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정조준한 '중국 댓글 공작'…그들이 진짜 노린 건? [스프]
김종원 기자 2024. 10. 14. 09:03
[귀에 빡!종원]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중국의 댓글 공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중국이 댓글 부대를 운영하며 이른바 '인지전'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수사 결과와 연구 논문으로 밝혀지고 있고, 실제로 미국은 이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인물들이 대거 기소하며 중국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렇게 알려진 중국 댓글 공작은 주로 정치나 사회 영역에 치중돼 있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옹호하는 댓글을 달아 다른 나라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거나, 세대 간·계층 간·남녀 간 등등 각종 갈등을 조장하는 댓글을 지속적으로 달아 사회 분열을 야기한다거나 하는 식의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의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연구진이 발표한 중국 댓글 공작 관련 논문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에 관한 것이라 눈길을 끈다. 익히 알려진 정치·사회뿐 아니라 경제·산업 분야에서도 댓글 부대를 침투시켜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산업 분야에서의 댓글 공작을 벌인다는 정황을 밝혀낸 논문은 전 세계에서 처음인데, 일견 의문이 들기도 한다. 명확한 목적이 있고,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치·사회 분야에서의 댓글 공작은 그 의도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반면, 경제·산업 분야 댓글은 그렇지 않다. 들이는 비용에 비해 즉각적으로 얻어 갈 수 있는 것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년 2개월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경제·산업 분야 기사 70건을 선정했다. 기사 소재는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와 휴대폰, 알리·테무로 대표되는 C커머스 관련된 기사들이었다. 모두 중국이 현재 국가 핵심 사업으로 밀고 있고, 우리나라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산업들이다. 연구진은 우선 한국을 비방하고 중국을 옹호하는 내러티브를 가진 댓글을 모두 골라냈다. 관건은 해당 댓글을 쓴 것이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를 가려내는 일이었다.
사실 경제는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돼 있다. 한 기업이 경영을 잘 못해 실적이 고꾸라지면 수많은 개미가 영향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경제·산업 분야 기사에는 언제나 비판적 댓글이 달릴 수밖에 없다. 기업의 경영 방식을 비판하는 내용, 국가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 등이다. 당연히 국내 소비자가 이런 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내용의 댓글을 모두 중국 사람이 달았다고 할 수는 결코 없다. 따라서 연구진은 매우 보수적으로 한국인의 정상적인 댓글과 중국인의 공작으로 보이는 댓글을 분리해내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댓글 이력을 모두 볼 수 있는 네이버 기사였다. 해당 내러티브를 가진 댓글을 단 계정을 하나하나 모두 전수 조사하며 댓글 이력을 검사했다. 그 결과 중국인 의심 계정을 77개 발견했다고 한다. 우선 중국인 의심 계정은 댓글을 다는 패턴이 달랐다. 하루에 적게는 너덧 개에서 많게는 십여 개까지 주 7일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하듯, 할당량 채우듯 댓글을 다는 특징이 있었다.
또한 정상적인 댓글 활동이라면 어떨 때에는 사회 분야 기사에, 어떨 때에는 경제 분야 기사에, 그때그때 본인의 관심이 가는 기사에 간헐적으로 댓글을 다는 게 자연스러운데, 중국인 의심 계정은 오로지 경제·산업 분야 기사에만 매우 비슷한 내용으로 댓글을 단다는 점이 달랐다. 이런 식으로 찾아낸 계정 중에는 한 계정이 무려 수만 개까지도 댓글을 단 사례를 찾아냈다. 이들 이상 활동 계정 77개는 심지어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이 돼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는데, 실제로 이 연구 결과가 언론에 발표된 이후 이들 계정 중 상당수는 삭제됐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렇게 밝혀 낸 댓글의 유형을 4가지로 나눴다. 첫째, 대놓고 중국인인 계정. 이들은 아예 프로필 사진부터 마오쩌둥이나 오성홍기, 인민 해방군 사진을 걸어놓고 아예 댓글도 중국에서 쓰는 간자체 한자로 적는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는 국적을 모호하게 밝히지 않은 채 중국을 옹호하고 한국을 비방하는 경우였다.
세 번째가 가장 교묘한데 바로 한국인인 척하는 댓글들이다. 이들은 댓글에서 '나도 한국 사람이지만' 같은 표현을 쓰거나 매우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인을 가장하는 경우를 또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한국인인 척하면서 한국 경제와 기업을 비방하는 경우, 다른 하나는 한국인인 척하면서 중국 경제와 기업을 찬양하는 경우였다.
