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풀코스로 다녀온 춘천마라톤 후기(장문주의)

간단히 후기 올리긴 했지만, 첫 풀코스 뽕에 취한 채로 고정닉 신청하고 올리는 자세한 춘천마라톤 후기. 

대회 준비하면서 런갤에서 정보를 많이 얻어서, 나처럼 혼자 춘마 참석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씀.

1. 교통편

- 크루도 없고 혼자 참석하는 아싸 러너라 교통편이 걱정이었음. 전날 춘천에 가서 잘까 했는데 숙박비도 아깝고 해서 그냥 새벽에 가기로 하고 교통편을 알아봤는데 ITX는 예매 풀리자마자 매진돼서 실패하고, 셔틀버스도 고민하던 중에 예약 기간 지나서 결국 예약 못함. 시외버스도 이미 매진. 게을러서 남은 선택지는 경춘선이었는데, 결과적으로 ITX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리고 불편하긴 해도 앉아갈 수 있으면 나쁘지 않은 선택지인듯.

- 다만 상봉역에서 타야 앉아갈 수 있고, 별내역부터는 자리가 없었음(난 상봉역 6시 25분 차 탐).

- 상봉역에서 6시 25분에 타면 남춘천역에 7시 47분에 도착하는데, 대회장까지 8시에 도착하기에는 좀 빠듯했음. 난 사진 찍으면서 가다보니 더 늦었는데, 상봉역 기준으로 6시 25분 전 열차를 타는 게 제일 좋을듯. 아 참고로 이 때 도착했을 때도 남춘천역에 화장실 줄이 길게 있었으니 화장실은 무조건 미리 해결하고 와야됨.

- 갈 때도 경춘선을 탔는데, 춘천역에서 출발하는 게 좋음. 1시 44분에 경춘선 탔는데 남춘천역에서 이미 앉을 자리가 없더라. 풀 뛰고 1시간 넘게 서서 갔으면 그 날 집에 가서 분명 기절했을듯.

2. 물품 보관

- 이번 춘마 때 물품 보관 부스가 워낙 많아서 짐 맡기고 찾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음. 다만 대회장 안이 엄청 복잡하다보니 짐 정리는 공지천이나 바로 옆의 조각 공원에서 미리 하고 보관해야겠더라. 아무 것도 모르고 일단 대회장 안으로 들어갔다가 짐 정리할 공간이 부족해서 불편했음.

3. 레이스 후기

(1) 첫 풀코스라 E조에 배정됐는데 9시 25분에 출발함. 앞라인에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병목은 없었음. 목표 기록은 3시간 30분 언더였고, 5km까지는 자잘한 업힐도 반복되고 해서 5:00 이하 페이스로 달림. 그 전에 뛰었던 서울레이스 하프에서는 1시간 30분 나옴.

(2) 5km 급수는 생략함. 7km 쯤이었나 삼악산 보이기 시작. 단풍이 절정은 아니라 좀 아쉽긴 했는데 그래도 멋있더라. 그리고 나서 유튜브에서 많이 본 터널이 나오고 사람들 함성 지르기 시작하는데, 사람들 에너지 넘치네 싶었다. 사실 좀 시끄럽기도 했음 ㅋㅋㅋㅋ

(3) 10km 구간에서 첫 급수했고 이후 5km 단위로 계속 급수함. 다른 대회도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춘마는 물이랑 게토레이 둘 다 준비해줘서 좋더라. 아 그리고 급수대마다 있던 자원봉사자 학생들, 진짜 최고였음. 그냥 급수만 준비하기에도 바쁘고 힘들텐데 거의 크루 응원존 뺨침. 얘네들 춘천시에서 뭐라도 챙겨줬음 좋겠네.

(4) 10km 지나면서부터 페이스를 조금씩 올려서 4:40 전후로 달림. 컨디션이 괜찮아서 이 정도면 3시간 20분 언더도 가능할 것 같았음(멍청).

(5) 에너지젤은 원래 10km 단위로 먹을 생각이었는데 괜찮은 거 같아서 15km에서 처음 먹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10km 단위로 꼬박꼬박 챙겨 먹었으면 후반에 좀 덜 퍼졌을까?

