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투데이 최태인 기자] 한국과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둘러싼 막판 협상에서 극적으로 타결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를 포함한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은 최대 25%까지 예정됐던 미국 수입 관세 대신 15%의 낮은 세율이 적용되게 됐다. 이번 합의는 8월 1일 발효 예정이었던 상호 보복 관세 도입 시한 직전 타결된 것으로, 자동차 업계의 우려를 상당 부분 덜게 됐다.
이번 협상은 앞서 체결된 유럽연합 및 일본과의 관세 협정과 유사한 형태로 이뤄졌으며, 한국산 차량과 부품에 대한 관세를 완화하는 대신 미국산 자동차 및 농산물은 여전히 무관세로 한국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유지하는 조건이 포함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 이후 주도한 새로운 관세 체계의 일환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557억 달러(약 74조 원)의 흑자를 기록한 국가 중 하나로, 관세 타깃 국가로 지목돼 왔다.
이 협정은 현대차와 기아차 등 한국 업체에 대한 부담 완화 외에도, 미국 기업들에게도 혜택을 준다. 예를 들어 GM은 쉐보레 트랙스와 뷰익 엔비스타를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입하고 있으며, 향후 폴스타 4도 중국 대신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당시 도입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를 우회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 중요한 전기차 배터리, 디지털 부품, 반도체, 철강 등 핵심 부품 공급국이기도 하다.
이번 협정의 일환으로, 한국은 미국 내 다양한 프로젝트에 3,500억 달러(약 484조 원)를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트럼프 측은 이 중 대부분이 조선 산업 관련 협력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1,000억 달러(약 138조 원) 규모의 에너지 수입도 진행하기로 했으며, 이 투자·구매 계획 중 일부는 이미 예정돼 있던 사업이 포함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록 25% 관세는 피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만 최대 50억 달러(약 6.9조 원)의 추가 비용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수요가 둔화된 내수 시장과 중국 업체들의 저가 전기차 공세 속에서, 가격 인상 외에 뾰족한 수익 방어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수출 대상 시장을 재조정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앞서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 21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으며,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미국 자동차업계는 이번 협정의 수혜에서 다소 비켜난 모습이다. 미국 내 판매 차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캐나다·멕시코 등 관세 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국가에서 부품과 차량을 들여오고 있어 관세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8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 고율 관세로 인해 생산 원가 상승과 공급망 부담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정을 통해 한국 자동차 산업은 '관세 폭탄'을 일단 피했지만,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생산지 다변화 압력 속에서 새로운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