이렇게 중국의 댓글 공작으로 추정되는 댓글들은 그 비율이 상당했다. 네이버의 경우, 연구진이 뽑은 70건의 기사 가운데 댓글이 많이 달린 기사는 450개 정도가 달렸는데, 그중 77개 정도가 중국인 의심 댓글이었다. 전체의 17%가 넘는 비중이다.
연구진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기사의 댓글도 연구했다. 다만, 유튜브는 댓글 이력을 최근 3개까지밖에 볼 수 없어서 정확성이 네이버보다는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지만, 네이버를 연구하며 밝혀낸 사안들을 토대로 중국인 의심 댓글을 다는 계정을 걸러냈다고 한다. 그 결과 유튜브의 경우 기사당 댓글이 많게는 4,700개 정도가 달리는데, 그중 중국인 의심 댓글은 약 750개 정도 됐다고 한다. 역시 16%가량에 달하는 무척 높은 비율이다.
중국이 아무리 댓글 공작에 막대한 자금을 쓰며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들, 사실 위와 같은 댓글을 읽고 '현대 차 대신 중국 BYD 차를 사야겠다'라고 마음을 바꾸는 소비자는 사실상 한국에는 없다. 저런 댓글이 1만 개, 10만 개가 쏟아진다 한들 한국 소비자들이 당장 중국 제품을 애용하자고 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도대체 경제·산업 분야 댓글을 통해 무엇을 노리는 걸까?
첫 번째는 모든 분야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린다는 설명이다. 이번 논문의 저자 김은영 교수는 중국의 댓글 공작과 관련된 연구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진행이 되고 있으며, 이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중국은 정치·사회 분야뿐 아니라 문화·역사는 물론 경제·산업 분야까지, 말 그대로 모든 분야에 걸쳐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중국은 평시와 전시를 구별하지 않는 데에 기인한다고 한다.
중국은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지는 전투 단계의 전쟁은 갈등이 최대로 격화했을 때 벌어지는 하나의 단계이며, 갈등이 수면 아래에서 진행이 되는 단계도 이미 전시 상황이라고 인식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투 단계에 돌입하기 이전부터 꾸준히 '인지전(개인이나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끼쳐 적이 우리에게 유리한 의사결정과 행동을 하게끔 인식을 공격하는 활동)'을 펼쳐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실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최고의 승리인 '싸우지 않고 이기는 승리'를 실천 중인 것이다.
두 번째 노림수는 바로 AI이다. 사실 이 부분이 우리 기업에게도 앞으로 크게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오픈AI의 챗GPT와 같이 최근 대규모 언어 모델을 채용한 AI가 보편화하면서 검색 시장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이들 AI는 이미 전 세계의 모든 지식을 모두 학습해 더 이상 배울 게 없는 단계이다. 그래서 오픈AI와 같은 기업은 세계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과 계약을 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는 말투와 데이터를 학습하고 있다. 바로 '댓글'이다. 이러다 보니 앞으로는 데이터의 질보다는 데이터의 양이 더 중요한 시대라는 말까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데이터의 양으로 밀고 들어가면 AI가 이를 학습해 검색 결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중국이 쏟아내고 있는 중국 경제와 기업을 찬양하고 한국 기업을 비하하는 댓글이 해외 시장의 소비자들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예컨대 휴대폰이나 전기차 구매를 앞둔 미국의 소비자가 챗GPT에 해당 정보를 검색했을 때, '현대기아차는 탈 게 못 되고 역시 전기차는 중국차가 최고'라는 검색 결과가 지속적으로 보인다고 하면 이를 본 소비자는 '한국 차가 중국차보다도 못하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휴대폰도 마찬가지인데, 현대기아차나 삼성 같은 국내 기업에 현재 해외에서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보다도 기술력이 떨어지는 회사로 낙인찍힌다는 것은 엄청난 손해이다. AI에 학습시킬 데이터를 축적시키는 전략의 일환으로서도 중국의 댓글 공작이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중국 내부 활용용이란 의심이다. 중국이 최근 경기 침체를 겪으며 사회 분위기가 좋지 못한 가운데, 관영인 중국 언론이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퍼 오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댓글 공작 결과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한국 소비자들에게조차 욕을 먹고 있다'라는 식의 내러티브를 완성하기 위한 근거로 자신들이 작성한 댓글을 다시 퍼 오는 방식을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은영 교수는 중국에서 중국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혐한 내러티브'가 최근 유행한다고 분석한다. 틱톡 등 중국 내부에서 쓰이는 플랫폼이나 SNS를 통해 밑도 끝도 없는 혐한 내러티브가 퍼져나가고 있는데, 이런 댓글 공작의 결과물이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22년 송파구에 위치한 '동방명주'라는 중식당이 알고 보니 중국 정부가 몰래 설치한 '비밀 경찰서'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당시 경찰이 수사에 나서며 동방명주의 중국인 소유주가 반박 기자회견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사실 2년이 지난 지금 그 수사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당시 미국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 차이나타운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평범한 딤섬 가게가 알고 보니 중국 비밀 경찰서란 의혹이다. 