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빌리 리 홍콩무역발전국 한국지부 지부장 | “롤스로이스급 와규 넘보는 한우 인기… RCEP, 홍콩 부양 기대”
“한우의 인기가 최근 심상치 않다. 홍콩은 2015년 한우의 첫 수출 대상 지역이 됐으며, 현재는 마카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와 함께 한국 소고기의 공식 수출 대상국(지역) 중 하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2022년 한우 수출의 약 90%가 홍콩을 향했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 금융부터 산업, 문화에 이르기까지 홍콩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다. 1970년대 본격적으로 금융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금융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한 홍콩은 중화권에 속해있으면서도, 자유로운 외환 거래와 유연한 노동시장, 투자를 끌어들이는 최소한의 규제와 낮은 세율, 외국인 친화적인 환경으로 세계 큰손들을 끌어들여 자유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무역으로 먹고살아온 한국에도 홍콩은 중요한 파트너다. 홍콩은 한국에 수출 규모 기준 4위의 수출 대상 지역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홍콩으로의 수출 금액은 27억710만달러(약 3조6115억원)로, 한국 수출의 4.7%를 차지한다. 중국과 미국, 베트남의 뒤를 잇는다. 수출 품목은 대부분이 반도체이며, 나머지는 석유제품과 금은 및 백금 등이다.
홍콩은 최근 인구 및 자본 유출, 증가하는 이민율과 싸우고 있다. 많은 다국적 기업은 홍콩을 떠나 중국 본토로 직접 진출하거나 홍콩의 경쟁국인 싱가포르에 아시아 허브를 세우고, 중국 주요 기업 다수가 상장된 홍콩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홍콩은 여전히 성장 여력이 있다. 올 1월 발표된 홍콩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홍콩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민간 소비와 서비스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또한 올해 홍콩은 탄력을 받은 내수 회복세와 상품 수출 반등 가능성으로 2~4%대의 완만한 성장이 기대된다. 한국에서 홍콩의 무역과 투자를 책임지고 있는 빌리 리(Billy Lee) 홍콩무역발전국(HKTDC·Hong Kong Trade Development Council) 한국지부 지부장을 조선비즈가 만났다. 앞서 HKTDC 항저우지부를 거쳐 올해 초부터 HKTDC 한국지부를 맡아온 그에게서 홍콩과 한국의 무역 시너지와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무역에서 한국과 홍콩은 어떤 관계인가.
“한국과 홍콩은 서로에게 오래된 중요 무역 파트너다. 지난해 한국은 홍콩의 여섯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로, 무역 규모는 381억2000만달러(약 50조8559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홍콩 무역의 3.4%를 차지했다. 한국은 홍콩의 열 번째로 큰 수출 대상국이자 네 번째로 큰 수입국으로, 수출액과 수입액은 각각 94억5000만달러(약 12조6072억원)와 286억7000만달러(약 38조2486억원)에 달한다. 올해 첫 4개월 동안 홍콩·한국 간 무역은 전년 대비 38% 증가했으며, 특히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이 55.6% 증가하여 전체 무역 증가를 이끌었다.
또한 홍콩은 중국 본토와 한국의 무역 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2019년 이후 홍콩을 통해 본토로 재수출된 한국산 제품의 가치는 한국의 본토 수출액의 20% 이상에 해당한다.”
양국의 주요 교류 품목과 확대를 계획 중인 분야는.
“우선 양국의 무역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전자 제품이다. 특히 2019년과 2023년을 비교해 보면 홍콩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품목 중 가장 많이 증가한 부분은 의약품인데, 2019년에 비해 253.9% 증가한 1억2250만달러(약 1634억원)에 달했다.
홍콩에서는 최근 한류(韓流)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중국 본토에서는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과 선호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홍콩에 농산물 수출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수년간 HKTDC의 홍콩 식품 박람회에 참가해 한국 농산물을 홍보해 왔다. 최근 한국 음식의 인기와 수요 증가에 따라 향후 한국 기업 및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 전시 공간을 25%가량 확대할 예정이다.”
무역 교류 대상 중 흥미로운 수출·수입품이 있다면.
“일본의 소고기인 와규는 홍콩에서 거의 ‘롤스로이스’급 소고기다. 그런데 한우의 인기가 최근 심상치 않다. 홍콩은 2015년 한우의 첫 수출 대상 지역이 됐으며, 현재는 마카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와 함께 한국 소고기의 공식 수출 대상국(지역) 중 하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2022년 한우 수출의 약 90%가 홍콩을 향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홍콩에서 한국 식당과 슈퍼마켓 수가 증가했는데, 이는 여행 제한 탓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음식은 한국 바비큐와 프라이드치킨을 넘어 커피, 디저트, 고급 식사까지 다양하다. 6월 기준으로 홍콩의 대표적인 식당 사이트 오픈 라이스에 등록된 한국 식당 수는 570개다. 경쟁이 치열한 홍콩 외식 업계에서도 최근 몇 년간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는 이 수치는 홍콩 내 한식 레스토랑의 경쟁력과 회복 탄력성을 보여준다.”
한국 제품의 강점은.
“한국 생산자는 우수한 품질, 혁신 및 다양한 가격 옵션에 대한 확고한 헌신으로 홍콩 시장에서 단단한 명성을 쌓았다. 이는 다양한 소비자 그룹에 매우 매력적이다. 홍콩 소비자는 돈의 가치,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홍콩은 전 세계 제품과 브랜드에 접근할 수 있는 작은 개방 경제로서, 한국 제품은 혁신과 뛰어난 품질 기준을 활용하여 홍콩 소비자 사이에서 매력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전통적으로 홍콩은 금융과 물류의 허브였으나, 몇 년 새 싱가포르가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홍콩과 싱가포르는 깊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경쟁 관계라는 외부 시선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고 탄탄하며 풍요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세안(ASEAN) 국가들과 중국 본토가 글로벌 경제성장을 이끄는 상황에서 홍콩과 싱가포르를 바라보는 경쟁적 시선은 변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홍콩과 싱가포르는 각각의 강점을 보완하여 아시아의 경제 중심을 강화할 수 있는 많은 여지가 있다. 금융 및 투자 협력, 문화 및 교육 교류, 연결성 및 인프라, 새로운 시장 접근 등 많은 기회가 있으며, 이는 홍콩과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도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세계 최대 무역 블록인 새롭게 출범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같은 새로운 협력 프레임워크가 이러한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홍콩의 정치적 환경,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 등의 이슈가 있다. 이에 대한 외부의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홍콩의 전통적인 강점은 여전히 강력하다. 홍콩은 사업하기 유리한, 지리적 이점이 있으며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 부패 수준이 낮고 국제 인재 풀과 자본, 상품, 사람 및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이 있다. 아시아의 성장 잠재력과 홍콩의 중요한 역할을 고려할 때, 투자자는 여전히 우리의 강점에 대해 신뢰할 것이라고 믿는다.
홍콩 경제의 안정성은 점차 회복되고 있다. 9000개 이상의 국제 및 중국 본토 기업이 홍콩에서 사업 중이며, 스타트업 수도 탄탄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홍콩이 막강한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라는 신뢰의 지표다. 홍콩과 아세안 지역 간 자유무역협정의 이행 그리고 RCEP 발효로 인해 역내 무역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이는 홍콩 경제를 더욱 부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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