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 내디딘 우리카드 '왕초보 감독' 박철우 "올림픽 입상 큰 꿈 꾼다" [MHN 현장]

(MHN 종로, 권수연 기자) "꿈이 좀 많이 크긴 한데..."
16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 박철우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이 열렸다.
2025-26시즌 중반 팀을 떠난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을 대행했던 박철우 감독은 지난 11일 우리카드의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박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후 18경기에서 14승 4패를 기록하며 팀을 봄배구로 보냈다.
지난 2024년 5월 현역에서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걷기 시작한 박철우 감독은 지도자 커리어로 전환한지 2년도 채 못되어 빠르게 감독 자리까지 올랐다.
시즌 중 갑자기 사령탑과 헤어진 후, 자칫하면 팀이 혼란스러워 질 수 있는 상황에서 빠른 안정화에 성공했다. 우리카드는 2025-26시즌 준플레이오프(PO)를 거쳐 PO까지 진출했다. 다만 현대캐피탈에 2경기 연속 역전패를 당하며 파이널 진출에는 실패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박철우 감독과 더불어 전 농구선수 출신인 아내 신혜인 씨, 두 딸들이 함께 자리해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박철우 감독은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의 사위로도 유명하다.
사전 행사 후 마이크 앞에 선 박철우 감독은 "생각보다 너무 크게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하지만,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카드의 5대 감독이 된만큼 팀이 어느때보다 날아오를 수 있도록 잘 이끌어보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먼저 전했다.
이하 우리카드 박철우 감독 일문일답
- 취임 소감?
우리카드 우리원 배구단 감독 박철우입니다. 생각보다 너무 크게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하지만,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카드의 5대 감독이 된만큼 팀이 어느때보다 날아오를 수 있도록 잘 이끌어보도록 하겠다.
- 대행으로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정식 취임도 어느정도 예상이 됐다. 배구에서 보여주던 모습이 뛰어나다보니까 기대감이 높다. 부담이 될 것 같은데 또 이 부분이 동기부여가 되는지?
대행을 맡으면서 어려운 시즌이었지만 선수들과 함께 잘 끌어왔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대치만큼 가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충분히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더 나아갈 수 있는 팀이라 생각한다. 부담감은 저에 대한 관심이라 생각하고 선수들과 잘 집중해서 다가올 시즌 잘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리 팀이 성장 지속 가능한 팀이라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한다.
- 신치용 감독이 장인으로 있는데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
'겸손해라' 깔끔하게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오늘 아침에도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짧은 말씀 속에 많은 뜻이 담겨있다. 그 말을 곱씹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정신적으로 흔들릴 때 항상 여쭤보면 해주시는 짧은 말로도 마음이 정리되는 경우가 많아서 늘 감사드리며 지내고 있다.

- 대행 시절에 플레이오프때 리버스 스윕패를 했다. 실패에서 많이 배울텐데 어떤 점을 느꼈는지? 정식 감독으로서 본인의 배구를 펼치는데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가?
잊으려고 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경기가 될 것 같다. 시즌을 치르며 또 그 부분이 감사한 어떤 원동력이 될 것 같다. 지금도 그 말을 들으면 뒷골이 좀 땡길 정도로 아쉬운 경기이기도 하다. 눈 앞에 들어왔던 결과를 놓친 상황이어서 너무나 아쉽지만 그게 저희 팀의 실력이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패배로 인해 우리가 비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거라 생각한다. 아쉬움과 분노가 훈련에 녹아든다면 선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 헌신해서 훈련에 임해줄거라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이 이겨내지 못했던 부분은 강한 훈련이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1년 내내, 10년 넘게 어려운 훈련을 버티는 것은 그 1점 차를 이겨내기 위해서라 생각한다. 볼 하나를 받더라도 마지막 볼이라 생각하고 훈련에 임해달라고 얘기하겠다. 저희 팀이 단순하게 잘하겠다. 강해지겠다가 아니라 볼 하나에 영혼을 쏟아부을 수 있는 그런 팀이 되도록 하겠다.