이 당시 FBI가 수사에 나서면서 관련자를 체포해 곧바로 기소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 내에서 댓글 공작을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40여 명도 함께 체포해 재판에 넘겼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차이는 단순히 해당 인물을 사법 처리했느냐 안 했느냐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동방명주가 중국의 비밀 경찰서가 맞는지 아닌지 논란이 가시지 않은 반면, 미국은 명백하게 중국이 미국 내에서 비밀 경찰서를 운영했다는 점을 국가가 나서서 확인해 줬다는 것이다. 댓글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중국 댓글 부대가 활동을 한다는 것이 일종의 '음모론' 취급을 받지만, 미국은 그런 활동을 한 자를 체포해 재판에 넘김으로써 쓸데없는 사회적 논란을 만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차이가 무엇일까? 왜 미국은 이들을 사법 처리하는데 우리는 못 하는 걸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중국의 댓글 공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중국이 댓글 부대를 운영하며 이른바 '인지전'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수사 결과와 연구 논문으로 밝혀지고 있고, 실제로 미국은 이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인물들이 대거 기소하며 중국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렇게 알려진 중국 댓글 공작은 주로 정치나 사회 영역에 치중돼 있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옹호하는 댓글을 달아 다른 나라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거나, 세대 간·계층 간·남녀 간 등등 각종 갈등을 조장하는 댓글을 지속적으로 달아 사회 분열을 야기한다거나 하는 식의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의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연구진이 발표한 중국 댓글 공작 관련 논문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에 관한 것이라 눈길을 끈다. 익히 알려진 정치·사회뿐 아니라 경제·산업 분야에서도 댓글 부대를 침투시켜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산업 분야에서의 댓글 공작을 벌인다는 정황을 밝혀낸 논문은 전 세계에서 처음인데, 일견 의문이 들기도 한다. 명확한 목적이 있고,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치·사회 분야에서의 댓글 공작은 그 의도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반면, 경제·산업 분야 댓글은 그렇지 않다. 들이는 비용에 비해 즉각적으로 얻어 갈 수 있는 것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인 추정 계정 한 개당 수만 건씩 쏟아낸 댓글
사실 경제는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돼 있다. 한 기업이 경영을 잘 못해 실적이 고꾸라지면 수많은 개미가 영향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경제·산업 분야 기사에는 언제나 비판적 댓글이 달릴 수밖에 없다. 기업의 경영 방식을 비판하는 내용, 국가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 등이다. 당연히 국내 소비자가 이런 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내용의 댓글을 모두 중국 사람이 달았다고 할 수는 결코 없다. 따라서 연구진은 매우 보수적으로 한국인의 정상적인 댓글과 중국인의 공작으로 보이는 댓글을 분리해내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댓글 이력을 모두 볼 수 있는 네이버 기사였다. 해당 내러티브를 가진 댓글을 단 계정을 하나하나 모두 전수 조사하며 댓글 이력을 검사했다. 그 결과 중국인 의심 계정을 77개 발견했다고 한다. 우선 중국인 의심 계정은 댓글을 다는 패턴이 달랐다. 하루에 적게는 너덧 개에서 많게는 십여 개까지 주 7일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하듯, 할당량 채우듯 댓글을 다는 특징이 있었다.
또한 정상적인 댓글 활동이라면 어떨 때에는 사회 분야 기사에, 어떨 때에는 경제 분야 기사에, 그때그때 본인의 관심이 가는 기사에 간헐적으로 댓글을 다는 게 자연스러운데, 중국인 의심 계정은 오로지 경제·산업 분야 기사에만 매우 비슷한 내용으로 댓글을 단다는 점이 달랐다. 이런 식으로 찾아낸 계정 중에는 한 계정이 무려 수만 개까지도 댓글을 단 사례를 찾아냈다. 이들 이상 활동 계정 77개는 심지어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이 돼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는데, 실제로 이 연구 결과가 언론에 발표된 이후 이들 계정 중 상당수는 삭제됐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렇게 밝혀 낸 댓글의 유형을 4가지로 나눴다. 첫째, 대놓고 중국인인 계정. 이들은 아예 프로필 사진부터 마오쩌둥이나 오성홍기, 인민 해방군 사진을 걸어놓고 아예 댓글도 중국에서 쓰는 간자체 한자로 적는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는 국적을 모호하게 밝히지 않은 채 중국을 옹호하고 한국을 비방하는 경우였다.
