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너·스킨 안 바르고 로션만 바르면 안 될까?
얼굴을 닦아내는 클렌징부터 시작해서 일련의 순서에 따라 화장품을 발라 가며 피부를 가꾸는 방법을 스킨케어라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 방법에 차이가 있긴 해도 토너나 스킨(*이하 '토너'로 통일)을 바른 다음에 로션을 바르는 것까지는 피부 관리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따릅니다.
그런데 토너의 제형은 마치 물과 같아서 그냥 바르면 얼굴에 물을 묻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실제 피부에 효과가 있는 건지 모르겠고, 또 어떤 사람은 화장솜에 묻혀서 피부를 닦아내듯이 사용하던데, 직접 얼굴에 바르면 안 되는 건지, 근본적으로 토너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 궁금증 해결하려면 먼저 토너를 언제부터 사용했는지 아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장미수를 이용해 만든 꽃수와 허브 추출물을 사용하여 피부를 청결하게 유지하고자 했는데, 당시에는 별다른 화장품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천연 물질을 활용해 피부 관리를 했습니다.
이후 중세 유럽에서는 허브 혼합물을 이용한 피부 관리가 유행했고, 라벤더나 카모마일, 장미와 같은 성분이 주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현대와 유사한 상업적인 토너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한 때는 18세기 무렵이며 'Eau de Cologne'라는 향수 제품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제품은 독일 쾰른에서 요한 마리아 파리나(Johann Maria Farina)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는데, 파리나는 자신의 고향인 이탈리아의 신선한 공기와 자연의 향기를 담은 제품을 만들고자 알코올과 에센셜 오일을 혼합하여 개발했습니다.
향수와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던 유럽의 귀족과 왕족이 많이 사용하였고, 향수에 들어있는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신선한 느낌을 주어 상쾌한 청결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프랑스의 왕 루이 15세와 나폴레옹이 이 향수를 즐겨 사용하여 유럽 전역에서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 제품이 유럽 전역에서 사용될 때 단순히 향수 용도로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목욕할 때 몇 방울 떨어뜨려서 사용하기도 했고, 항균 성분을 함유한 알코올 기반의 제품이라서 감염 예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손이나 상처 부위에 소독제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또 피부에 바르면 피부톤을 개선하고 자극을 줄여 피부 상태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화장품의 용도로도 사용됐습니다.
당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았기에 19세기 중반부터 화장품 회사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신문이나 잡지 등에 광고가 되면서 향수 겸 토너로써 인지도와 인기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대표적으로 1808년에 출시된 'Murray & Lanman's Florida Water' 제품이 미국에서 인기가 많았는데, 당시 광고에서는 피부를 상쾌하게 해주고 청결하게 유지해주는 효과를 강조했으며, 더운 날씨에 피부를 진정시켜주는 용도로 추천됐습니다.
그리고 19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판매되는 'Thayers Witch Hazel'이라는 제품도 '위치하젤(Witch Hazel)'이라는 성분이 피부를 진정시키고,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고 광고됐습니다.
당시 공중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피부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공중 위생과 보건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에 광고도 그런 방향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자리잡히면서 토너가 피부 관리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이후에도 토너가 넓어진 모공을 좁혀주고, 피부의 탄력을 개선한다는 주장의 광고가 계속됐는데, 1940년대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해당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외의 국가에서는 지속해서 효과가 있다고 광고됐고, 많은 대중이 이를 믿으면서 화장품 업계에서도 세안 후 토너와 보습의 순서가 루틴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결국, 토너는 오랜 기간 피부 위생과 미용의 목적으로 꾸준히 사용되던 식물성 추출물들이 현대로 넘어오면서 상업화됐고, 지금과 같이 알코올과 향료, 수렴진정 성분 등의 혼합물로 발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토너를 바르면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요? 오늘날 토너는 주로 피부 pH 균형, 피부 노폐물 및 잔여 불순물 제거, 스킨케어 다음 단계 제품들의 흡수력 향상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제 유의미한 효과가 있긴 하나 현대의 스킨케어 제품들은 과거와 비교하면 피부에 도움이 되도록 각각의 성분들의 비율을 보다 과학적으로 계산해서 배합할 수 있게 됐고, 토너와 크림뿐만 아니라 화장품 제형들도 세럼이나 에멀젼, 앰플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기에 토너의 유용성은 많이 퇴색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약산성 또는 미산성 클렌징폼이라고 많이 들어봤을 텐데, 피부 pH를 맞춰주는 세안 제품이 널리 사용되며 피부 pH 균형 유지를 위한 토너 사용은 필수가 아니게 됐습니다.
또 클렌저도 발달하여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므로 노폐물 제거를 위해서 굳이 토너를 사용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끝으로 로션이나 크림과 같은 보습제가 점차 과학적으로 개발되고 발전하고 있으므로 굳이 토너에서 보습과 흡수력을 기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로션과 크림만 발라주어도 피부 장벽이 강화되고, 진정 수렴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혹자는 안 바르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겁니다.
이와 관련해 피부과 전문의의 말을 빌려서 이야기해보면 오히려 사용했을 때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에 굳이 토너를 필수로 사용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토너가 유발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면 알코올 베이스 토너의 경우 증발하면서 피부를 더욱 건조시키고, 민감한 피부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또 향료 및 방부제 성분이 들어있으면 피부 자극을 일으킬 수 있고, 이러한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끝으로 각질제거 성분이 함유된 경우 과도한 토너 사용이 피부 장벽을 약화시킬 수 있기에 일부 사람에게는 토너 사용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페이셜 토너는 오랜 기간 사용된 제품이긴 하나 현대의 스킨케어 제품들의 발달과 방법의 변화 등으로 인해 필수적인 제품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토너 사용을 습관처럼 지키고 있어서 바꾸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속 사용할 생각이라면 올바른 사용법을 아는 게 좋은데, 토너 사용과 관련해 화장솜에 묻혀 닦아내듯이 쓰는 사람들이 있고, 얼굴에 직접 발라 흡수시켜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가 옳다 논쟁이 생기는 주제로 각 방법에는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토너를 직접 얼굴에 바르면 화장솜에 묻혀 사용할 때보다 피부 마찰이 적어서 자극이 최소화됩니다.
다만, 액체 타입의 토너가 피부에 균일하게 발라지기 전에 흘러내리는 경우가 많아 볼에만 많이 묻고, 이마나 코, 입가 등에는 덜 발릴 수 있습니다.
또 손을 깨끗하게 씻은 뒤 사용하는 게 아니라면 손에 있는 박테리아나 불순물이 얼굴 피부에 닿을 수 있습니다.
화장솜을 이용하는 경우 얼굴에 토너를 고르게 도포하고, 피부에 남은 잔여물과 각질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장솜의 재질과 문지르는 강도에 따라서 피부에 자극이 가해질 수 있고, 자극이 반복되면 피부 장벽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또한, 화장솜도 먼지 등에 오염될 수 있으니 관리가 중요합니다.
스킨케어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개인의 피부 타입과 상황, 선호도에 따라 가장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피부과 전문의 임슬기(유튜브 '스킨 나이 연구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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