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의 아이콘 기안84…더 이상 '태어난 김에' 여행은 아닌 걸로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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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저격] (글 :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비연예인으로서는 최초로 연예대상을 받은 기안84는 여전히 핫한 방송인이다. 사실 비연예인이라는 수식어도 이제는 큰 의미가 없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타이틀롤을 맡은 프로그램까지 시리즈물로 방송하고 있으니 그가 연예인이 아니면 누가 연예인일까? 방송계에 수많은 라이징 스타가 있었지만 기안84와 같은 방송인은 예나 지금이나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첫 방송 데뷔부터 기행과 센세이션의 아이콘이었고 그 모습은 어쩐지 변함이 없다. 오죽하면 '태어난 김에 사는' 듯한 그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을까?

기안84에게 MBC 연예대상을 안긴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는 이미 시즌3을 마쳤고, 쉴 새 없이 그 스핀오프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이하 음악일주)가 방영 중이다. '태어난 김에' 시리즈가 시즌3을 이어오면서 MBC 예능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자리 잡았기에 음악 여행의 인기도 보장된 듯 보였다. 하지만 음악일주의 여정도, 시청률도 뭔가 시원치가 않다. 첫 방송 시청률 3.6%,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은 더욱 떨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시즌들과 비교해도 거의 반토막 난 시청률 추이를 보인다.


<음악일주>는 기안84의 음악적 영감을 찾아가는 설정이다. 출연자로 빠니보틀과 배우 유태오가 함께한다. 지난 시즌들에선 '태어난 김에 사는' 기안84의 라이프스타일에 걸맞게 그 어느 프로그램과 비교할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해외여행의 최난 코스로 분류되는 남미, 인도, 아프리카를 아무런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그대로 즐기는 기안84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특히 인도 갠지스강물에 풍덩 빠지고, 그 물맛을 보는 기안84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경악과 함께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의 기행이 거듭될수록 시청률과 화제성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음악 여행이라는 목적이 설정된 이번 여정은 왜인지 '태어난 김에'라는 수식어가 썩 어울리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가수를 꿈꿨던 기안84가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라는 소개부터도 갸우뚱한다. '태어난 김에 사는' 콘셉트치곤 꽤 구체적이고 갑작스러운 꿈의 설정,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는 것이 왜인지 기안84의 그동안 여정과는 배치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첫 여정으로 선택된 도시는 뉴욕, 많은 예술인의 꿈의 도시이다.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의 브루클린을 방문한 기안84는 길거리에서 예기치 않게(?) 사이퍼 소식을 듣게 되고, 사이퍼를 직관하며 참여한 첫날부터 브롱크스의 음악 여정은 꽤 순조롭게 흘러간다. 그가 직접 마음에서 우러나온 사이핑(랩 대결)을 했고, 방송용 그림을 만들어낸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작위적인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대도시 뉴욕에서의 모습은 지금까지 <태계일주>가 보여준 날 것 그대로의 여행과는 어딘지 많이 달라 보인다. '음악을 찾는 여정'이라는 목적이 많은 것을 인위적으로만 보이게 만들었다.

물론 뉴욕 여정 이후 공개된 <민들레>라는 기안84의 신곡도 큰 무리 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MBC 예능에서 꾸준히 재미를 봐왔던 예능과 음원의 컬래버레이션이고, 이 또한 예정된 수순이었기에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태어난 김에 흐르는 대로의 여행 참맛을 보여준 기안84, 그런 그의 고생 서사가 이 시리즈를 이토록 사랑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잠시 잊은 듯한 행보다. 음악 여행의 목적성을 억지로 입혀야 하다 보니, 여행도 그들의 경험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4화에는 급기야 스톰 체이싱을 떠난 기안84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스톰 체이싱 중에도 '영감'을 이야기하며 음악을 생각해야 하는 기안84의 모습은 왜인지 어색하기만 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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