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카구치 켄타로 “첫 韓작품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불안했지만…”
일본 인기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33)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한국 드라마에 진출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사카구치 켄타로가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운명 같던 사랑이 끝나고, 모든 것을 잊은 여자 ‘홍’(이세영 분)과 후회로 가득한 남자 ‘준고’(사카구치 켄타로 분)의 사랑 후 이야기를 그린 감성 멜로드라마다. 공지영 작가와 츠지 히토나리, 양국 작가가 합작으로 집필한 동명 원작 소설을 토대로 한다. 총 6화로 제작된 이 작품은 지난 9월 27일 1, 2화가 공개됐으며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한 편씩 공개된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극 중 한국에서 온 홍과 만나 반복되는 우연 속에서 연인으로 사랑을 나눴던 준고 역을 맡았다. 그는 “지금까지 일본 작품 무대 인사나 이벤트 등으로 한국에 왔었다. 기쁘면서도 한편 ‘정말 이렇게 사랑 받아도 괜찮은가?’하는 마음도 있었다”며 “드디어 한국 드라마에서 한국 스태프들과 일할 수 있어서 기뻤다. 한국 시청자분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기대된다”고 출연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덕에 국경의 선이 없어진 것 같다. 함께 작업한 한국 스태프들과 역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한국 여성과 일본 남성이 연애하다 헤어지고, 다시 재회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한국에서 첫 러브 스토리인데 다른 장르와 비교해 난이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한국 드라마 ‘시그널’의 일본 리메이크 작품에 출연한 바 있다. 이를 언급하며 “‘시그널’이라는 작품은 범죄 서스펜스 장르다. 내 마음과 상관없이 어떤 상황이 생기면 그걸 향해 움직이는 작품”이라며 “러브 스토리는 시청자분들도 모두 경험한 적이 있고, 모두 각자의 경험담이 있다. 1억명에게 애정에 대해 물으면 1억개의 답이 있다. 그렇기에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때, ‘나라를 넘어선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한국 여자와 일본 남자가 작은 벽은 있지만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이런 러브스토리는 나에게 도전이었고, 하고 싶었다”면서도 “불안감은 있었다. 한국 스태프들 사이에 혼자 들어가서 하는 거라서. 그동안 내가 해왔던 스타일이 통할지, (그런 부분들이) 스태프들에 전달이 될 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런 불안감을 불식시켜준 것은 문현성 감독이었단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대본을 받고 감독님과 영상 통화를 했는데 열정이 대단하더라. 준고라는 캐릭터에 대한 열정도 크고.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불안 요소도 없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게 한국 스타일인지, 문현성 감독의 스타일인지는 한국 드라마 현장을 처음 경험해본 것이라 잘 모르겠지만 그동안 없었던 신선한 부분을 찍고 싶어하더라. 실제로 홍과 만나 감정 교감을 할 때, 새로운 감각을 주의깊게 보고 그 부분을 그대로 살려줬더라”고 자신이 경험한 문 감독의 스타일에 대해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 연기는 같은 연기를 하다보면 신선함이 없어진다. 문 감독은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많이 담고 싶어하는데 그걸 잘 잡아내주더라. 문 감독의 대담함과 섬세함 덕에 시너지가 나온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문 감독이 가장 먼저 캐스팅한 인물은 바로 사카구치 켄타로였다. 이 작품이 4~5년 전, 시리즈가 아닌 영화로 기획될 당시 이미 캐스팅을 확정했고 제작 과정에서 시리즈로 변경됐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오히려 시리즈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그 덕에) 다양한 감정 전달이 가능해지지 않았나 싶다. 2시간 남짓의 영화였다면 만남과 행복한 시간, 이별, 이로 인한 고독, 재회하면서 다시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담기엔 많은 부분이 잘라내졌을 것이다. 시리즈라서 담긴 것 같다. 하나의 사랑을 여러 측면에서 보여야 하기에 시리즈가 적합하지 않았나 싶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공개된 1, 2화를 보면 홍과 준고에게는 감정 차이가 있다. 홍은 빠르게 불타오르며 강렬한 감정을, 준고는 차분해 보이지만 은은하게 오래 가는 감정을 가진 것으로 묘사됐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준고가 이별 후 5년간 홍에 대한 애정을 갖는다는게 대단하다고 생각됐다. 그게 나라면 가능할까도 생각했다. 이별 후에도 애정을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는 준고가 소설가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녀를 계속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첫 한국 드라마 촬영에서 느낀 문화 차이가 궁금했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한국에서는 밥을 먹을 때 점원이 식사를 가져다주면서 ‘맛있게 드세요’라고 하더라. 촬영 중 밥을 먹으러 각자 갈 때도 ‘맛있게 드세요’라고 하더라. 일본에서는 밥을 먹고 난 뒤에 ‘맛있게 먹었어?’라고는 물어보지만 이렇게 물어보진 않는다. 이런 말을 해주는건 훌륭한 문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식사 다녀와’라는 말과는 다르다. 명확하게 일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말인데 그게 문화 차이가 아닐까 싶다”고 예를 들었다.
그가 촬영 현장에서 중시한 것은 스태프들과의 소통이다. 한국어 문장을 외워 가서 스태프들과 소통했단다.
“한국 촬영을 할 때는 몇개 단어를 외워갔어요. ‘오늘 수고했어요. 추웠는데 힘내세요’, ‘여러분 덕에 사인회(촬영)가 잘 끝났어요’, ‘곧 끝나는데 파이팅 해요’ 같은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말을 외워서 조감독님께 마이크를 빌려 그날 마지막 컷을 찍을 때마다 한마디씩 했어요. 나중에는 마지막 컷을 촬영할 때 뒤에서 마이크를 들고 기다려주더라고요, 하하. 스태프 분들께 감사함을 전달하다보니 한국어가 늘었어요.”
한일 제작진 간 차이를 묻자 그는 “촬영 스타일 자체는 명확한 차이가 없다”면서 “일본 스태프들의 섬세함에 도움을 받기도 하고 하고, 한국 스태프들의 대담함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촬영분은 홍과 준고의 사랑이 시작되는 시간이 담긴 만큼 화사했다. 봄과 여름의 계절감도 잘 드러났다. 한국 촬영분에는 두 사람이 이별한 뒤 재회하는 모습이 담긴다. 겨울에 촬영해 일본 촬영분과 대비된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한국 촬영분은 두 사람이 이별하고 5년 후 재회하는 모습을 담는다. 추운 날 촬영이 진행됐는데 공기의 차가움, 피부에 느껴지는 감각이 홍과 준고의 감각 같더라. 결별 5년 후라는 설정과 잘 매치되어 좋더라. 쓸쓸함을 느끼는 두 사람의 감정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해왔다. 앞으로 도전하고픈 장르가 있을까. 그는 “러브스토리도 어려운데 코미디도 어렵다. 사람을 웃긴다는게,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 장면을 담는게 어렵다”면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지켜주는 경호원분들이 안계신데 여기서는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경호를 해주시더라. 젠틀하고 (안전은) 맡겨두면 괜찮겠다는 신뢰감에 안심이 되더라. 이분들이 멋져서 지키는 대상이 있는 역할을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더라”고 한국 경호원에 반한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사카구치 켄타로는 “이 작품은 국가가 다른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 애정이라는 건 (전세계) 공통적인 소재라고 생각한다.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과 재회를 그리는데 작품이 그리는 사랑의 순간을 꼭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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