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안 내나, 못 내나’…국무회의장서 마주친 ‘39년 지기’ 이 대통령과 정성호 장관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대면했다. 이날 회의에 개정 형사소송법 공포안이 상정됐지만 이 대통령은 주무부처 장관인 정 장관에게 질문하지 않았고, 정 장관 역시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 ‘39년 지기’로 통하는 이 대통령과 정 장관의 어정쩡한 관계가 언제, 어떻게 해소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날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 장관은 이날까지 이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밝혔거나 공식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전달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을 통해 “더 이상 할 일도 없고 의지도 없다”고 밝혔고 오래전에 사의를 표시한 마당에 별도의 형식적인 절차가 필요하겠냐는 것이다. 정 장관은 전날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문제(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때문이 아니라 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며 사의를 굽히지 않았다.
반면 청와대는 “사의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이 아니다”라며 만류하는 기류가 형성돼 있고 이 대통령 또한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7박11일 간 5개국 순방을 마치고 전날 귀국한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 석상에서 정 장관과 마주했다. 언론사 카메라는 이 대통령과 정 장관을 한 화면에 담으려 했지만 이 대통령은 공개 회의에서 정 장관에게 한마디의 말도 건네지 않았다.
이날 안건으로 올라온 개정 형사소송법 공포안과 관련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는 시시콜콜한 주문과 당부를 한 반면, 정 장관에게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대통령 측근 모임인 7인회 출신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에 출연해 “제가 보기에 이 대통령은 선공후사의 입장에서 (정 장관이 공소청 출범 등) 공적인 역할을 충분히 진행하고 (거취 등) 사적인 얘기를 좀 하자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고, 정 장관도 그 취지에 맞게끔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지 않을까 본다”라며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결정이기 때문에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오는 5일 예정된 법무부 업무보고를 위해 이틀 연속 청와대를 찾아 이 대통령과 또다시 대면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회의와 달리 부처 업무보고는 정 장관이 직접 보고를 하고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주문과 지시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장관직 사의 표명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직접 혹은 간접 언급이 나올지, 아니면 비공개로 두 사람이 별도의 대화 자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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