(6) 신매대교 하프구간, 진짜 최고였다. 크루 응원 받으면서 뛰는데 진짜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기분이더라. 나도 신나서 사람들이랑 계속 하이파이브하고 화이팅 외치면서 뛰는데 나도 모르게 페이스 치솟아서 진정시킴. 이때 진짜 "와 달리기 개재밌당"이러면서 달림. 근데 신매대교 지나자마자 거짓말처럼 주로가 조용해지더니 시골길 나오고, 사람들 걷기 시작하고 앰뷸 지나가고... 뭐랄까, 주말 신나게 보낸 월요일을 맞이하는 느낌.

(7) 25km 서상대교 진입. 춘마 시그니처 구간이라고 해서 영상으로 많이 봤는데, 진짜 춘천댐까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보고 헛웃음 나옴. 이미 사람들은 초입부터 쥐가 났는지 스트레칭하고, 파스 뿌리고, 걷고. 잔뜩 쫄아서 진입했는데 생각보다 달릴만 했음. 내가 평소에 조깅하는 코스가 업힐이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하체 보강 운동을 해서 그런지, 원래 취미가 등산이라 그런지 의외로 페이스도 거의 안 떨어지고 춘천댐까지 무난하게 지나감. 그리고 짧은 내리막 통과한 후에 다시 35km 구간까지 업힐 나오는데, 여기도 생각보다는 스무스하게 지나감(물론 내 기준임. 페이스는 계속 4:40 전후로 유지함). "진짜 이러다 3시간 20분 언더 가나? 나 혹시 재능 있을지도...?" 싶었는데,

(8) 거짓말처럼 37km 구간부터 다리 잠기기 시작함. 훈련하면서 최장거리가 35km였는데 역시 정직한 운동이더라. 멍청하게 업힐 구간에서 사람들 제친다고 신나게 뛴 탓도 있겠지만. 난 다리 잠긴다는 느낌이 뭘까 싶었는데, 늪에 빠진 기분임. 초반 구간이랑 비교하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데 2배 이상 힘을 쓰는 기분. 스스로 기록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안 걷고 완주해야지! 였는데 도저히 뛸 수가 없어서 결국 걷기 시작함. 이때 좀 울컥했는데,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 힘들어서 울컥했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울컥했는지.

(9) 잠시 걷다가 다시 뛰는데 이제는 다리에 쥐남 ㅋㅋㅋㅋㅋ 특히 내측광근. 결국 다시 걷는데 걸으면서도 쥐가 올라와서 한참 앉아서 스트레칭함. 그러다가 좀 풀려서 다시 걷는데, 어떤 아저씨가 콜라라고 주더라. 그 전까지는 아니 달리는데 웬 탄산음료를 마시지? 싶었는데, 이거 진짜 신의 음료임. 넥타가 따로 없었다. 탄산이 목젖을 탁 치면서 달콤한 콜라향이 올라오는데, 와 기영이가 카스테라 처음 먹었을 때 느낌이 이랬을듯. 저한테 콜라주신 분, 정말 감사합니다.

(10) 근데 콜라 마셨다고 쥐가 풀리진 않더라 ㅋㅋㅋㅋㅋㅋ 계속 걷다가 1km 남았다는 이정표보고, 피니시를 걸어서 통과할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뜀. 500m 남기고 다시 쥐 올라오는데 500m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겨우겨우 뛰어서 피니시 통과함. 이때도 진짜 울컥했다. 아마 피니시 라인에 가족이나 지인들 있었으면 광광 울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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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3시간 23분 3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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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마 메달 왜 이렇게 예쁘냐. 

4. 대회 후기

첫 풀코스를 춘마로 선택해서 아주 만족스러웠음. 운영도 깔끔했고, 자봉 학생들도 너무 고마웠고, 크루 응원도 좋았고.

그리고 춘천시민들 입장에서는 마라톤 대회 개최해봐야 교통 통제 때문에 불편한 게 더 클텐데, 주로까지 나와서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했다.

다만 교통편이 너무 구려서 "자주는 못 가겠다"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 후기도 보고, 내 후기도 쓰면서 정리하다 보니 낭만라이팅 당해서 또 신청할까봐 겁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