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해군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CVX 경항모 사업이 돌연 '드론모함'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2030년대 중반 등장할 3만 톤급 '독도 Ⅱ'는 F-35B 전투기 대신 200대가 넘는 드론 떼를 앞세운 미래형 함정으로 재탄생할 예정입니다.
이는 단순한 설계 변경이 아니라 해전사를 바꿀 혁명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항모에서 드론모함으로, 7조 원이 수조 원으로
지난 5월 11일 해군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동안 추진해온 CVX 경항모 사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동일한 3만 톤급 선체를 활용해 '다목적 유무인전력지휘함'으로 완전히 재설계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함 자체에 2조 5천억 원, F-35B 전투기 20대에 4조 원 등 최소 7조 원의 예산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무인기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수조 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가격 대비 효과를 입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독도 Ⅱ'의 놀라운 스펙
새롭게 설계되는 '독도 Ⅱ'의 기본 사양은 기존 CVX와 동일합니다.
전장 260미터, 전폭 40미터의 대형 함정으로 기준배수량은 3만 톤에 달합니다.
하지만 탑재 무기 체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F-35B 전투기 20대 대신 각종 무인 항공기(UAV), 무인 수상정(USV), 무인 잠수정(UUV)을 군집 단위로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특히 소형 자폭드론 200기와 중형 정찰드론 20기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출 예정입니다.
HD 현대중공업이 8개월간 맡아온 개념설계에는 드론 전용 격납고, 고속 엘리베이터, AI 관제실 등이 핵심 요소로 포함됐습니다.
2023년 MADEX에서 공개된 5천 톤급 시제 모형만 해도 소형 VTOL 드론 7대와 USV/UUV 10여 대를 수용했는데, 3만 톤급 '독도 Ⅱ'의 수용 능력은 그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실증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독도 Ⅱ'의 드론 운용 능력은 이미 실증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2024년 11월 13일 독도함에서 GA-ASI의 '모하비' 대형 드론이 첫 이륙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한국 해군 함정에서 고정익 무인항공기가 날아오른 최초의 사례였습니다.

더 나아가 2025년 4월 2일에는 한화와 GA-ASI가 7천 500억 원을 투입해 '그레이이글-STOL' 무인기를 국내에서 공동개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6톤의 페이로드를 탑재할 수 있는 이 무인기는 2027년 초도비행을 목표로 하며, 함정 운용을 전제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이 두 시험과 투자는 '독도 Ⅱ' 갑판이 중대형 무인기까지 운영할 수 있는 하드웨어임을 입증하는 사례입니다.
200대 드론을 어떻게 동시에 운용할까
'독도 Ⅱ'의 가장 놀라운 능력은 200대가 넘는 드론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몇 가지 혁신적인 기술로 가능해집니다.
먼저 다층 격납고와 자동 엘리베이터 시스템입니다.
소형 자폭드론과 정찰드론은 컨테이너형 드론 박스에 100대 단위로 적재되어 빠른 재무장과 군집 출격이 가능합니다.
마치 미사일 발사관처럼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셈입니다.

두 번째는 AI 통합 관제실입니다.
단 10여 명의 운용요원이 200대가 넘는 드론을 하나의 화면에서 군집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춥니다.
이는 기존의 유인기 운용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술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듈식 무인 해상 전력 시스템입니다.
갑판 측면 램프를 통해 무인수상정과 무인잠수정도 동시에 출격시켜 3차원 전장을 통합 운용할 수 있습니다.
HD 현대와 한화의 컨셉트에는 "최대 200개의 로잉 머니션(방황형 자폭드론) 패키지"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어, 실제로 200대 드론 운용이 단순한 구호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미래 해전의 새로운 시나리오
'독도 Ⅱ'의 실전 운용 시나리오는 SF 영화를 방불케 합니다. 먼저 중고도 'GE-STOL' 편대가 40시간 동안 상공에서 체공하며 적 함대를 추적합니다.
이는 기존 유인기로는 불가능한 장시간 작전입니다.

적 함대가 포착되면 KUS-FS급 자폭드론 150기를 동시에 발사해 적의 방공시스템을 포화시킵니다.
드론 떼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적은 모든 방공 자산을 소모하게 되고, 그 틈을 타서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소노부이 투하형 무인기가 적 잠수함을 탐지하고, 무인수상정이 어뢰를 투발해 마무리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한국군의 인명 손실은 '0'입니다. 유인기나 조종사의 손실 없이 장거리에서 압박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2040년까지의 로드맵
'독도 Ⅱ'의 건조 일정은 이미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2025년 개념설계 완료와 합참 사업승인을 거쳐, 2026년부터 2028년까지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진행합니다.
이어 건조 계약을 체결하고 2029년부터 본격적인 건조에 들어갑니다.

2035년경 1번함 '독도 Ⅱ'가 진수되면, 2036년부터 2038년까지 전력화 과정을 거쳐 그레이이글-STOL과 KUS-FS 등 1차 드론 배치가 완료됩니다.
최종 목표는 2040년 무인전력사령부를 창설해 해군, 공군, 지상 무인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것입니다.
게임 체인저가 될 혁신과 과제
'독도 Ⅱ'는 비용, 전술, 산업 측면에서 한국 해군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대드론 및 전자전 방어체계 구축입니다.
드론을 대량으로 운용하는 만큼, 적의 드론 공격이나 전자전에 대비한 방어 능력도 동시에 갖춰야 합니다.

두 번째는 자폭드론의 대량 생산 라인 마련입니다.
200대의 드론을 지속적으로 보급하려면 안정적인 생산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함대 지휘체계와 규정 개정 등 소프트웨어 혁신이 시급합니다.
기존의 유인 전력 중심 운용 체계를 무인 전력에 맞게 완전히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
해군 미래전력연구소 관계자는 "드론모함은 더 이상 SF가 아니다. 대량 분산 무인전력이야말로 미래 해전의 상수"라고 강조했습니다.
K-해군의 새로운 도약
'바다 위 200대 드론'은 아직 설계도 속 숫자일지 모르지만, 첫 실증은 이미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숙제는 속도전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입증된 드론의 위력을 바다에서 구현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2030년대 중반 '독도 Ⅱ'의 진수식에서 하늘을 뒤덮는 드론 편대를 보며 "역시 K-해군"을 외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한국 해군의 새로운 도전이 세계 해전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