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 조작’ 맨시티…EPL 퇴출에 줄소송으로 공중분해될 수도

배준용 기자 2026. 9. 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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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규칙 114건 위반한 맨시티, 앞으로 어떻게 되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독립 조사위원회가 29일(현지 시각) EPL 명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에 대해 9시즌 동안 1조6000억원 규모의 장부 조작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 축구계가 혼돈에 빠졌다.

앞서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 보도 등에 따르면 독립 조사위원회는 당초 제기된 재정 규정 위반 혐의 115건 중 114건을 유죄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향후 맨시티 구단 자체가 공중분해되고 축구 역사에서 사라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셰이크 만수르 구단주가 인수한 이후 세계 최고 명문 축구 클럽으로 부상한 맨체스터 시티가 장부 조작 및 재정 규칙 위반 혐의로 구단이 공중분해될 초유의 위기에 놓였다./AP 연합뉴스

◇“축구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 승점 삭감에서 리그 퇴출까지 가능

EPL 독립 조사위원회의 결과를 압축하면 맨시티가 여러 상업 파트너와 허위 계약을 맺어 매출을 부풀리고 부채는 감추는 식의 장부 조작을 통해 구단의 수익을 부풀렸고, 그만큼 선수 영입 등에 부당하게 많은 돈을 썼다는 것이다. 즉 맨시티가 EPL이 정한 재정 규칙을 대거 위반하며 선수를 영입해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부당한 우승을 했다는 결론이 나오는 셈이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맨시티가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1~2건의 재정 규정 위반으로도 승점 삭감 징계를 받았던 에버턴이나 노팅엄 포레스트 사례에 비추어 볼 때, 114건의 유죄 판단을 받은 맨시티는 단일 시즌 30~40점 이상의 승점 삭감은 물론 매 시즌 승점 삭감이라는 장기 처벌이나 3부 리그(풋볼리그 1) 강등, 나아가 EPL 자체에서의 퇴출(자격 정지)이라는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

EPL 규정(Section W)상 EPL의 독립 징계위원회는 승점 삭감과 벌금은 물론 리그 자격 정지 및 퇴출까지 재량권으로 행사할 수 있다. 2006년 이탈리아 세리에A를 흔든 ‘칼초폴리(승부 조작) 사태’ 당시 유벤투스가 강등됐던 것 이상의 파문이자 중징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 기록과 타이틀 소급 취소 가능성도 나온다. 2011-2012시즌 세르히오 아궤로의 극적인 결승 골로 만든 사상 첫 EPL 우승 장면이나 2022-2023시즌 트레블(3관왕) 달성 등 지난 10여 년간 쌓아 올린 리그 우승 트로피 6개가 전격 몰수되거나 공식 기록에서 박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치열한 우승 경쟁 끝에 눈앞에서 트로피를 놓쳤던 위르겐 클롭 감독의 리버풀이나 주제 무리뉴,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시절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아스널 등 차순위(2위) 팀들에 우승 타이틀이 승계되거나 해당 연도 우승 팀이 ‘공란’으로 남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과거 칼초폴리 당시 유벤투스의 우승이 박탈된 후 차순위 승계와 공란 처리가 혼재했던 선례가 있는 만큼, 무관으로 잉글랜드를 떠났던 리버풀의 전설적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 등이 사후 소급으로 EPL 우승 반지를 얻게 되는 시나리오도 언급된다.

2012년 5월 13일 영국 맨체스터의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201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와의 최종전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오른쪽 셋째)가 극적인 연장 후반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맨시티는 이 골로 3대2 역전승을 거두며 골 득실 차로 동률을 이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1968년 이후 44년 만에 리그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EPL 독립 조사위원회는 지난 25일 맨시티가 9시즌에 걸쳐 115건의 재정 규정을 위반했다는 혐의 중 114건을 유죄로 판결하면서, 이 극적인 우승 기록마저 소급 박탈될 위기에 처했다. /AFP 연합뉴스

◇ 구단 강제 매각에 손해배상 줄소송 이어질 경우 파산 후 공중분해 가능성 커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맨시티는 줄소송이 이어지는 파국적 시나리오와 맞닥뜨릴 수 있다. 먼저 영국 당국의 ‘구단주 및 임원 적격성 평가(Fit and Proper Person Test)’를 통한 구단주 자격 박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114건에 달하는 체계적 장부 조작과 위장 자금 조달 행위가 확정될 경우, 아랍에미리트(UAE) 왕가 출신이자 부통령인 셰이크 만수르 맨시티 구단주와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ADUG)은 ‘올바른 소유주’ 자격을 상실해 구단 강제 매각 수순을 밟게 될 수 있다. 과거 첼시의 구단주였던 러시아 올리가르히 출신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영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르면서 소유주 자격을 상실해 첼시를 사실상 강제 매각한 사례가 있다.

가장 큰 위기는 징계 확정 시 EPL을 비롯한 타 구단들의 줄소송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미 현지 법무법인들이 법적 대응 및 권리 보전 조치에 착수한 가운데 불법 장부 조작으로 우승을 놓치고 상금 및 상업 수입을 날린 상위권 구단들은 물론, 챔피언스리그(UCL) 진출 티켓을 억울하게 놓쳐 중계권료와 최소 수백억 원에서 1000억원에 달하는 출전 수입을 손해 본 팀들, 순위 한끝 차이로 배당금이 줄어들거나 억울하게 강등당한 하위권 팀들이 일제히 맨시티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재정 규정 위반으로 승점 삭감 징계를 받았던 에버턴의 경우, 당시 에버턴과 강등 경쟁 끝에 2부 리그로 떨어진 번리가 4000만 파운드(약 700억원) 수준의 배상 판정을 받은 법적 선례가 있다. 9시즌에 걸쳐 피해를 본 수십 개 구단이 한꺼번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맨시티는 수조 원대 배상금 폭탄을 맞고 재정적 파산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지난 7월 총리 취임 전까지 2017년부터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으로 재임했다./UPI 연합뉴스

◇ “영국 총리와 아랍에미리트의 협력 관계, 처벌 수위 변수될 수도”

다만 현지 일각에서는 징계 수위가 예측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와 아랍에미리트(UAE)의 긴밀한 협조 관계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버넘 총리는 과거 맨체스터 시장 시절부터 중동 자본 유치에 매우 적극적이었으며, 총리 취임 이후에도 영국의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UAE 측과 지속적으로 투자 논의 등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EPL이 맨시티 등에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을 내릴 경우 중동 자본이 투자를 철회하면서 맨체스터 경제도 추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징계에 이런 요인들이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맨시티는 강강하게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 맨시티는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 구단은 EPL의 발표에 대해 실망스러우면서도 놀랍게 생각한다”며 “구단은 EPL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무죄이며, 이 사건과 관련하여 구단의 모든 입장을 뒷받침하는 명백하고 반박할 수 없는 방대한 증거가 존재한다. 따라서 구단은 모든 관련 규제 및 법적 절차에서 끈질기게 대응할 것이며, 필요한 경우 선제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맨시티는 항소를 진행하며 법적 방어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지에서는 “114건이라는 독립위 유죄 판결을 모두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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