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순위 이내면 ‘커플’?···‘만남주선 매칭률 50%’라는 서울시 ‘기적의 계산법’

김원진 기자 2025. 10. 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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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성과·실적 매달려 ‘꼼수’ 횡행
서울시가 지난달 20일 진행한 미혼남녀 만남주선 행사 ‘설렘, 북나잇’. 서울시 제공

남녀 만남을 주선하는 예능프로그램 <나는 솔로>에는 자신의 속마음을 밝히는 인터뷰가 중간중간 등장한다. 옥순, 광수, 정희, 영호 등의 출연자들은 “저는 눈에 들어오는 분이 3명? 정도 있어요” “2순위는 현숙, 3순위는 순자”라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밝힌다. 회차를 거듭하며 출연자들은 마음을 좁혀가며 최종선택에 이른다. 최종 선택은 단 1명이다.

수십개 지방자치단체는 올해도 지자체 버전의 <나는 솔로>를 표방하며 저출생 정책의 일환으로 미혼남녀 만남주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도 지난해부터 한화손해보험, 우리카드, 신한카드의 후원을 받아 미혼남녀 만남주선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다. 서울시의 저출생 사업인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시즌2’중 하나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의 미혼남녀 만남주선 사업인 ‘설렘 in 한강’의 매칭률 계산 방식은 독특하다. 3일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서울시는 ‘프로그램 종료 이후 참가 남녀가 각각 1~3 순위를 기재하여 제출하고, 서로가 상대방의 3순위 내에 포함될 경우 매칭으로 계산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옥순과 광수가 서로를 3순위로 써냈어도 ‘매칭’으로 인정된다.

서울시는 또 ‘상호 1~3순위로 지목한 경우가 여럿 있는 경우, 선순위를 기준으로 1커플만 성사’라고도 했다. 옥순이 상철을 2순위로 지명하더라도, 상철과 정숙이 서로 1순위를 써냈다면 상철-정숙이 최종 매칭이 되는 식이다.

3순위-3순위 매칭까지 매칭률로 넣는 ‘꼼수’ 계산법을 쓰는 이유는 지자체의 성과와 실적 때문이다. 지자체는 미혼남녀 주선사업의 성과를 매칭률과 결혼성사율로 측정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23일 미혼남녀 만남주선 행사인 ‘설렘, 북나잇’의 매칭률이 46%였다는 홍보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서울시 외에도 미혼남녀 행사를 진행하는 여러 지자체가 앞다퉈 ‘매칭률 40%’ ‘20쌍 중 10쌍’ 등의 문구를 내세워 매칭률 홍보에 나선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진행한 네 차례 미혼남녀 만남주선 사업의 커플 매칭률은 모두 50% 안팎이다. 1회 설렘 in 한강은 54%, 2회 설렘, 아트나잇은 44%였다. 3회 설렘 in 한강 시즌2는 52%의 매칭률을 기록했다. 매칭된 이들에겐 미술관 관람권,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을 제공한다.

서울시는 2023년 시 예산을 들여 기획한 ‘청년만남, 서울팅’이 저출생 문제의 본질을 짚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사업을 접었다. 저출생의 근본 원인은 결혼·출산을 머뭇거리게 하는 높은 주거비용,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현실 등에 있는데 만남 주선은 핵심을 비껴간 대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 11월부터 기업 후원을 통해 미혼남녀 만남주선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사업 시행 이후 “지자체 예산으로 소개팅이 아닌 고용률 제고 필요”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사업으로 사업 중지 요청” “지역과 직업으로 인한 차별 및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개선” 등의 민원이 서울시에 들어왔다.

서울시는 “예산 사업이 아닌 기업 후원으로 미혼남녀 만남주선 사업을 진행 중이고, 사업 담당은 저출생지원팀장과 담당 주무관 1명뿐”이라고 밝혔다.


☞ ‘미혼남녀 주선’이 ‘저출생 대책’이라는 서울시, ‘사회공헌 활동’으로 인식하는 기업들 [플랫]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021514001


☞ ‘서울시 소개팅’ 필요하다는 오세훈···스토킹·범죄자 막을 수 있어서라고요?
     https://www.khan.co.kr/article/202306150601001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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