세 번째가 가장 교묘한데 바로 한국인인 척하는 댓글들이다. 이들은 댓글에서 '나도 한국 사람이지만' 같은 표현을 쓰거나 매우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인을 가장하는 경우를 또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한국인인 척하면서 한국 경제와 기업을 비방하는 경우, 다른 하나는 한국인인 척하면서 중국 경제와 기업을 찬양하는 경우였다.
이렇게 중국의 댓글 공작으로 추정되는 댓글들은 그 비율이 상당했다. 네이버의 경우, 연구진이 뽑은 70건의 기사 가운데 댓글이 많이 달린 기사는 450개 정도가 달렸는데, 그중 77개 정도가 중국인 의심 댓글이었다. 전체의 17%가 넘는 비중이다.
연구진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기사의 댓글도 연구했다. 다만, 유튜브는 댓글 이력을 최근 3개까지밖에 볼 수 없어서 정확성이 네이버보다는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지만, 네이버를 연구하며 밝혀낸 사안들을 토대로 중국인 의심 댓글을 다는 계정을 걸러냈다고 한다. 그 결과 유튜브의 경우 기사당 댓글이 많게는 4,700개 정도가 달리는데, 그중 중국인 의심 댓글은 약 750개 정도 됐다고 한다. 역시 16%가량에 달하는 무척 높은 비율이다.
<중국인 의심 계정 댓글 사례>
- 전기차 관련
현기차 10년 이내 망한다에 한 표
현대차는 안 되지 중국 전기차가 최고
중국차도 좋아져서 현기차 누가 사냐?
중국거 한번 타봐야지 흉기차 봐라 좀 긴장해야 된다. 튼튼한 애국 시장이 있으니 수십년간 정신 못차린다. 가성비 있으면 난 중국거 세컨드 차로 살거다
0년내에 전세계 "택시/렌트카/버스"의 90%를 중국산이 장악할것...일반 승용차 50%도 중국전기차 될것
멋지다. 샤오미에 투자하고 싶다.
중국 쓰레기는 일부 제품을 보고 그런 것이지..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보다 뛰어난 기술이 많은데..
현기차는 뽑기다. 이미 출고장 나와서 서명하면 이후부터는 as.. 샤오미가 대응은 좋은거지
- 반도체 관련
삼성이 망해야 대한민국이 산다
삼성이 화웨이 걸 베꼈겠지. 이젠 남조선 조선족 X들 기술 바닥 쳤거든.
듣자하니 니네 김치 된장 만드는 기술 훔쳐서 반도체개발 햇다더라 역시 항국 기술은 대단해 😂2
접는폰도 중국회사인 모토로라가 삼성보다 1년먼저 출시해서 팔앗는데 남조선족들은 중국이 지들꺼 베꼇다고 빼액 햇엇지 ㅋㅋㅋ
중국은 윗머리들이 이공계 출신들이고 다 망해가는 한국은 윗머리들이 문과 검사 출신들이다. 이미 한국은 게임 끝났다. 죄다 따라잡혔고 이제 남은거 메모리반도체·oled뿐인데 따라잡히는 거 시간문제다
한국에서 대만폰 안사듯이 중국에서도 삼성폰 안산다
- C커머스 관련
알리·테무에서 사야 여러분이 살아남을 텐데요?
중국에게 열등감 좀 그만 느껴라. 같은 한국인으로서 진짜 창피하다.
알리 서비스 품질은 좋은데 안좋다고 이 기사에 뜬거 이해안감
유통질서? 한우값 같은걸 봐라. 오죽하면 as나 교환 등 어려운 직구를 찾고 다닐까? 이게 유통질서 개선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늘 알리에서 국내산 쌀 20kg을 38500원에 구입... 쿠팡에선 최소 45000원... Thank Q, Ali ㅎㅎ
중국 불쌍한데 많이 이용해줘야지
경제 분야 댓글 공작으로 중국이 진짜 노리는 것은?
