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TX 개통이 바꾼 서울역의 위상 변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시대의 개막으로 서울역은 다시 한 번 도시 역사의 중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 파주 운정중앙역에서 출발해 22분 만에 서울역에 닿을 수 있게 된 GTX-A 노선의 효과로, 서울과 수도권은 사실상 ‘하나의 일상’으로 통합되는 출퇴근 혁명이 현실화됐다. 이 변화는 단순 이동거리의 단축이 아니라, 서울역 일대를 둘러싼 도시의 가치와 공간의 쓰임새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서울역은 기존의 지하철 1·4호선을 비롯해, KTX,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GTX-B와 같은 방대한 교통망이 집결된 ‘국가 중앙역’의 상징성을 품었다. 이로 인해 서울역을 중심으로 한 초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들이 잇따르며, 도심 최고 수준의 투자 각축장이자 미래형 업무지구로 변신하고 있다.

투자자의 눈길, CBD에서 서울역으로… 슈퍼사이클 기대감 고조
서울 부동산 업계와 글로벌 투자자들은 최근 서울역 일대에 집중적으로 시선을 쏟고 있다. 30년 넘게 노후 도심으로 꼽혀온 광화문, 시청 등 기존 CBD(중앙업무지구)의 한계를 넘어, 신축·대형·혁신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모이고 있다. 강남을 제외하면 서울 중심부에 대기업, 글로벌 IT 기업이 선호하는 초대형 업무공간은 극히 제한적이었던 상태였다.
이 가운데 서울역 일대를 중심으로 연면적 46만㎡ ‘이오타 서울(남산 힐튼 재개발)’과 34만㎡ 규모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이 동시다발로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메가 프로젝트의 동시 추진은 서울 부동산 역사에서도 이례적인 일. 업계에서는 이 흐름을 ‘오피스 슈퍼사이클’로 명명하며, 김치 프리미엄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CBD의 재편성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메가 플레이트’ 오피스,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하다
이오타 서울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개발의 특징은 ‘메가 플레이트(Mega Plate)’로 불리는 대형 오피스 평면 설계다. 기준층 면적 3,850㎡가 넘는 초대형 오픈 플로어는, 엔비디아,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공간 구성과 동일하다. 단순히 넓은 것 이상으로, 개방성과 유연성, 협업·소통을 극대화하는 공간이 현대적인 업무 환경에서 경쟁력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대형 시공사가 각각 부지를 담당해 시공 품질에서도 믿음을 더하고 있다. 더불어 6성급 호텔, 생활·문화·쇼핑·비즈니스 시설이 결합된 복합 자족형 도시 공간으로 서울역 일대의 스카이라인 자체가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공개녹지, 친환경 인증, 차세대 스마트빌딩 시스템 등도 도입돼 신축 프라임 오피스의 새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북부역세권 개발, 서울의 새로운 비즈니스·관광 허브로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글로벌 회의장(MICE), 오피스, 특급호텔이 어우러진 대규모 복합단지로, 2028년 완공 시점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2,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 컨벤션센터와 전시장, 랜드마크급 호텔 등이 건설될 계획이다.
한화그룹의 주도로 시행·시공되는 북부역세권 개발은 광역 교통집결지의 상징인 서울역에 새로운 돌파구를 연다. 기존에는 다소 소외되어 있던 북쪽 블록이 각종 개발 호재, 쪽방촌 정비사업과 맞물려 ‘도심형 앵커타운’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심형 복합 비즈니스 허브로 거듭나면서, 서울역 일대의 상권, 관광, 주거 등 도시 기능이 입체적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플라이트 투 퀄리티’와 오피스 시장 양극화, 신규 프라임의 중요성

최근 몇 년간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는 ‘플라이트 투 퀄리티(Flight to Quality)’, 즉, 고급·신축·대형 오피스에 임차수요가 집중되는 트렌드가 강해졌다. 부동산 컨설팅사 CBRE 조사 결과, 프라임급 오피스 공실률은 0.85%에 불과한 반면, A급 오피스는 3.49%나 된다. 임대료 차이도 크다. 프라임 오피스가 A급 대비 40% 높은 임대료를 받으며, 임차인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기존 CBD 대부분이 1990년대 초중반에 준공된 노후 빌딩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서울역 신축 오피스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바이오, AI 같은 신사업 및 복합 ICT 분야 투자 역시 신축 오피스에 집중될 전망이다.

국가 도시 경쟁력, MZ세대와 글로벌 플레이어가 견인한다
GTX 시대의 도래로 도시 내외부 격차가 줄고 있다. 더 많은 스타트업, 국제무대형 기업, 젊은 인재들이 30분 내로 서울역에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강남·광화문을 넘어 서울역~용산 일대가 ‘SYBD(서울-용산 업무지구)’라는 신개념 글로벌 비즈니스 벨트로 도약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엔비디아·애플·구글 등 글로벌 탑티어 기업들의 선택 기준은 ‘접근성’ ‘공간 유연성’ ‘혁신 네트워크’이며, 서울역 초대형 개발의 강점은 이 조건에 부합한다. 이에 따라 세계 비즈니스 지도에서 서울이 더 넓은 스펙트럼으로 리포지셔닝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