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SKT)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과징금 부과에 이어 본격적인 법적 분쟁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개인정보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가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재개하면서 수천명의 가입자가 손해배상을 요구한 가운데 SKT가 각종 조정안을 거부할 경우 대규모 민사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4일 개인정보위는 분쟁조정위가 SKT를 상대로 제기된 분쟁조정 신청사건 3건을 단일건으로 병합해 8월28일 조정절차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향후 2주간 분쟁조정 절차의 당사자로 참가하기 위한 추가 신청을 받는다.
2025명 집단분쟁 신청…늘어날 가능성
앞서 분쟁조정위는 개인정보위가 4월22일 SKT의 개인정보 유출 조사에 착수하며 해당 사안과 관련한 분쟁조정 사건을 일시 정지했다. 이후 8월27일 개인정보위가 SKT에 대한 과징금 등 부과 처분을 의결하면서 조정절차가 다시 시작됐고 추가 참가자 신청도 재개됐다. 현재까지 개인정보위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사람은 2025명이다. 앞으로 2주간 신청을 추가로 받는 만큼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분쟁조정위는 접수가 마감되는이달 18일 이후 60일 이내에 조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SKT와 신청인 모두가 동의하면 재판상 화해 효력이 발생하지만, 한쪽이라도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불성립된다. 우지숙 분쟁조정위원장 직무대행은 “개인정보위의 SKT 처분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신속하게 조정안을 마련해 정보주체의 피해구제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분쟁조정위는 개인정보 침해 유형과 피해 규모 등을 고려해 제도개선이나 손해배상을 결정할 수 있다. 2013년에는 해커가 KT 이동통신 가입자 87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인 KT가 신청인에게 각각 10만원을 배상하라는 조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다만 KT는 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6년간의 소송 끝에 대법원이 KT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마무리됐다.
과거 KT보다 불리한 상황
SKT가 이번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는다면 손해배상을 원하는 가입자들은 민사 소송에 나서야 한다. 다만 KT 사례와 비교해 SKT는 휴대폰 번호와 가입자식별번호(IMSI), 인증키 등 25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유출 규모도 전체 이용자 2300만명인 만큼 중대성이 더 크다. 게다가 해커의 침입에 대비한 대응 조치가 소홀했고 일부 개인정보를 암호화해 관리하지 않는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항이 다수 발견됐다. 다만 SKT의 보호조치로 금융사기 등 2차 피해가 전무했다는 것은 회사 측에 유리한 정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분쟁조정에 참여하는 법무법인들이 예상하는 개인당 손해배상청구 금액은 30만원으로 10여년 전 KT 때보다 훨씬 크다"며 "10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조정안의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양측의 눈높이가 달라 쉽게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역시 9월26일까지 집단분쟁 절차에 돌입한다. 현재까지 신청한 인원은 58명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분쟁조정위원회는 8월 SKT에 연말까지 번호이동 위약금을 면제하고, 인터넷과 인터넷(IP)TV 등 결합상품 해지에 따른 할인반환금의 절반을 SKT가 지급해야 한다는 직권조정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SKT는 "분쟁조정위 결정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했으나 회사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과 유사 소송 및 집단분쟁에 미칠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락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직권조정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불성립되면 자동으로 종결된다.
개인정보위가 부과한 과징금 1348억원과 관련해서도 행정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SKT는 개인정보위의 조치에 대해 "조사 및 의결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결과에 반영되지 않은 점은 유감"이라며 "의결서 수령 이후 내용을 자세히 검토해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SKT는 사고 이후 8월 통신요금 할인과 연말까지 데이터 추가 제공, 멤버십 할인 확대 등 총 5000억원에 달하는 고객보상안을 마련하고 향후 5년간 총 7000억원의 보안 투자 계획을 수립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여기에 10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이 더해진다면 SKT의 재무적 부담이 커진다.
SKT 관계자는 "개인정보위에서 아직 과징금 등 제재 관련 의결서를 수령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의결서를 받고 나서 추후 대응방안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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