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첫 영화를 본 90년대 영화광들, 지금은 뭐 하세요?

▲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 넷플릭스

1990년대 초, 시네필들의 공동체였던 '노란문 영화 연구소'의 회원들이 30년 만에 떠올리는 영화광 시대와 청년 봉준호의 첫 번째 단편 영화를 둘러싼 기억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가 10월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한편, 영화는 지난 10월 초 열린 28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공식 초청 및 부산의 젊은 시네필들이 뽑은 '부산시네필상'을 받으며 영화제의 화제작 중 하나로 떠올랐죠.

작품은 영화가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없던 시절, 인터넷도 OTT도 없이 아날로그 VHS 비디오 장비만으로 영화를 공부하겠다고 모여들었던 20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데요.

학생 운동의 쇠퇴 이후 공허와 혼란 속에서 방황하던 세기말 20대들의 빈자리를 메운 건 문화였죠.

그중 가장 주목을 받은 게 영화였고, 크고 작은 영화 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노란문 영화 연구소'는 이때 만들어진 영화 모임 중 하나로, 오직 영화를 향한 순수한 애정과 열정 하나로 모인 젊은이들이어서 체계적이지 않고 어설픈데요.

작은 브라운관 TV로 반복적으로 비디오를 돌려보고, 저해상도의 비디오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등 영화를 미치도록 만들고 싶었지만 그 방법은 알지 못했던 1990년대 시네필들의 허당끼 넘치는 에피소드들은 누군가에겐 그 때의 추억을 상기시키고, 누군가에겐 흥미로운 새로운 문화였습니다.

"세기말 시네필에 대한 거시적이고 객관적인 조망을 제시하기보다 30년 전 영화에 미쳤던 젊은이들의 개인적인 기억과 주관적인 감정을 기록했다"라고 밝힌 이혁래 감독의 말처럼, 세기말 시네필들의 '히스토리'가 아닌 '다이어리' 같이 담긴 이야기들은 세대를 불문하고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죠.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30년 만에 재회하는 '노란문' 멤버들이 만나는 방식으로 '화상 회의'를 사용합니다.

"'화상 회의'가 30년 전 '노란문'이라는 작은 공간에 모여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던 이들이 재회하는 설정으로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다"라는 이혁래 감독의 말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상징적 풍경 중 하나인 '화상 회의' 덕분에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멤버들, 심지어 미국에 거주하는 멤버의 모습까지 모두 한 화면에 담을 수 있게 됐죠.

30년만에 만나게 된 '노란문' 멤버들의 섭외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웠는데요.

이들이 활동하던 때에는 휴대전화가 없었기에 지속적으로 만남을 유지해 온 멤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상태였기 때문이었죠.

이에 한 명과 연락이 닿으면 그를 통해 또 한 명의 연락처를 입수하는 방식으로 섭외를 진행했고,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장면을 보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노란문'의 추억을 떠올리며 멤버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멤버 장은심이 대학 동문회 명부를 샅샅이 뒤져 주요 출연진의 연락처를 찾아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노란문'은 봉준호 감독의 첫 미공개 단편으로, <Looking for Paradise>의 최초이자 유일한 관객이라는 점(1992년 가을, '노란문' 개소식에서 딱 한 번 상영된 이후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고 하죠)도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혁래 감독에게 <Looking for Paradise>는 작품의 핵심이기도 했지만, 봉준호 감독과 다른 멤버들 사이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기에 걱정거리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에 들어가 보니 이는 걱정에 불과했다고 하죠.

"봉준호 감독의 영화이기도 했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 각자가 자기 나름의 'Looking for Paradise'를 지니고 살고 있었다"라는 이혁래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노란문' 멤버들은 영화 속 한 장면, 한 장면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30년 전 최초이자 유일한 관객인 '노란문' 멤버들, 그리고 그 자리에 함께했던 배우 안내상, 우현까지 각자가 기억하고 들려주는 생생한 증언들은 하나의 퍼즐처럼 모여 작품을 보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들이 간직하고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엇나가는 일명 집단 '라쇼몽' 같은 부분들도 생겨나 웃음과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혁래 감독은 "최초의 관객인 '노란문' 멤버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출발점의 봉준호 감독은 지금과 어떤 점이 닮았고 또 어떤 점이 다른지 비교해 보면 무척 흥미로운 시청이 될 것 같다"라고 전했죠.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감독
이혁래
출연
평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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