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토마토 종자 팔아 수십억 번다…농우바이오 본사 가보니[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양현구 대표, 글로벌 사업 질주
“매출의 15%, R&D에 투자
3년 내 스페인 법인 설립
2030년 글로벌 톱10 도약”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기대
“차등 배당 등 주주환원 고심”
농협, 1주당 3만7526원에 인수
80% 손실 … 배당수익률은 2%대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8년2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6개 해외 법인을 통해 채소 종자 영토를 넓히고 있습니다. 3년 내 스페인 법인을 설립하고 2030년 글로벌 톱10 진입에 성공하겠습니다.”
양현구 농우바이오 대표(1967년생)는 지난 11일 해외 사업 비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양 대표는 1992년 입사해 32년간 ‘종자 한 우물 인생’으로 지난 3월 대표이사 취임 후 신성장동력 장착에 힘주고 있다. 농우바이오 본사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센트럴타운로에 있는데 지하 3층~지상 9층 건물로 본사 가치(장부가 기준 284억원)는 3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광교 도심 한복판에 위치했다.
대한민국 1위 채소 종자 기업 … “종자 국산화 가속페달”
농우바이오는 대한민국 대표 채소 종자기업으로 농업의 근간이 되는 종자를 육종하고 소비자 요구에 적합한 신품종을 개발 및 보급한다. 농업인의 소득 증대를 위해 재배 안정성과 수량성이 뛰어난 우량 품종을 개발하고 종자 국산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내병성(병에 잘 걸리지 않거나 병에 강한 성질) 및 기능성 품종 육성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양 대표는 “국산화율이 낮은 품종의 육성 및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농협경제지주 농산물 도매 분사, 농협하나로유통, 지역농협 등과 종자 국산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우바이오 모태인 전진상회는 1967년 개업했다. 이후 1990년 법인 전환하며 농우종묘가 설립됐다. 2002년 코스닥에 상장했는데 공모가는 6800원이었다. 2014년 9월 농협경제지주 자회사로 편입됐다. 당시 농협경제지주는 농우바이오 창업주 故 고희선 회장의 장남 준호 씨를 포함한 오너 일가 지분 52.82%를 주당 3만7526원에 사들였다. 경영권 인수에만 총 2834억원을 쏟았다. 이는 고 회장이 2013년 8월 사망하면서 유가족들이 1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다만 인수 후 주가는 하락세다. 인수가 기준 단순 계산(배당금 수령 제외) 시 농협경제지주는 현재 80.79% 손실이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가능성 … 종자 수출 확대로 내년 두 자릿수 성장 도전
양 대표는 “고추, 토마토, 오이, 참외 등 고부가 품종의 하반기 매출이 뚜렷해질 것이다”며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고 자신했다. 특히 “해외 채소 종자 매출이 국내 매출을 첫 추월하는 해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올해 해외 사업 매출 목표는 3200만달러인데, 상반기까지 14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년엔 전체 매출 두 자릿수 이상 성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농우바이오는 72개국(지난해 기준)에 진출했고 120여 곳의 거래처를 두고 있다. 6개의 해외 법인이 있는데 매출 비중으로는 인도, 중국, 미국,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미얀마 순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법인은 열대용 품종 육종 및 종자 생산 기지로 활용하고 중국 법인은 동남아와 한국 시장을 겨냥한 고추·토마토 육종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멕시코용 할라피뇨에 집중하고 단고추 및 양채류 육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튀르키예는 지중해, 유럽, 미주를 겨냥한 토마토·고추·오이를 육종할 계획이다. 미얀마는 직영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해외 수출 대표 품종으로는 일학미농무 등 356개가 있다. 국내 대표 품종은 농우칼탄(고추), 굿모닝백다다기(오이), 대청파 등 388개가 있다. 우수한 R&D 기술력과 고객 맞춤 종자 개발로 대통령상 3회, 국무총리상 2회, 농림부장관상 4회의 수상 경력이 있다.
양 대표는 “국내 종자 시장은 농촌 고령화와 인력 수급 문제로 과당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가 살 길은 해외 시장이기에 매년 매출의 약 15%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쟁업체로는 사카타코리아와 팜한농, 아시아종묘 등이 있다.
양 대표는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경작지 및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하면 80억 인구가 식량 부족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한민국 농업도 매년 병해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이어 “기후 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재배 안정성, 내재해성, 내병성 품종에 대한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며 “관련 연구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항산화 작용, 면역기능 증진, 해독 작용, 노화 방지 등 건강 기능성 품종 개발도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육 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팜 확산으로 적합 품종에 대한 연구 개발도 검토 중이다.
