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씨앗' 단계까지 구현한 인공배아…윤리 논쟁 재점화되나

박정연 기자 2024. 9. 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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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배아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인간과 극히 유사한 인공배아를 만드는 것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학계에서 일고 있다.

사람의 인공배아를 사용한 실험 윤리성을 따지는 기존 가이드라인을 최신 기술 발전에 맞춰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인공배아를 활용한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려면 14일 이상 성장한 인공배아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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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인공배아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인공적으로 만든 배아를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인공배아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인간과 극히 유사한 인공배아를 만드는 것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학계에서 일고 있다. 사람의 인공배아를 사용한 실험 윤리성을 따지는 기존 가이드라인을 최신 기술 발전에 맞춰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인공배아 기술이 자연배아와 같이 심장박동까지 재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생명 윤리 논의가 필요하다고 12일 보도했다. 

앞서 우준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교수 연구팀은 2021년 인간 배반포와 매우 유사한 인공배아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6월 중국 베이징대에서도 화학 물질에 담가 보관할 필요 없는 배반포 모방체를 만들어 학계를 놀라게 했다.

배반포는 인간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기 전 단계다. 혈액, 신경, 뼈 등 몸을 구성하는 220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세포들로 발달하는 배반포는 인체 구조의 씨앗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인공배아의 '완전한 모델'로도 불린다.

인공배아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생명윤리학자와 규제당국, 법률 전문가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기존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보완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탓이다.

인공배아 실험과 관련해 학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이른바 '14일 룰'이다. 2021년 국제줄기세포학회(ISSCR)가 발표한 이 가이드라인은 인간 인공배아를 14일 이상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것을 금지한다.

14일은 척추의 기원이 되는 원시선이 형성되기까지 필요한 시간이다. 실제 사람과 같은 인체로 발달하는 시점으로 여겨진다. 14일 룰은 한국과 영국 등 12개국 이상에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인공배아를 활용한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려면 14일 이상 성장한 인공배아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14일 룰을 피해가기 위해 정자와 난자가 아닌 줄기세포를 활용해 인공배아를 만드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영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선 정자와 난자를 사용해 만든 배아모델에 대해서만 14일 이상의 배양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학계 일각에선 인공배아 실험에 대한 규제 자체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인공배아가 실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없기 때문에 자연배아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영국 과학자들은 인공배아를 배양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한 제한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자발적 지침을 지난 7월 발표하기도 했다.

인공배아가 자연배아와 다른 증거를 찾는 연구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인공배아를 구성하는 세포의 리보핵산(RNA) 구조를 살펴 인공배아와 자연배아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러한 방식도 세포 위치와 같은 정보는 놓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d41586-024-02915-3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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