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새바람 불긴 하는데…’ 에이전트, 필요할까?

점프볼 2025. 6. 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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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편집부] 프로스포츠는 단순하게 승부만 일어나는 무대가 아니다. 돈이 오가는 비즈니스의 연속이다. 오프시즌은 선수 계약 관련한 거래가 최대 관심거리다. 국내 프로스포츠는 스포츠 산업의 발달과 함께 선수들의 계약을 돕는 에이전트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타 종목에 비해 변화에 둔감한 농구마저 이제 에이전트 시장이 열리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추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가. 점프볼이 진단해 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외국선수 에이전트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국내선수 에이전트 이야기다.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한 K리그(축구)는 기본이고 KBO리그(야구), 심지어 KOVO(배구)에서는 에이전트가 필수다. 농구는 유독 발걸음이 더뎠다. 3, 4년 전부터 간간이 에이전트를 두고 있는 선수들이 증가하다가 올 시즌 들어 그 수가 늘어났다.

KBL에서는 올해부터 선수들이 구단과 FA 협상 시 에이전트와 동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난 4월 FA시장이 막을 내린 WKBL에서도 에이전트를 고용한 선수들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KBL에서도 에이전트 바람이 거세지는 추세다. 올해 FA 자격을 취득한 최대어 가운데에도 에이전트를 선임한 이들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계약금이 없는 KBL에서 에이전트를 통한 실효성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우려의 시선도 공존한다. KBL에서 에이전트가 선수들과 함께하는 건 긍정적인 일일까, 시기상조일까. 구단, 선수, 언론, 외국선수 에이전트, 타 종목 에이전트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A구단 관계자
장단점이 있지만, 우리나라 농구 시장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런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되진 않는 것 같다. 에이전트 제도가 체계화된 종목 선수들에 비하면 연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샐러리캡도 있어서 손해를 보는 측면이 있다. 선수가 구단과 직접 협상하는 게 꺼려진다거나 자문을 구하고 싶다면 활용할 수 있겠지만, 자료가 미비하다. 남녀 선수들 모두에 해당하는 얘기다. 아직 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가 없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좋게 보진 않는다. 모든 에이전트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야구로 예를 들면 FA나 연봉 협상 전략을 어떻게 세웠다는 걸 프레젠테이션까지 한 후 협상을 시작하는 이들도 있다. 그에 반해 농구 에이전트는 종이 한 장 들고 오지 않는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그건 선수도 무지한 것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지만 선수는 에이전트에게 큰 금액을 지불한다. 구단 상대로는 1000~2000만 원 손해 본다고 생각하면서 그 돈을 에이전트에게 주는 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현재 시스템은 사실상 구단이 에이전트 몫까지 하고 있다. 구단을 믿어줬으면 한다. 여러모로 봤을 때 에이전트는 시기상조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얘기한다면 선수협이 생기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B구단 관계자
선수 입장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협상은 불편한 자리이기 때문에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구단 입장에서 ‘에이전트가 농구판의 몸집을 키울 수 있을까?’라 묻는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분명 필요하다. 그러려면 체계화되어야 하고, 객관적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WKBL 에이전트와 관련해 썩 좋지 않은 얘기가 나왔던 이유는 데이터 없이 협상을 했기 때문이다. 해당 선수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걸 자료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없었다. 에이징 커브가 온 선수라면 합리적 연봉을 책정해서 선수부터 설득하고 구단을 만나야 한다. 준비 없이 협상만 하려고 한다면 앞으로 문제가 더 심화될 것이다.

C구단 관계자
이미 문체부/프로스포츠협회가 나서서 2021년도부터 스포츠 에이전시를 제도화하고, 5000만 원 이하의 저연봉 선수를 지원하는 공익에이전트 서비스 또한 시행되고 있다. 해외 프로농구리그, 국내 타종목에서 자리 잡아 시행되고 있으니 필요성을 논의할 단계는 지나간 것이다. 다만, 프로농구는 시장이 작다 보니 구단들이 불편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게 시장이 작기 때문에 발생하는 프로답지 못한 현실 때문이다.



D구단 선수
개개인의 자유다. 선수가 필요로 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에이전트와 함께하면 농구만 신경 쓰면 된다. 물론 ‘굳이?’라고 여기는 선수도 있다. 직접 구단과 협상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면 에이전트가 없어도 된다. 심플하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E구단 선수
나는 FA 자격을 얻기 전부터 에이전트와 함께 했었다. 단순히 연봉 협상이나 FA 계약 건에 대한 일 뿐 아니라 평소 고민도 얘기하고는 한다. 운동선수 성향상 사회생활을 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곤경에 처해 있을 때 도움을 받기도 했다. 서로 신뢰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계약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의지가 많이 됐다. 대어급 선수야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오퍼를 받고 고민을 하지만 애매한 위치에 있는 선수들은 불안하다. 특히 FA를 해본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사리 분별이 어렵다. 구단 사무국장님, 단장님들은 FA 계약이나 연봉 협상을 하면서 선수를 대해본 적이 많지만, 선수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 때 에이전트가 함께 해주니 협상을 하는 데에 있어서 수월하게 내가 원하는 팀과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샐러리캡, 보상 등 제약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에이전트 고용에 대해 ‘굳이 필요한가?’라고 생각하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후배들이 조언을 구한다면 당연히 권할 것이다. 단, 에이전트가 괜찮은 사람인지 구분은 할 줄 알아야….

