전담 지원사업의 법제화가 시급하다”며 “요람부터 무덤까지 전 생애를 잇는 정책 기반을 마련하고, 사회보장정보시스템과 지역 연계를 통해 생애 단계별 지원이 단절되지 않도록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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