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카보베르데가 우루과이와 2-2로 비겼다. 직전 경기에서 우승 후보 스페인을 0-0으로 막아낸 데 이어, 이번엔 남미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도 승점을 따내며 두 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인구 52만 명의 섬나라가 첫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두 번이나 강팀의 발목을 잡은 셈이라, 이 결과를 단순한 이변으로 치부하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구조와 맥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카보베르데는 이번 대회가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H조에는 스페인, 우루과이, 사우디아라비아가 함께 속해 있고,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페인이 사우디를 4-0으로 대파하며 일찌감치 1위 자리를 예약한 상태였다. 같은 날 카보베르데는 스페인을 상대로 0-0 무승부를 끌어내며 첫 이변을 만들었고, 우루과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1-1로 비기며 의외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 흐름만 보면 H조는 시작부터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2차전을 앞두고 우루과이는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체제 아래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발베르데를 축으로 한 공격진과 우가르테-벤탄쿠르 중원 조합은 전형적인 남미 강팀의 틀을 갖추고 있었다. 반면 카보베르데의 부비스타 감독은 4-1-4-1을 가동해 피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우고 측면 자원들의 활동량으로 공간을 메우는 전략을 택했다. 직전 1차전에서 보여준 40세 골키퍼 보지냐의 선방쇼가 스페인전 무승부의 핵심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수비 안정성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우루과이 입장에서는 1차전 무승부로 부담이 커진 상태였다. 강팀으로 분류되던 팀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발목을 잡힌 뒤,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던 카보베르데를 상대로는 반드시 승점 3점을 따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양 팀은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격렬한 공방을 예고했다.

경기는 초반부터 우루과이의 압박으로 시작됐다. 전반 10분 카노비오의 헤더 슈팅이 카보베르데 수비에 막혀 흐른 뒤 바렐라가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넘겼고, 14분에는 발베르데의 왼발 슈팅이 골포스트를 빗나갔다. 위기를 넘긴 카보베르데는 곧바로 역습으로 전환했다.
전반 21분, 카보베르데가 먼 거리 프리킥 상황에서 케빈 피나의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골대로부터 약 30m 떨어진 위치에서 시도한 슈팅이 수비벽 사이를 통과해 골문 구석에 꽂히며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득점이 완성됐다. 이 골 이후에도 우루과이의 거센 공세는 이어졌다. 24분에는 발베르데의 슈팅이 카보베르데 선수의 팔에 맞은 듯한 장면이 나와 VAR 판독까지 진행됐지만 판정은 유지됐다.
균형은 전반 종료 직전 깨졌다. 전반 44분, 왼쪽 크로스가 수비수 머리에 맞고 골대를 강타한 뒤 흐른 볼을 막시 아라우호가 다이빙 헤더로 밀어 넣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전반 추가시간에는 아라우호가 헤더로 떨어뜨려 준 볼을 아구스틴 카노비오가 오른발 원터치 슈팅으로 연결해 2-1 역전에 성공한 채 전반이 종료됐다.

후반에도 양 팀의 흐름은 팽팽했다. 후반 16분, 우루과이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발생한 패스 실책을 교체 투입된 엘리우 바렐라가 그대로 가로챘다. 골키퍼 무슬레라까지 제친 바렐라는 빈 골문에 오른발 슈팅을 침착하게 밀어 넣어 스코어를 2-2로 되돌렸다. 동점 이후에도 카보베르데는 후반 18분 몬테이로의 중거리 슈팅이 골문 상단 그물을 강타하는 등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우루과이는 후반 25분 다르윈 누녜스와 니콜라스 데 라 크루스를 동시에 투입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이후 우루과이는 점유율 66%, 슈팅 17개, 코너킥 11개를 기록하며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지만, 추가시간 8분까지 이어진 공세에도 카보베르데의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경기는 그대로 2-2로 마무리됐다.
이번 결과로 카보베르데는 2전 2무, 승점 2점을 기록하며 최종전인 사우디아라비아전 결과에 따라 사상 첫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이라는 시나리오까지 그려볼 수 있게 됐다. 반면 우루과이는 1차전 사우디전 무승부에 이어 2경기 연속 비기며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같은 무승부라는 결과지만 두 팀이 짊어지는 무게는 정반대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우루과이의 슈팅 17개, 점유율 66%라는 압도적인 공격 지표에도 추가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카보베르데의 운이 좋았다기보다, 4-1-4-1 포메이션에서 피나를 중심으로 한 수비 라인이 측면과 중앙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스페인전 무승부가 보지냐 골키퍼의 선방에 의존했다면, 우루과이전은 조직적인 수비 구조와 실리적인 역습 전환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차이가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지점은 우루과이의 빌드업 불안정성이다. 후반 동점골 장면에서 후방 패스 미스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사실은, 강팀으로 분류되는 팀도 압박 상황에서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루과이의 마지막 조별리그 상대가 같은 조 1위 스페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경기에서 드러난 빌드업 불안은 다음 경기를 앞두고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카보베르데의 입장에서는 이번 대회를 통해 단순한 '이변'을 넘어 실질적인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첫 월드컵 본선에서 두 경기 연속 강팀을 상대로 무패를 기록한 것은 우연이 반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마지막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 결과에 따라 카보베르데의 도전이 32강 진출이라는 역사적 성과로 이어질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카보베르데는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전 결과만 남았다. 2무를 기록한 채 마지막 경기를 맞이하는 이 섬나라가 사상 첫 월드컵에서 16강 진출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 그리고 두 경기 연속 무승부에 그친 우루과이가 스페인과의 마지막 승부에서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H조의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두 팀의 마지막 경기를 어떻게 예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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