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관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차분한 분위기가 스며든다. 블랙, 화이트, 그레이로 구성된 중성 팔레트는 과한 장식을 배제하고, 조용한 질서를 만든다.

개방형 격자 선반을 배치해 빛이 드나드는 길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부피감 있는 거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벽에서 떠 있는 듯한 신발장은 시야를 시원하게 만드는 동시에 바닥에 빛을 흘려보내는 간접조명으로 공간감을 확장시킨다.
거실

부드러운 선형 구조가 공간을 감싼다. 직각의 예리함 대신 곡선이 일상을 품는다. 월넛 컬러의 깊은 색감은 마치 고택의 단아함을 떠올리게 하며, 벽면을 따라 퍼지는 콘크리트 질감은 깨끗하고 담백한 분위기를 만든다.

신중하게 자리한 신단 공간은 철저히 가족의 신념과 흐름에 맞춰 설계되었고, 기존의 틀을 벗어난 단정한 형태로 집 안에 자연스럽게 융화된다. 간결한 선과 수납 중심 설계로 실제 사용성과도 뛰어나다.

중심 동선에 위치한 다이닝 공간은 공간의 무게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150cm 폭의 다이닝 테이블은 양쪽 회전을 원활하게 유도하며, 테이블 다리 역시 공간을 가르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천장 조명은 따로 부각하지 않고 주변 요소와 자연스럽게 융합되도록 설계되었다.
주방

화이트 톤의 주방이지만 금속과 원목의 조화로 차가움보다 절제된 온기를 담았다. 상부장 대신 열린 공간을 확보해 조리 중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며, 가전은 필요한 만큼만 노출된다. 조리 동선도 철저히 계산되어, 전기 포트와 칼꽂이는 자석형태로 벽면에 밀착시켜 깔끔한 인상을 준다.
안방

수납과 동선의 균형이 절묘한 안방은 좁은 공간에서의 최대치를 끌어낸 구성이다. 벽면을 따라 제작된 옷장은 의류의 길이와 사용 빈도에 따라 세분화되었고, 서 있는 상태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대가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긴 거울과 수납장 위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작은 물건도 분류 정리가 가능하다.
게스트룸

게스트룸은 책상과 침대 기능이 유연하게 통합된 다목적 구조다. 월넛 원목 소재를 벽에 따라 배치해 균형감을 더했으며, 창가의 평상은 앉아서 독서를 하기에 최적화된 높이다.
중량을 지탱할 수 있도록 철재 보강이 추가되었으며, 인터넷 장비는 별도 제작된 유닛에 깔끔히 수납된다. 일본에서 수입한 피규어는 벽걸이 선반 위에 정렬되어 소소한 전시공간이 된다.
욕실

호텔 욕실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이 집 변신의 하이라이트다. 모래결 텍스처가 살아 있는 석재 타일로 전체를 감싸서 냉정할 정도로 절제된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짙고 옅은 회색이 교차되면서 물기를 숨기고, 마치 산속 온천의 자연스러운 재료처럼 보인다. 세면대 옆은 모두 수납장으로 처리되어, 필요한 물건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고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