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단체미팅 갑론을박…“혼인 장려” vs “보여주기식”
전문가 “요즘 청년 결혼·출산 당연시 여기지 않아…사회적인 분위기 형성이 우선”
지자체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주선하는 단체미팅을 두고 여론 안팎에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혼인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거란 긍정적인 반응과 단편적인 단체미팅이 과연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뒤섞여 있다.
서울시는 우리카드와 함께 내달 23일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서 ‘설렘, in 한강’을 개최한다고 지난달 20일 밝혔다. 행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25~39세(1999년~1985년생) 미혼 남녀 각각 50명 씩 총 100명 대상으로 진행된다. 참가 신청은 오는 8일까지 온라인으로 접수할 수 있다.
지난 5일 서울시는 ‘설렘, in 한강’ 지원자는 1674명으로 1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감기간까지 1일 남은 최종 지원자는 약 2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한강 요트 투어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며, 커플이 성사될 경우 총액 1000만원 한도 내 데이트권과 서울의 달 탑승권을 제공받는다. 데이트권은 성사된 커플 수에 따라 ‘N분의 1’로 배분될 예정이다.
해당 행사를 본 많은 누리꾼들은 다양한 의견을 공개하고 있다. 지자체가 참여자를 선발해 진행하는 행사인 만큼 신원이 보장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신원은 보장됐더라도 개인에 대한 정보는 미흡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단체 미팅에서 진정으로 사랑에 빠지는 게 가능한지 의문을 품기도 하는 모습이다.
김수인 씨(54·여)는 “주위를 돌아보면 연애하는 청년들의 수가 많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이러한 원인에 이성을 만날 기회가 적은 게 한 몫 했다면 지자체에서 이성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자리를 마련하는 건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래도 지자체가 주선하는 만큼 신원이 보장된 사람들이 참석할 것 같다”며 “어쩌면 결정사를 통해서 찾는 것 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직장인 강지원 씨(28·여)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느낌이 있는데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연애를 안 한다는 표현보다는 못 한다는 표현이 더 맞다고 본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가 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만남을 추진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부는 지자체가 주최하는 단체 미팅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너무 미흡하다는 점과 이런 미팅을 통해서 진정으로 사랑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학원생 정윤화 씨(27·남)는 “평일에는 학교생활, 주말에는 휴식 등 매주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생활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긴 했다”며 “이런 행사에 진정으로 연인을 찾으러 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지수 씨(20·여)는 “이런 행사 자체가 대학교 과팅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며 “과팅을 나가는 가장 큰 이유가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 보다 또래 친구를 사귀기 위한 목적이 큰 것처럼 이런 단체 미팅도 좋은 친구를 만나는 곳이 아닐까 싶다”고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제한된 공간에서 이성을 만나는 만큼 진심으로 이 사람들이 사랑에 빠졌다고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책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이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라면 남녀를 매칭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 형성이 먼저라고 지적한다.
박태수 서울과기대 교양학부 교수는 “지자체가 선뜻 미혼 남녀를 위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아마도 결혼을 장려하고 최종적으로는 출산율을 높이는 게 가장 큰 목적일 텐데, 요즘 청년들은 결혼한다고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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