- 현역때 늘 주전이다가 한국전력에서는 웜업존에 머물렀다. 거기서 있던 시절이 본인의 지도자 경력을 이어가는데 어떤 도움이 될 것 같나? 지금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런 경험들이 저한테는 정말 많은 양분이었다. 신인 2~3년차때까지 백업이어서 경기를 뛰고 싶은 욕망이 있었고 10년이 넘도록 주전 생활을 했고, 그 와중에 두 번의 이적도 있었고, 많은 감독님들도 만나뵀다. 나이가 들어서 마지막 시즌때는 2년 정도를 경기를 많이 출전하지 못했다. 그때 밖에 있는 선수들의 고충도 많이 느꼈다.
어쨌든 선수들은 경기에 뛰지 못했을때 가장 고통스럽다 생각한다. 저도 너무 힘들었었다. 선수로서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제가 하는 포지션이 아니라 다른 포지션도 고민을 했다. 함께 해오신 지도자분들을 봤을 때 장점도 많이 느끼고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지속적으로 지도자의 꿈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내가 감독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많이 했다. 결국 지도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가장 많이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다. 그게 한 2~3년 전 생각이다. 그런 경험들을 선수들에게 많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단순히 가르치는게 아니라 같이 공부하고, 모르는걸 물어보라고 한다. 한국 선수들은 물어보는걸 두려워한다. 지도자에게 반기를 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소통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훈련에 임할 수 있게 한다.

- 최근 리그에 해외 명장들이 주도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젊은 스타 출신 감독에게 관심이 더 모이는 것 같다. 우리는 어떤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에 관련한 각오나 소감도 부탁드린다.
그렇다. 현재 리그에 많은 외인 감독들이 들어와 있다. 세계적인 명장이고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님에게도 저도 많은걸 배웠다. 또 상대팀 감독님들에게도 많이 배우고 있다. 하지만 분명 국내 지도자들도 좋은 지도자들이 많다. 공부를 많이 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다. 충분히 국내 지도자들도 경쟁력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많은 선배 후배들이 축하를 전하면서 "국내 지도자도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고맙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건 제 행보가 팬과 팀과 구단에 영향을 끼칠거라 생각한다. 올바르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 선수단 구성에도 신경을 써야 할텐데 이 부분은?
구단주님께서 얼마든지 지원해주겠다고 하셨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많은 힘이 되고 있다. 지금은 FA 선수들과 협상 기간 중이다.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외인 조합이 좋았다. 아라우조와 알리로 갈건가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나?
알리가 우리에겐 1번이다. 다만 알리가 다른 리그에 꿈을 가지고 있어서 그의 선택에 맡기겠다. 가장 중요한건 아시아쿼터 선수가 어떻게 구성될지, 우리 팀의 강점은 뭔지다. 그런 부분에서 약점을 또 보강하는 외인 선수를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아라우조와 식사를 했는데 자기를 안 뽑으면 다른 팀에 가서 제 엉덩이를 걷어차버린다고 했다(웃음) 물론 아라우조도 최우선이다. 헌신적으로 해주고 있기 때문에 계속 고려하고 있다.

- 팬들을 먼저 만났는데 어떤 얘길 나눴는지
일단 행사에 대해서 너무 깜짝 놀라고, 너무 감동이었다. 감사드린다. 팬분들도 같이 축하를 해주면서 함께 놀라워했던 기억이 있다. 지도자 인생의 첫 스타트를 우리카드에서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단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선수들이 우승이라는 단어를 어색해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변하고 있다는 부분을 많이 느끼고 있다. 운동선수라면 당연히 1등이라는 마음을 품고 살아야 하는데 이 부분을 많이 느끼고 있다.
-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신 분들께 한 마디를 들려주신다면?
프로스포츠는 팬들이 없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 선수들도 그런 부분들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내가 어떤 식으로 경기에 임했을 때 어떤 플레이를 해야할 지에 대해 답이 나와있다. 내 몸을 불태울 줄 아는 선수가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하고, 팀이 팬을 위해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 찾아오셔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게 최고의 에너지를 줄 수 있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 가족에게 한 마디를 전하자면.
