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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CEO들의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하반기 주요 이슈(디지털 전환, 세법 개정 대응 등)에 대한 대응방안을 시험대에 오른 CEO의 리더십으로 풀어냅니다.

교보생명이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전환과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어가고 있다. 조대규 대표는 신창재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강조한 '고객 중심 경영'을 실행 전략으로 구체화하는 한편 금융지주 전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AI 기반 고객경험 혁신
17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조 대표 부임 후 교보생명의 가장 두드러진 전략은 AI를 활용한 고객 경험 혁신이다. 교보생명은 이달들어 설계사(FP)와 임직원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서비스 3종을 정식 도입했다.
'보장분석 AI 서포터'는 고객 보장 내역을 분석해 부족한 영역을 제안하고 상담 역량을 높여주며, 'FP소장 AI 어시스턴트'는 리크루팅(설계사를 영입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부터 팀 성과관리까지 지원한다. 내부 직원용 'AI Desk'는 보고서 작성, 질의응답, 법무·인사 상담을 통합해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파일럿 운영만으로 하루 1300여건의 질문이 오갈 만큼 활용도가 높았고, 신인 FP 교육 과정에도 AI 활용 훈련이 포함됐다. 교보생명은 AI 가이드라인 수립에도 착수해 책임 있는 활용 원칙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은 AI 확산에 맞춰 보안 리스크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보생명의 IT 계열사 교보DTS는 보안 기업 AIFT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생성형 AI 보안 위협 진단 플랫폼 '불칸'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며 금융사 맞춤형 솔루션 개발에도 착수했다.
AI 도입 확대와 함께 커지는 보안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교보생명은 다른 보험사와 달리 사외이사에도 보안 전문가를 영입해 보안감독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또 고객 접점에 있는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맞춤형 금융·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데 이어 고객의 소리(VOC)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불만 처리 기일을 평균 0.8일로 단축했다. 신 의장이 강조한 고객 중심 경영을 기술 혁신과 접목해 실질적인 신뢰 기반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정리·비은행 확장…체질 전환
교보생명은 최근 들어서야 7년 여에 걸친 어피니티컨소시엄과의 분쟁을 종결하며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털어냈다. 이어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내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보해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금융지주 전환을 위한 교보생명의 행보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저축은행 편입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교보생명이 금융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을 끌어올리는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교보생명 측은 "보험업의 저성장 구조를 넘어 고객 생활 전반에 파고드는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보험대리점(GA) 채널이 커지는 환경에서도 전속 설계사 채널을 강화하는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회사 관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지닌 전속 FP를 양성하기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이들(FP)을 함께 성장해야 할 핵심 이해관계자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혁신 지속·신사업 성과…조대규 시험대
조 대표에게 남은 과제는 내부 혁신의 지속성과 신사업의 성과 창출이다. 디지털 전환은 이미 속도를 냈지만 AI 활용은 이제 현장에 접목하고 있는 단계라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SBI저축은행 인수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금융지주 체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어피니티 분쟁을 매듭지으며 지배구조 리스크를 정리했고 SBI저축은행 인수로 신사업 확장을 궤도에 올렸다"며 "조 대표 리더십의 성패는 내부 혁신과 포트폴리오 확장을 동시에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고객 중심 혁신과 신사업 확대라는 두 축을 동시에 굴리며 100년 영속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조 대표의 행보는 교보생명이 단순한 전통 보험사를 넘어 AI 기반 금융 생태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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