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새우 이제 싸게 먹겠네”…실험실서 맛·식감 똑같이 만든다는데, 정체가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4. 10. 1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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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복판 셀미트 공장 가보니
바닷물 한방울 없는 곳에서
비싼 독도새우 배양육 키워
국내 첫 식약처 허가 기대도
온난화·해양오염 극복법 부상
굴·키조개·명태 등에도 도전
셀미트의 독도새우 배양육. 특유의 외형과 질감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다. <셀미트>
경기 구리 갈매지구의 도심 속 한 공장, 하얀 위생복을 입고 이중삼중의 소독을 끝낸 뒤 공장의 문을 열자, 반짝거리는 은빛 설비들이 보였다. 수산배양육 개발 스타트업인 셀미트의 김희정 기술총괄이사는 “고급 해산물인 독도새우 배양육을 키우는 설비”라며 “연간 200톤(t)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최근 방문한 셀미트는 아직 생소한 ‘수산물 배양육’을 연구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독도새우 배양육의 시판 승인을 신청했다. 승인이 떨어지면 실험실에서 키운 독도새우를 맛볼 수 있게 된다. 국내 첫 수산배양육 승인 사례가 될 전망이다.

1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수산배양육은 어류나 패류, 갑각류 등 수산동물로부터 유래한 조직이나 세포를 배양해 어육과 흡사하게 제조한 식품이다. 유전자 변형 없이 살아있는 생물에서 세포를 대량 배양하는 생명공학적 기법을 이용한다.

축산 분야에서 배양육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다. 이미 소나 돼지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 해외에서는 시판 중인 제품도 다수다. 이에 반해 수산 쪽의 연구는 미비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 등으로 수산자원 고갈에 대한 문제가 부상하며 수산배양육 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해양 생태계 오염에서 자유로운,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주목받는다. 영양과 환경, 식량안보 가치에 부합하는 수산식품을 뜻하는 ‘블루푸드’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셀미트는 이런 블루푸드 산업에 선제적으로 도전한 스타트업이다. 세포 생물학을 연구한 박길준 대표가 2019년 설립고, 현재까지 누적 약 23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셀미트는 이 투자금을 공장 및 설비 구축에 쏟아부었다. 지난 6월 문을 연 350㎡ 규모의 세포배양공장은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눠져 있었다. 김 이사는 “세포배양 각 단계별로 방이 나눠져 있다”며 “독도새우에서 세포를 채취하고, 특정 환경에서 배양해 증식시킨 후 실제와 동일한 맛과 향, 식감 등을 위해 지지체 등을 조합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날 실제 독도새우 배양육도 맛 볼 수 있었다. 다양하게 조리된 배양육은 실제 독도새우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독도새우 특유의 향과 질감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다.

독도새우 배양육에 관한 식약처 승인 여부는 늦어도 내년 4월 안에는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승인 신청 후 가부를 240일 안에 결정해야 해서다. 승인이 되면 고급 해산물인 독도새우에 대한 가격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이사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산배양육 산업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배양육 시장은 2023년 기준 6520만달러(약886억원)로 분석된다. 2033년까지 연평균 58.5%의 성장률을 보이며 약65억달러(약8조8413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양육 전체 시장이 커짐에 따라 수산배양육 시장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수산배양육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규정하고, 국가 차원의 산업 육성책을 피고 있다. 해양수산 분야 연구개발(R&D) 지원 및 관리기관인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은 수산배양육 관련 R&D를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산배양육 기술의 고도화 및 어종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약 90억원을 투입한다.

이진규 이화여자대 교수 연구팀이 주관연구기관을 맡은 이 사업은 수산배양육 어종의 범위를 확대하는데 주력한다. 능성어와 키조개, 굴, 명태 등의 수산배양육 개발을 추진한다. 셀미트와 대상 같은 기업을 포함해 경희대와 고려대, 부경대, 연세대 등의 연구팀도 참여한다.

이 교수는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다양한 수산배양육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생산 단가를 현재보다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기술 수준에 따른 생산단가는 1kg당 약 2000달러다. 이를 1kg당 30달러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세계 수산배양육 시장 선점에 기여할 기초연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운열 KIMST 원장은 “수산배양육은 미래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의 돌파구”라며 “지속가능한 식량, 수산자원 확보를 위해 블루푸드 관련 R&D를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매일경제·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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