며칠전에 아내가 일주일에 한번만 집에 들어와도 된다고 하더라. 그만큼 팀에 집중하고 선수들에게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게 중요하다고 하더라. 3년 안에 우승하면 된다길래 내년에 할거라 했다.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에 힘을 실어줘서 고맙다. 아이들도 함께 와서 이런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음에 너무 감사드린다. 나중에는 아이들이 프로에 가서 큰 자리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선수시절에 다양한 배구를 접했다. 분배배구도 있었고 외인에게 집중되는 배구도 했고, 감독 박철우가 그리는 배구의 이상이 궁금하다.
말씀대로 정말 저는 복받은 선수였고 복받은 지도자가 되어가고 있다. 새로운 경험을 좋앙했고 배우고 싶어했다. 김호철 감독님과 함께 하며 이탈리아 배구도 많이 배웠고 장인어른과도 함께 할 때는 분업배구와 시스템 배구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배구가 이렇게까지도 시스템적으로 변화할 수 있구나를 많이 느꼈다. 그게 저한테도 많이 녹아들어있는 부분이 있다. 지나왔던 모든 감독님들에게도 새로운 부분을 많이 흡수하고 배웠다. 제가 그리는 이상향의 배구라면, 얼마 전에 '같이의 가치'가 뭐냐고 첫째딸이 물어보더라. 저는 첫번째도 두번째도 팀워크라는 생각을 한다. 가장 좋은 전술전략은 팀워크고, 이길 때나 질 때나 모두 팀으로서 이뤄진다. 어떤 선수가 됐건간에 팀으로서 풀어나가는 우리카드 배구단을 만드는 것이 제 꿈이다.
- 코치부터 감독까지 엄청 빠른 고속승진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과정들에 대해서도 설명을 좀 해달라.
선수 시절때 처음 프로로 왔을 때부터 생각치 못하게 항상 저는 뭔가 빨랐다. 타인들의 기대치에 맞추기 위해서 급급하게 현역을 보냈다. 지금에 와서 보니 그런 부분이 오히려 저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빠르게 상황에 맞추려고 하고 변화하는 모습들을 많이 배워나갔다. 감독대행을 맡은 그 날,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결국에는 책임을 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 결국 맡아야 한다면 이 모든 책임을 가져가겠다는 생각으로 제안을 수락했다. 시즌이 끝나고 나서도 이 제안을 받았을 때 너무 감사했다. 저를 믿어주시고 이 멋진 팀의 일원으로 남을 수 있게끔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 올해 다양한 선수를 기용하면서 국내 선수들도 많이 테스트했을거다. 성장세는 어떻게 보고 내년이 기대되는 선수가 있나?
시즌 동안에는 큰 성장세를 힘들었던 상황이었다. 주어진 자원을 가지고 최대한의 전략, 전술, 전력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선수들을 기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날그날 컨디션을 보고 투입하려 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비시즌이 왔다. 비시즌 동안은 어떤 훈련을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생활을 하는 것이 성장세를 만드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비시즌 동안 최고의 전력으로 끌어올리는게 중요하다.
우리 강점이 아웃사이드 히터진이 탄탄한 것이다. 그런 부분을 부각시켜서 선수들을 성장시킬거다. 선수들에 대한 프레임을 씌우지 말자는 말을 많이 한다. 가장 위험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프레임 없이 선수들의 가치와 성장에 대한 믿음으로 비시즌을 보내면 잘 자라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제 첫 발을 내딛었는데 지도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와 꿈?
일단 정말 큰 꿈이 있는데 그걸 이루고 나서 말씀 드리겠다. 꿈이니까 꿈으로만 들어달라. 저는 현역때부터 많이 큰 꿈을 꿨다. 거기에 맞춰서 노력하다보면 거기에 비슷하게라도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 지도자가 된 순간에도 누군가가 저에게 그냥 감독이 된게 목표냐고 물었을 때는, 그러기엔 제가 너무 아쉽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대답이 저는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아시안게임도 그렇고. 선수때 이뤄보지 못했던 부분을 선수들과 함께 이루는게 꿈이다. 우리 팀으로만 봤을땐 당연히 우승이 목표다. 우리카드 왕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
사진=우리카드,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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