류동혁 스포츠조선 기자
현 시점에서는 에이전트 제도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단, 시장이 개방이 되면 에이전트 제도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에이전트 제도에 대한 시스템의 명확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정지욱 점프볼 편집장
여러 종목 취재를 하면서 농구가 굉장히 폐쇄적이라는 것을 느끼는데 에이전트 역시 그 중 하나다. 프로스포츠인데 여태 에이전트 제도를 가지고 이렇게 운운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물론 KBL은 보상제도가 있는데다 서로 쉬쉬하면서 다년 계약을 하는 이상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에이전트 제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FA 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대어급 선수들이야 개런티 계약을 하니까 고정 연봉이지만 준척급 선수들은 매년 연봉 협상을 한다. 그때 선수들은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 팀 훈련은 시작됐는데, 중간에 연봉 삭감 얘길 들으면 그날 제 정신에 운동할 수 있겠는가. 그럴 때 가치 책정을 해서 구단과 협상을 하는 것이 에이전트의 몫이다. 물론 모든 에이전트가 좋은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좋은 에이전트를 만나 괜찮은 거래를 할 수도 있고 사기꾼을 만나 후회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거까지 걱정해줄 필요는 없다. 그마저도 선수들의 선택이니까. 일단 제도 자체는 공식적으로 있어야 한다.



임준석 에이전트(외국선수·아시아쿼터 선수 에이전트)
에이전트 역할은 선수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 가치가 생기려면 협상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KBL 제도는 협상력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기본적으로 이적이 자유로워야 협상력이 생기는데 FA 연령제한, 보상 등으로 인해서 가치를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입찰이 여러 팀이 오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 또한 선수가 어느 도시에서 살게 되는지,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감독이 바뀌는 상황에 대해서도 선수 대신 협상하면서 만족할만한 계약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 제도 아래서는 어렵다. 솔직히 에이전트가 딱히 할 게 없다. 요즘 선수들과 얘기해보면 에이전트의 필요성 느끼거나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우선 본인이 연봉 협상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구단 관계자들과의 토론, 미팅에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다는 게 어린선수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니즈가 있기는 하다. 대신 협상하는 거 자체만으로는 선수들이 돈 나가는 게 아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FA 계약을 할 때는 그런 생각을 안할거다. 받는 돈이 올라가니까. 고정 연봉 선수가 아닌 이상, FA 계약 다음 해부터는 연봉이 깎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때는 에이전트가 나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이 돈을 줄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인간이 내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걸 싫어하는 것은 본능이 아닌가. 물론 선수가 해외진출을 하겠다 생각하면 에이전트가 무조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농구는 해외 진출을 노리는 선수가 거의 없다. 축구는 이적도 쉽고 아시아챔피언스 리그가 있다보니 거액의 이적료가 발생하고 이적료에서 에이전트의 몫도 발생한다. 그러니 이적이 활발하고 에이전트 잘만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농구는 해외진출이 흔하지 않고 10개 팀 뿐이고 심지어 FA가 아니면 이적이 쉽지도 않다.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하게 하는 흐름 자체는 맞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솔직히 양심상 국내선수 에이전트는 못할 것 같다.

김동현 UNIO대표(축구 에이전트)
국내 농구는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이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결국은 시류를 거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가이드 라인을 잘 구축해야 할 것이다. 농구는 FIBA(국제농구연맹)에서 따로 에이전트 관련 규정이 있는지 모르겠다. 축구는 FIFA(국제축구연맹) 라이센스가 있다. 선수 연봉에 대한 수수료를 몇퍼센터를 가져갈 것인지 규정된 리밋이 있고 이적 시에도 수수료가 발생한다. FIFA에서는 5%(부가세 별도)를 규정하고 있지만 10%를 가져가는 사람도 있고 5%를 가져가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5%를 가져간다. 이런 가이드 라인을 잘 구축하고 계약서도 이에 맞게 현실화 될 필요가 있다. 프로스포츠에 에이전트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제도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에 맞게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물론, 에이전트가 사기꾼인지 아닌지는 선수가 구별할 일이다.

#사진_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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