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가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 그리고 사람, 삶 이야기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 샛길로 빠진 적이 있다. 무언가에 집중해 빠져들기보다 여러 곳에 눈과 귀를 열어 놓는 편이다. 한 우울만 파다가는 고립되어 버리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일에 빗겨 있으면 금세 낙오되어버리는 현대인. 그래서일까. 정보는 넘쳐나고 할 일은 누적되어 늘 피곤하다. 한정된 시간 탓에 쉼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지난 주말, 바쁜 N잡러는 휴식을 핑계로 주중에 못 본 영화와 책을 들여다보았다. 우연히 주말 책을 펼쳤다가 재미있는 영화를 봤고, 생각의 회로를 타고 신기한 경험을 했다. 예술계의 크로스오버, 일자리의 멀티버스였다. 분야는 달라도 내가 하는 일과 닮아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생각지도 못한 것을 찾아 새로운 시각을 확장하게 되었고 영화까지 감상하게 되었다. 가끔씩 딴짓하다 보면 의외의 수확이 있다. 책을 읽다가 영화를 봤는데 글이 한 편 완성되었다. 오늘은 일하다 어떤 영화를 만나게 될까 설렌다. 산만함이 주는 충만함. 이 쏠쏠한 기쁨에 중독된 하루다.
산만함에서 시작된 독서
시작은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바이올리니스트가 그리는 음악, 글로 써 내려간 예술의 모든 것’이란 카피가 인상적이었다. 이수민 저자는 바이올리니스트지만 그림도 그리고 강연도 하고 큐레이터도 겸한다. 그리고 인세가 들어오는 작가.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책 속에는 직접 작업한 작품도 곁들여 놓았다. 부러운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했고 후루룩 책을 펼쳤다가 놀라운 부분을 발견했다.

호기심이 발동했던 인물은 폴란드 출신 러시아의 무용수 ‘바츨라프 니진스키’다. 발레계의 새로운 획을 그었고 후대에도 많은 영감을 주었던 인물이며 ‘무용의 신’이라 불렸다. 니진스키의 영상을 보다가 홀리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사람이 아닌 존재 같았다.
하지만 20대 후반 조현병 진단을 받고 무대에 오를 수 없었다. 비운의 발레리노를 두고 세상은 “10년은 자라고, 10년은 배웠고, 10년간 춤췄다. 남은 30년은 암흑 속에서 살았다”라고 말했다. 60년 동안 단 10년만 무대 위에 섰던 162cm의 짧고 굵은 몸의 발레리노. 결코 유리한 신체 조건이 아니었지만 천재적인 재능으로 커버할 수 있었다.

그는 춤을 추기만 한 게 아니라 1912년 안무가로도 활동했다. 데뷔작이 곧바로 출세작이 되었다. 프랑스의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가 쓴 아홉 장의 장편 시에 영감받아 작곡한 ‘클로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를 춤으로 옮겼다. 전통적인 발레와는 판이한 혁신이었다. 뜨거운 여름날 욕정에 젖은 판(목신, pan)의 몽환적이고 에로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목신'은 '판'이라고도 불리는데 영화 <나니아 연대기> 속 '제임스 맥어보이'가 연기한 미스터 툼누스도 그 일종이다. 니진스키의 삶을 영화로 만든 허버트 로스 감독의 <니진스키> (1980)에는 ‘제레미 아이언스’의 꽃다운 모습도 담겨 있다. 연계해서 감상하면 재밌을 것이다.
- 감독
- 앤드류 아담슨
- 출연
- 안나 포플웰, 조지 헨리, 윌리암 모즐리, 스캔다 케인즈, 틸다 스윈튼, 제임스 맥어보이, 키란 샤, 제임스 코스모, 짐 브로드벤트, 엘리자베스 호손, 주디 맥킨토시, 살라 베이커, 짐 메이, 리차드 킹, 스테판 우리, 마크 웰스, 노아 헌틀리, 그레그 쿠퍼
- 평점
- 7.6
- 감독
- 허버트 로스
- 출연
- 앨런 바델, 앨런 베이츠, 제레미 아이언스, 챨스 케이, 준 브라운, 시안 필립스, 프레드릭 제거, 레슬리 브라운, 자넷 수즈먼, 스티븐 체이스, 로널드 픽업, 조지 드 라 페나, 콜린 블레이클리, 토마스 밀리안, 칼라 프라치, 베르농 도브체프, 마트 크롤리, 로날드 레이시
- 평점
1913년에는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와 손잡고 [봄의 제전]을 선보였다. [봄의 제전]은 20세기 최고의 음악 중 하나로 불리며 모더니즘 안무의 시초로 유명하다. 하지만 초연 당시 야유를 퍼붓거나 중간에 퇴장하는 관객도 있었다.
결국 경찰까지 출동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이를 계기로 니진스키는 다시는 무대에 설 수 없었다. ‘봄’을 주제로 죽음과 소멸, 그로테스크한 안무와 오컬트 분위기를 풍기니 그럴 만도 하다. 발레라고 쓰고 종교의식이라 읽는다. 불협화음의 혼란과 어려운 음계, 악기의 기괴한 테크닉이 압권이다. 영화 <미드 소마>가 생각나는 독특한 안무다.
- 감독
- 아리 에스터
- 출연
- 플로렌스 퓨, 잭 레이너, 윌 폴터, 윌리엄 잭슨 하퍼, 빌헬름 블롬그렌, 엘로라 토치아, 아치 마데크위, 다그 안데르손, 비요른 안드레센, 앤더스 백, 안데르스 베크만, 맷츠 블롬그렌, 클라우디아 차니, 군넬 프레드, 이사벨 그릴, 함푸스 할베리, 레베카 욘스톤, 안키 라르손, 리브 미에네스, 헨리크 노를렌, 루이즈 페터호프, 안나 오스트룀, 율리아 라그나르손, 라르스 베린게르
- 평점
- 5.4
지금까지 보고 들은 건 잊어라!

엄숙한 공연장에서 점차 고조되는 충격과 공포의 소란은 영화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에 담겨 있다. 영화는 두 사람이 연인이었다는 상상력에 기반한 실존 인물 소재의 허구 영화다. 매즈 미캘슨과 아나 무글라리스와 연기했다.

영화에는 니진스키와 발레 단장 디아길레프도 등장한다. 둘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발레를 보여주자며 의기투합했다. 결과적으로 둘 사이는 갈라지고 니진스키는 추락했지만, 짧은 만남은 시너지를 이뤄 큰 업적으로 남았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전에 들었던 음악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려,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지휘만 따라와”라며 당부한다. 객석이 술렁이든 말든 진짜로 오케스트라는 흔들리지 않고 연주를 마친다.
흔히 예술 쪽에는‘시대를 앞서갔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거나 혹평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 재해석 되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글에 소개한 여러 인물들은 시대를 풍미했거나 거슬렀거나 안타까운 삶을 살기에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혁신은 시대를 앞서 간 사람이 감당해야 할 무게감과 비례한다.
에디터:N잡러
- 감독
- 얀 쿠넹
- 출연
- 아나 무글라리스, 매즈 미켈슨, 옐레나 모로조바, 나타샤 린딩어, 그리고리 마노우코프, 라디보예 부크빅, 니콜라스 바우데, 아나톨레 타웁만, 에릭 디스마레스트, 클라라 구엘블룸, 막심 다니엘루, 소피 하손, 니키타 포노마렌코, 캐서린 데이브니어, 올리비에르 클라베리에, 마렉 코사코브스키, 제롬 필레망, 안톤 야코브레프
- 평점
- 7.1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