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인사 줌인] '허수은' 토목 첫 여성 임원, 선별수주 시험대

DL이앤씨 /이미지=DL이앤씨 제공

DL이앤씨가 허수은 토목견적팀 부장을 토목사업본부 담당임원으로 선임했다. 이번 인사는 토목공사 입찰에서 경쟁 강도와 수익성을 따지는 기준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이뤄졌다. 허 담당에게는 공사비 산정뿐 아니라 계약 조건에 따른 비용 부담까지 고려해 사업별 수익성을 판단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토목 수주 전략 구체화, 견적 전문가 임원 발탁

허 담당은 2024년과 지난해 DL이앤씨 토목견적팀 부장으로 근무했다. 이달 2일 발표된 DL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토목사업본부 담당 임원으로 선임됐다. DL이앤씨 토목사업본부에서 여성 임원이 배출된 것은 처음이다.

토목견적은 공사 입찰에 앞서 설계와 시공 조건을 검토하고 예상 공사비를 산정하는 업무다. 공사에 투입할 비용과 입찰가격을 비교해 사업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과정과도 연결된다. 허 담당은 이러한 견적 분야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다.

DL이앤씨의 토목공사 수주 기준은 최근 5년간 달라졌다. 2021년과 2022년에는 턴키공사의 가격평가 비중 확대에 대응해 최적설계 관리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설계 차별화로 수주 가능성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을 선별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는 단독 입찰이나 경쟁사가 적은 사업에 참여한다는 기준을 명시했다. 설계 차별화를 강조하던 기존 기준에서 입찰 경쟁 강도를 구체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달라졌다.

일반 관급공사에서는 참여 기준을 조정했다. 수익성이 양호한 사업에 집중하던 방침을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모든 사업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다. 올해도 같은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턴키공사는 입찰 경쟁 강도를 고려해 참여 대상을 선별하고 일반 관급공사는 개별 사업의 수익성 확보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다. 경쟁 조건이 유리한 사업을 고르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일반 관급공사에는 폭넓게 참여하는 방식이다. 두 수주 방식 모두 공사별 예상 원가와 입찰가격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한다.

DL이앤씨는 지난해 8월 토목영업실과 토목집행실을 분리해 입찰·견적과 공사 수행 업무를 구분했다.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견적 실무 경력자인 허 담을 발탁했다. 조직개편에 이어 인사에서도 수주 단계의 공사비 산정과 채산성 판단에 필요한 전문성을 중용했다.

수주 가능성보다 계약 수익성…견적 판단 중요성 확대

DL이앤씨는 실제 사업에서도 수주 가능성뿐 아니라 공사비와 계약 조건에 따라 참여 여부를 결정해 왔다. 단독 응찰한 사업의 계약 협의를 중단하거나 사업성 부담이 커진 컨소시엄에서 탈퇴한 사례가 있다.

동탄 도시철도 건설공사 1단계가 대표적이다. DL이앤씨 컨소시엄은 지난해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 방식의 동탄트램 공사에 단독 응찰했다. 수의계약 협의까지 진행했지만 지난해 12월 공정계획과 사업 수행 여건 등을 이유로 참여 포기 의사를 밝혔다.

경기도 화성시는 올해 1월 발주 조건을 조정했다. 공사비를 6834억원에서 6932억원으로 98억원 증액하고 공사기간을 43개월에서 53개월로 연장했다. 공사 과정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지하매설물 이설 비용은 사후원가검토 항목으로 변경했다. 화성시가 해당 비용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다.

DL이앤씨 컨소시엄은 변경된 발주 조건으로 올해 3월 다시 입찰에 참여했다. 단독 응찰에 따른 유찰로 수의계약 절차가 재개됐다. 지난달 30일에는 실시설계와 우선시공분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본공사 계약은 실시설계와 관련 행정절차를 거쳐 별도로 추진된다.

동탄트램은 경쟁사가 없는 입찰에서도 계약 조건에 따라 수주를 포기한 사례다. 화성시의 조건 조정은 공사비 증액에 그치지 않았다. 공사기간을 늘리고 지하매설물 이설 비용의 부담 방식까지 변경했다. DL이앤씨는 이러한 조건이 조정된 뒤 사업에 재참여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민간투자사업에서도 사업성을 이유로 참여를 철회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초 지분 4.5%를 보유했던 대우건설 컨소시엄에서 탈퇴를 결정했다. 당시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이 사업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기존 투자금 반환을 둘러싼 컨소시엄 내부 갈등도 발생했다.

동탄트램과 GTX-B는 사업 방식이 다르지만 공사비와 사업 수행 조건이 참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탄트램에서는 공사기간과 추가 비용의 부담 방식이 조정됐다. GTX-B에서는 공사비 상승에 더해 민간투자사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사업성 판단에 영향을 줬다.

반면 일반 관급공사에서는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DL이앤씨는 올해 남부내륙철도 5-1공구와 계양~강화 고속도로 6공구, 제2경춘국도 5공구 등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의 공사를 수주했다. 경쟁 조건과 사업성에 따라 참여 대상을 선별하면서 일반 관급공사 수주도 확대하는 방향이다.

이러한 수주 방식에서 견적 전문성은 공사비 산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동탄트램처럼 공사기간이 달라지거나 발주처의 비용 부담 범위가 조정되면 계약에 따른 예상 원가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입찰가격이 같더라도 시공사가 부담할 비용의 범위에 따라 수익성은 달라질 수 있다.

DL이앤씨가 구체화한 수주 기준에 맞춰 허 담당에게는 사업별 계약 조건을 공사비에 반영하고 적정 입찰가격을 판단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경쟁사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수주를 추진하지 않고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일반 관급공사에는 참여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허 담의 토목견적 경력은 입찰 경쟁 조건과 실제 비용 부담을 함께 고려하는 DL이앤씨의 수주 판단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수익성과 사업 안정성을 면밀히 검토해 내실을 다지는 선별수주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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