첫 번째는 모든 분야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린다는 설명이다. 이번 논문의 저자 김은영 교수는 중국의 댓글 공작과 관련된 연구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진행이 되고 있으며, 이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중국은 정치·사회 분야뿐 아니라 문화·역사는 물론 경제·산업 분야까지, 말 그대로 모든 분야에 걸쳐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중국은 평시와 전시를 구별하지 않는 데에 기인한다고 한다.
중국은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지는 전투 단계의 전쟁은 갈등이 최대로 격화했을 때 벌어지는 하나의 단계이며, 갈등이 수면 아래에서 진행이 되는 단계도 이미 전시 상황이라고 인식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투 단계에 돌입하기 이전부터 꾸준히 '인지전(개인이나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끼쳐 적이 우리에게 유리한 의사결정과 행동을 하게끔 인식을 공격하는 활동)'을 펼쳐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실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최고의 승리인 '싸우지 않고 이기는 승리'를 실천 중인 것이다.
두 번째 노림수는 바로 AI이다. 사실 이 부분이 우리 기업에게도 앞으로 크게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오픈AI의 챗GPT와 같이 최근 대규모 언어 모델을 채용한 AI가 보편화하면서 검색 시장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이들 AI는 이미 전 세계의 모든 지식을 모두 학습해 더 이상 배울 게 없는 단계이다. 그래서 오픈AI와 같은 기업은 세계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과 계약을 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는 말투와 데이터를 학습하고 있다. 바로 '댓글'이다. 이러다 보니 앞으로는 데이터의 질보다는 데이터의 양이 더 중요한 시대라는 말까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데이터의 양으로 밀고 들어가면 AI가 이를 학습해 검색 결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중국이 쏟아내고 있는 중국 경제와 기업을 찬양하고 한국 기업을 비하하는 댓글이 해외 시장의 소비자들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예컨대 휴대폰이나 전기차 구매를 앞둔 미국의 소비자가 챗GPT에 해당 정보를 검색했을 때, '현대기아차는 탈 게 못 되고 역시 전기차는 중국차가 최고'라는 검색 결과가 지속적으로 보인다고 하면 이를 본 소비자는 '한국 차가 중국차보다도 못하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휴대폰도 마찬가지인데, 현대기아차나 삼성 같은 국내 기업에 현재 해외에서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보다도 기술력이 떨어지는 회사로 낙인찍힌다는 것은 엄청난 손해이다. AI에 학습시킬 데이터를 축적시키는 전략의 일환으로서도 중국의 댓글 공작이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중국 내부 활용용이란 의심이다. 중국이 최근 경기 침체를 겪으며 사회 분위기가 좋지 못한 가운데, 관영인 중국 언론이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퍼 오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댓글 공작 결과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한국 소비자들에게조차 욕을 먹고 있다'라는 식의 내러티브를 완성하기 위한 근거로 자신들이 작성한 댓글을 다시 퍼 오는 방식을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은영 교수는 중국에서 중국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혐한 내러티브'가 최근 유행한다고 분석한다. 틱톡 등 중국 내부에서 쓰이는 플랫폼이나 SNS를 통해 밑도 끝도 없는 혐한 내러티브가 퍼져나가고 있는데, 이런 댓글 공작의 결과물이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은 체포, 우리나라는 방관?
2022년 송파구에 위치한 '동방명주'라는 중식당이 알고 보니 중국 정부가 몰래 설치한 '비밀 경찰서'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당시 경찰이 수사에 나서며 동방명주의 중국인 소유주가 반박 기자회견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사실 2년이 지난 지금 그 수사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당시 미국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 차이나타운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평범한 딤섬 가게가 알고 보니 중국 비밀 경찰서란 의혹이다. 이 당시 FBI가 수사에 나서면서 관련자를 체포해 곧바로 기소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 내에서 댓글 공작을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40여 명도 함께 체포해 재판에 넘겼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차이는 단순히 해당 인물을 사법 처리했느냐 안 했느냐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동방명주가 중국의 비밀 경찰서가 맞는지 아닌지 논란이 가시지 않은 반면, 미국은 명백하게 중국이 미국 내에서 비밀 경찰서를 운영했다는 점을 국가가 나서서 확인해 줬다는 것이다. 댓글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중국 댓글 부대가 활동을 한다는 것이 일종의 '음모론' 취급을 받지만, 미국은 그런 활동을 한 자를 체포해 재판에 넘김으로써 쓸데없는 사회적 논란을 만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차이가 무엇일까? 왜 미국은 이들을 사법 처리하는데 우리는 못 하는 걸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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