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만에 고화질 영화 1000편 다운로드…초고속 ‘우주 레이저 통신’ 나왔다

이정호 기자 2024. 9. 2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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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지구 궤도에서 시연 성공
전파 이용한 기존 통신체계 대체
향후 달 개척 과정에서 활용 기대
우주 레이저 통신 시연용 인공위성인 ‘PTD-3’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2시간짜리 고화질 영화 약 1000편을 단 5분 만에 우주에서 지구로 전송할 수 있는 초고속 통신 기술이 시연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전파가 아니라 레이저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년 뒤 시작될 본격적인 달 탐사 과정을 전 세계인들이 자신들의 안방에서 깨끗한 화질의 동영상으로 실시간 시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5일(현지시간) 지구 궤도를 떠다니는 인공위성인 ‘PTD-3’에서 지상을 향해 레이저를 쏴 초당 200기가바이트(GB)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신개념 우주 통신 기술 시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시연은 PTD-3와 미 캘리포니아주 지상국 사이에서 지난해 6월 이뤄졌으며, NASA는 정밀 분석을 거쳐 이번에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NASA가 ‘TBIRD’로 이름 붙인 이 기술을 사용하면 5분 만에 4.8테라바이트(TB)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할 수 있다. 2시간짜리 고화질 영화 약 1000편에 해당하는 막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라면 하나 끓이는 시간에 내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NASA는 물론 유럽 과학계에서도 최근 수년 새 레이저를 이용한 우주 통신 기술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데, 이번에 NASA가 실현한 속도는 세계 최고 기록이다.

현재 우주와 지구 사이의 통신은 전파를 사용한다. 우주 개발이 시작된 20세기 중반 이래 변한 적이 없다. 이번에 시연에 성공한 TBIRD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전파에 비해 이론적으로 1만배 이상 빠르다. 향후 우주 통신 기술에서 중요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ASA는 내년 9월 발사할 유인 우주선 ‘아르테미스 2호’를 통해 TBIRD를 추가 시연할 예정이다. 아르테미스 2호는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달 뒷면을 돌아 지구로 돌아오는 임무를 띠고 있다. 지구 궤도를 벗어나 본격적인 우주 개척 과정에서 TBIRD를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르테미스 2호도 TBIRD 시연에 성공한다면 2026년 발사돼 인간을 50여년 만에 달에 다시 착륙시킬 아르테미스 3호 임무 모습을 전 세계인들이 실시간 고화질 동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을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널리 보급된 실시간 인터넷 방송과 별로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월면을 안방에서 구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NASA는 “TBIRD 기술을 통해 향후 우주 탐사 과정에서 정보 전송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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