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엔 저렴했는데”…레트로 열풍에 ‘추억의 음식’ 가격 껑충

냉삼·다방커피·도시락·불량식품까지…고급화 바람 타고 ‘가격 역전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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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저렴한 맛에 즐겨 찾던 음식들이 최근에는 오히려 고급화되는 가격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정 세대가 경험했던 기억과 감정을 자극하는 콘텐츠로 재탄생하면서 같은 음식임에도 가격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냉동삼겹살은 과거 생 삼겹살에 비해 보관이 쉽고 대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 삼겹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다. 그러나 최근 레트로 열풍과 함께 ‘추억의 냉삼’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일부 식당에서는 생 삼겹살과 큰 차이 없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신논현역 인근의 한 냉동삼겹살 전문점에서는 생 삼겹살은 160g 기준으로 2만3000원에 냉동삼겹살은 230g에 2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100g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생 삼겹살은 1만4375원, 냉동삼겹살은 1만2500원으로 둘의 가격 차이는 1875원 밖에 나지 않는다.

직장인 김기범 씨(27)는 “냉동삼겹살은 생 삼겹살보다 양이 적어 더 많이 먹게 되는데, 가격이 비슷하다 보니 예전처럼 부담 없이 먹기엔 망설여진다”며 “레트로 유행과 함께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른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방커피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과거에는 ‘믹스커피’라는 이름으로 집이나 사무실에서 손쉽게 마실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다방커피’라는 이름으로 레트로 감성을 입혀 카페 메뉴로 재등장했다. 특히 일부 매장에서는 아메리카노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

빽다방의 경우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2000원에 판매되지만, 믹스커피 베이스로 알려진 ‘원조커피’는 500원 더 비싼 2500원에 판매된다. 믹스커피 특유의 진하고 달콤한 맛이 ‘추억의 맛’으로 소비되면서 가격에도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 최근 레트로 열풍에 믹스커피가 다방커피 혹은 원조커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사진은 믹스커피의 모습. ⓒ르데스크

과거 학교 앞 문방구에서 300~500원 사이에 판매되던 ‘감자알칩’은 현재 편의점에서 12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포장 디자인은 옛 감성을 그대로 살렸지만 판매 채널이 편의점으로 바뀌며, 희소성과 감성 소비가 결합된 형태로 재탄생한 것이다.

‘추억의 도시락’도 레트로 열풍 속에서 프리미엄 메뉴로 다시 등장한 음식 중 하나다. 김치볶음밥, 계란프라이, 소세지, 스팸 등을 양은 도시락 통에 담아내 1970~1980년대 학생들이 학교 운동회나 수학여행에서 자주 먹던 도시락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집에서 간단하게 싸먹거나 분식집에서 저렴하게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지만, 최근에는 감성 식당이나 트렌디한 분식 전문점에서 8000원~1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일부 식당에서는 어릴 적 도시락 뚜껑을 덮고 흔들던 기억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고깃집도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환기 문제와 조리 과정의 번거로움 때문에 사라졌던 방식이지만, ‘옛날 느낌’을 강조한 노포 스타일의 고깃집에서 다시 도입하고 있다. 연탄불을 활용하면 특유의 불맛과 연기가 분위기를 살려준다는 점에서 인기다. 가격 또한 일반 고깃집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최근 힙지로라 불리며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 을지로에서도 연탄불을 활용한 고깃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을지로의 한 돼지갈비 전문점에서는 연탄불을 활용한 고기가 1인분에 1만7000원에 판매되지만, 일반 불판을 사용하는 곳에서는 1만5000원에 판매된다. 불 맛이 더해졌다는 차별화 요소가 프리미엄 가격을 정당화하는 셈이다.

송차훈 씨(56)는 “확실히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이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다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런데 가격이 그때 그 시절에 비해 너무 비싸진 느낌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감성 소비 중심의 문화적 변화로 해석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레트로 상품이 단지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의 정서적 만족과 경험 가치를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소비되면서 가격에도 프리미엄이 붙게 됐다”며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과거에 대한 향수와 새로움이 결합된 ‘뉴트로 소비’가 확산되면서, 한때 저렴했던 상품들이 오히려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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