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종종 불평하는 것 중 하나가 이 횡단보도다. 길을 건너려고 초록불을 기다리는 데 외국에 비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얘기다. 길 하나 건너는 데 횡단보도에서 3분 넘게 기다리는 건 해도해도 선넘은 거 아니냐는 이런 반응들. 유튜브 댓글로 “우리나라 신호등은 초록불 기다리는 시간이 유독 길다는데 이유가 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신호등 대기시간이 구체적으로 외국에 비해 얼마나 긴지 통계가 존재하진 않지만, 전문가와 경찰에서도 한국 보행자들의 횡단보도 대기시간이 긴 편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우승국 교통연구원 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장
“기술적인 얘기인데 자동차 녹색 시간이 보행자 적색 시간이잖아요. 자동차에 대해서는 좀 수요가 많으면 늘려주고 보행자에 대해서는 좀 그렇지 않은 방식이기 때문에”
경찰청 관계자
“서울 같은 경우에는 워낙에 차량 통행량도 많고 하다 보니까 저희가 차량의 녹색 신호를 길게 주는 곳들이 있죠.”

먼저 서울의 경우 교통량이 지나치게 많은 것과 교차로 배치 구조가 원인이다. 반면 다른 도시들은 해당 지자체의 예산도 부족하고 지자체에 동기부여가 될 요소도 없다는 게 이유로 꼽았다.

일단 서울은 차가 너무 많다. 서울시 통계상 등록된 차량은 2021년 기준 317만대에 달한다. 미국 뉴욕이 220만대, 영국 런던이 260만대, 일본 도쿄가 200만대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많다. 차가 많다보니 교통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차량이 많을수록 횡단보도 대기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

시간대별 교통량을 조사해서 신호에도 꽤 민감하게 반영하는 편이라고 한다. 우리가 횡단보도를 많이 이용하는 시간이 아무래도 차가 몰리는 출퇴근이나 등하교 시간대고, 앞서 말했든 서울의 차량대수가 외국의 메가시티에 비해서도 매우 많은 편이다보니 교통량도 많고, 자연스럽게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

서울 시내 도로에 유독 교차로가 많은 것도 그 못지않게 횡단보도에서 무한대기하게 만드는 이유다. 교차로에는 필연적으로 횡단보도가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접하는 일이 더 잦아서 체감도가 높은 것.
경찰청 관계자
“교차로 네 방향을 다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거를 ‘주기’라고 부르고 있거든요. 주기 자체가 워낙에 커요. 길어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전체 한 바퀴 도는데 한 210초, 180초 요 정도 되거든요. 그러면 차량 녹색 시간이 거의 60초 70초 1분 좀 넘고 이렇다 보니까 그거를 길게 느끼는 건데”

그 많은 교차로가 서로 가까이 있으면 다른 교차로의 적체를 해소해주기도 해서 그나마 나은데, 문제는 이게 도로설계상 다들 멀찍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한 교차로에 교통량이 죄다 몰리는 연쇄반응으로 이어진다는 거다.
경찰청 관계자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외국에 비해서 블록 같은 게 교차로하고 교차로 간격이라든가 이런 게 외국 같은 경우는 좀 짧거든요. 근데 우리나라는 좀 커요. 큰 부분도 있고 그리고 워낙에 교통량이 밀집되어 있다 보니까 집중이 되다 보니까 많이 빼려면 길게 줄 수밖에 없어요.”

다른 지방도시들의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이건 주어진 환경보다는 시스템과 돈의 문제다.
우승국 교통연구원 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장
“우리나라는 그렇게 다양하게 하루에 막히는 시간, 안 막히는 시간에 다른 신호를 부여하는 신호등이 서울 같은 데 많다고 하는데 지방으로 오면 별로 없어요. 하루 종일 같은 걸로 하는 겁니다.”

국내 신호 관리를 보면 예산은 지자체 소관이고 실제 행정은 각 지방경찰청이 맡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지자체가 예산을 들이지 않는 이상 시간대별 교통량 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가장 차가 막히는 시간대를 기준으로 하루종일 같은 주기로 신호를 설정해야 하고, 그래서 지방에선 차가 없어도 횡단보도 대기시간이 짧아지지 않는 거다.

우승국 교통연구원 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장
“결국은 예산의 문제인데 예산을 투입해가지고 교통 조사를 한 다음에 그 시간대에 맞는 신호를 달리 주려면 이제 돈을 좀 써야 돼요. 지자체가 돈 좀 써야 되고 관심도 있어야 되고 전문 인력도 좀 있어야 되고 그러는데 지방정부에는 전문 인력도 없고 예산도 없고”

교통량 조사나 신호등 주기 같은 이런 사업은 그리 티가 나는 게 아니다보니 지자체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우승국 교통연구원 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장
“지자체는 주로 눈에 드러나는 사업하기를 좋아하잖아요.아무래도 선거를 하니까 시민들이 예를 들어서 10초 기다리다가 8초 기다렸다 7초 기다렸다 그거를 체감 못하니까 (지자체가) 그런 사업을 잘 안 하는 경향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