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하루 만에 훔친다... 판치는 불법 OTT 스트리밍

OTT 시장 성장하면서 불법 사이트 우후죽순
인기 드라마도 출시 단 하루만에 공유되기도
메이저플랫폼 수준 규모...단속 사실상 힘들어

2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유료로 이용하던 VOD서비스를 끊었다. 지인 추천으로 OTT에서 방영하는 최신 드라마·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사이트인 ‘B TV(티비)’를 알게 되면서다. A 씨는 “원하는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어 굳이 구독료를 내고 OTT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도 많이 쓰고 있다”고 밝혔다.

OTT시장이 성장하면서 불법으로 콘텐츠를 공유하는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16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불법 스트리밍사이트 3곳을 둘러보니, 메인 화면에는 최근 종영된 예능 시리즈와 공중파·OTT 동시 방영 중인 드라마 화면이 떴다. 정상적으로는 콘텐츠를 생산한 OTT 플랫폼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돈을 내지않고도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일부 사이트에서는 정식 공개 하루만에 콘텐츠가 풀리기도 했다. ‘B 티비’에서는 지난달 22일 공개된 드라마 ‘카지노’ 시즌2 4화가 하루 뒤에 스트리밍 되기도 했다.

문제는 불법 공유 사이트 단속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서버를 해외에 두는 경우가 많은 데다, 단속돼도 IP주소만 바꾸면 다시 등장할 수 있다. ‘B 티비’ 역시 도미니카 공화국에 서버를 두고 있다. 2018년 부산경찰청이 웹툰 불법 유포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를 검거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불법 사이트가 잇따라 등장한 바 있다.

불법 사이트가 이용자의 도박 중독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불법 사이트 곳곳에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 배너광고가 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축구나 드라마·영화를 보기 위해 들어갔다가 인터넷 도박에 발을 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콘텐츠를 훔치는 것뿐만 아니라, 이용자 인생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캡쳐

이에 OTT업체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업계에 따르면 불법 콘텐츠 공유 시장의 규모는 메이저 플랫폼 정도로 추산된다. OTT 웨이브 관계자는 “사전에 사이트 차단은 어려워 사후 대응에 집중한다. 수사기관과 단속 방법을 고민 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OTT 콘텐츠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포함한 저작권 침해정보는 총 6423건이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이날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B 티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 티비는 2021년부터 사이트를 개설해 국내외 영화 드라마 등 VOD 컨텐츠를 게시하는 불법 저작권법 위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