농우바이오는 선진국형 종자 전환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제 1세대 교잡종의 경우 생육·생존력·번식력 등에서 우수한 고순도의 품종으로 병해충의 저항성이 높고 상품 크기와 무게, 맛 등 상품성이 균일하다. 개발도상국형 종자인 재래종은 저렴하지만 낮은 생산물 수량성과 정연성(짜임새와 조리가 있는 성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99% 이상 교잡종으로 전환됐고 중국,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도 급변하고 있는 추세다.
2032년 세계 종자 시장 1196억달러 … 농우바이오 “1년 20여종 채소 품종 개발”
양 대표는 “해외 법인을 통한 현지 R&D 센터를 운영하고 지역별 맞춤형 품종 육성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농가들에게 신뢰받는 품종을 전 세계에 뿌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종자회사의 경쟁력은 결국 생산 능력이다”며 “현재 세계 13위권인 채소 종자 점유율을 2030년 10위권까지 올려놓겠다”고 했다. 세계 종자 시장은 2022년 670억달러에서 2032년 1196억달러로 연평균 5.4%씩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기준 채소 종자 시장은 75억달러(약 10조원)로 종자 시장의 약 14%를 차지한다. 채소 종자 선두는 프랑스 빌모린이다.
농우바이오는 연간 20여 종의 다양한 고기능성 채소 품종을 육종 개발하고 있다. 연매출의 15% 정도를 R&D에 투자한 결과, 내병성 품종 육종의 신기술 관련 특허도 보유 중이다.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새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있는데 생명공학기술을 접목한 분자 육종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는 복합내병성 품종과 바이러스 내병성 품종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점무늬병·역병 등에 강한 토마토 품종 ‘TYTS아리아’를 개발했고, TSWV(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 탄저병 및 역병 복합내병계 품종에 더해 청고병 내병계가 있는 고추 시교를 개발 중이다. 고기능성·재배 안정성이 높은 종자를 개발해 농업인의 소득을 올려주는 걸 기본 원칙으로 한다. 양 대표는 “지난해 굿모닝백다다기가 대한민국우수품종상 대통령상을 받아 육종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며 “앞으로도 품종 육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로 대한민국 농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업 확대로 2030년 국내 점유율(현재 20%대)을 27%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해외 매출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게끔 하고 순환근무를 통한 인력 재배치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또 국내 3개 연구소(여주, 밀양, 김제)를 통한 품종 개발의 연속성도 기대한다. 현재 파프리카, 양배추, 양파 등 수입산 종자가 많은데 국산화 품종으로 전환시켜 농가 생산비 절감으로 농업인 소득 증가에 기여할 계획이다.
영업익 4년 만에 128% 증가 … 올 들어 주가 13% 하락
최근 5년간 실적은 우상향이다. 2019년 매출 1213억원, 영업이익 39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358억원, 영업이익 89억원으로 4년 만에 각각 11.95%, 128.21% 증가했다. 상반기 매출 739억원(전년 대비 9.9% 증가), 영업이익 66억원(12.9% 증가)을 기록해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가능성이 높다. 원예용 상토(흙) 점유율은 11%로 국내 4위다. 2019년 상토 공장을 인수해 연 400만포 공급 가능하다.
농협경제지주 품에 안기고도 주가는 힘이 없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7210원으로 올 들어 13.76% 하락했다. 주가 부양책을 묻자 “2002년 상장 후 이익가능범위 한도 내에서 매년 배당을 실시했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차등배당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1주당 배당금은 200원으로 연평균 배당수익률 2%다.
총 주식 수는 1603만561주로 농협경제지주가 지분 57.91%를 갖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0.95%로 유통 물량은 약 40% 정도다. 2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242억원, 투자 부동산 284억원을 갖고 있다. 시가총액(1156억원·코스닥 673위)의 절반 수준이다.
26세에 영업직으로 입사해 상장사 대표에 오른 양 대표에게 ‘32년 근무사(史)’를 물었다. 그는
“입사 당시 국내 5위 채소 종자업체였다”며 “IMF 외환위기 때 다국적 기업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할 때 종자 주권을 지키기 위해 직원들이 합심했기에 업계 1위까지 올라온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다”며 “직장인은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자부심을 갖고 본인이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종자 및 농자재(상토, 비료) 생산 국내 대표 기업인 농우바이오는 꾸준한 실적이 매력적이다”며 “현금 흐름이 좋은 만큼 부채 비율도 24.65%(2분기)로 낮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안정된 수익성 대비 성장성은 극히 떨어진다”며 “최근 4개년 매출이 1300억원대 머물고 있어서 새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수익성 대비 배당수익률(3년간 연평균 2.17%)이 낮다”며 “주주친화정책을 통한 주가 부양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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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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