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예산 삭감, 尹 정부 카르텔 위해 신진연구자들 몫 빼앗는 술책"
"2024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은 결국 윤석열 정부 사람들의 'R&D 카르텔'을 위해 대학원생과 박사후 과정 같은 힘없는 신진연구자들의 몫을 빼앗기 위한 술책일 뿐이었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은 30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같이 말했다. 과기노조는 "이제 젊은 연구자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뿐 아니라 정나미가 떨어져서 꼴 보기도 싫다고 한다"며 "한국의 과학기술계가 더 망가질 것이 남아있기라도 한가"라고 비판했다.
과기노조는 25일 진행된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가 "과학기술계가 궁금해하던 'R&D 카르텔의 실체를 확인한 자리"라고 말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무용을 전공한 교수가 공대 교수가 된 후 R&D 예산이 삭감되는 중에도 ‘디지털 헬스 케어’라는 인공지능(AI) 분야 R&D 사업을 맡고 사업비가 증액됐다. 사업이 종료된 후에는 연구성과 평가도 없이 바로 이어서 진행할 수 있는 5년간 총 290억원의 신규 사업이 기획됐다는 것이다.
또 R&D 사업 참여 실적이 전혀 없는 토목건설회사인 신화건설이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공동연구개발기관이 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성명서는 "무용을 전공했다는 해당 교수가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 김창경 한양대 교수와 가까운 사람이고 신화건설의 최대주주가 윤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불리는 유력 정치인인 권성동 의원의 사촌"이라고 지적했다.
과기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들을 위해서 세부사업의 과제로 숨겨서 수백억원짜리 사업과 예산을 기획해 주는 과기정통부만 있으면 이런 일이 가능하다"며 "윤 정부가 이야기하는 R&D 카르텔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또 "과기정통부는 신진연구자들을 위한 연간 3000~5000만원 수준의 생애기본연구 R&D 과제 수천 개를 없애버리고 1600억원 이상의 해당 예산을 단 5일 만에 위법적으로 삭감했다"며 "과학기술의 뿌리인 신진연구자들이 떠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성명서에는 최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화 사이에서 일어난 차세대 발사체 설계 관련 지적재산권 문제도 언급됐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르면 연구기관은 연구자의 지적재산권을 승계해 소유권을 갖는다. 과기노조는 항우연이 차세대발사체 사업의 주관연구개발기관이고 개념설계와 시스템설계, 예비설계까지 모든 설계를 수행하고, 체계종합기업인 한화는 참여할 뿐이기 때문에 차세대발사체 설계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한화가 공동소유할 권한이 없다고 봤다.
성명서는 "전체 사업 예산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9500억원을 가져가는 용역업체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혁신법과 항우연의 연구자들을 업신여기고 어려운 환경에서 발사체를 개발해 왔던 항우연과 300여 개 업체들을 갈취하겠다고 대놓고 윽박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노조는 민간주도의 우주산업인 '뉴스페이스'를 추진하는 이유는 민간 혁신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경제성 있는 발사 서비스를 민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지금 한화가 항우연에 제시하는 컴포넌트별 비용은 누리호 때와 비교하면 2배는 기본이고 5배, 9배까지 넘고 있다고 한다"며 "협력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갈취하고 협력업체들을 해체시키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업체에게 무슨 혁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또 "뉴스페이스가 아니라 정권에 유착한 한국형 재벌식 올드 스페이스일 뿐"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우주산업에서의 R&D 카르텔"이라고 말했다.
과기노조는 "우주항공청의 일부 관료들이 카르텔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것 같다"며 "이들 때문에 누리호와 다누리호를 성공시킨 항우연이 바람 앞의 촛불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항우연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우주개발과 우주산업도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노조는 이어 "정부가 연구 생태계를 강화하고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보다는 정부관료와 이익집단이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R&D 예산을 유지⸱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R&D 개혁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개악으로 R&D 카르텔이 흘러넘치게 되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일소하는 방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권과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징계와 처벌, 그리고 과학기술계 전반에 걸친 철저한 인적 쇄신과 제도개혁을 이루어내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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